이원 아트 빌리지 -건축가 원대연
건축가원대연"생명의집지을수있으면다버려도좋다"

서울생활접고진천촌동네로들어온지7년…간판은’이원아트빌리지’
미술관에도예공방,공연장짓고…경계하던마을사람들도"진천의명물"
진천=글김윤덕기자sion@chosun.com
사진조선영상미디어이상선기자sslee@chosun.com
입력:2005.07.0709:4523’/수정:2005.07.0709:5535′


▲"우리동네이쁘지요?"새벽부터퍼붓던장대비가그리초반짝햇살이비치자’건축마을’이바빠졌다.풀을뽑고가지를치고,오순도순이야기꽃도피우고….오른쪽부터건축가원대연씨.아내이숙경씨,농부김순철씨를비롯한마을사람들.

7년전,충북진천군이월면미잠리에‘곱슬머리건축가’부부가내려왔을때마을사람들사이에말이많았다.IMF때쫄딱망했다더라,말년을지낼별장을지으러왔다더라,자선사업가라더라….분명한건농지1만평을통째로사들인이들을마을사람들이고깝게보았다는사실이다.
이월토박이김순철(65)씨는이렇게회상했다.“귀농입네,웰빙입네하며내려오는서울사람들이한둘이라말이지유.대개는며칠못살고짐을싸는판국이니첨엔신경도안썼어유.공장이나안지으면다행이겄다했지유.”

다음은김순철씨가들려주는‘이상한건축가’원대연(62)씨이야기.


▶▶▶7년전이지유.곱슬머리부부가내려왔데유.살러왔는지뭘하려구왔는지,모를일이었지유.근디초장부터그양반허는일이참이상해유.

공장은커녕마누라,아들서이(셋)가살집한칸달랑짓더니소나무200여남은그루에수백종의야생화를허구한날심어유.

한참있다가또땅을파기에이번엔진짜공장인갑다했드니,웬미술관을짓는다하더라구유.

보시믄아시겄지만,그살림집이란것도희한혀유.뭔초가집마냥둥그막한지붕에햇볕이랑비바람을막아야한다고처마를내렸다가는또대청을만들어유.

밀짚모자걸어두는곳,연장넣어두는벽장,새참먹을수있는평상까지만들어놨는디완전신식농가라.

또있어유.대문에들어서면손발을씻고땀을닦을수있게수도꼭지가설치돼있는디,아글씨,물받이란것이깨진장독이유.그래내물었슈.돈많은서울사람이연못파고에어컨빵빵나오는별장을만들것이지,웬농사꾼집을흉내내느냐구유.이양반빙그레웃기만하데유.

▶▶▶

두어달지나니그묘상한건축가에대한얘기들이여서저서들려와유.롯데호텔,또롯데월드,또현대백화점같은서울의삐까번쩍한빌딩들을그이가만들었대유.그래서돈도엄청벌었는디,그금싸라기땅을떠나진천까지흘러들어온진짜사연은누구도모릅디다.

그러다놀라운일이생긴거유.이월면성당을새로짓는디그양반이설계를맡았다는거지유.그것도공짜루유.롯데호텔지었으면아,일류중에일류아니겄슈.근디설계를부탁한주임신부헌티‘설계비는안받겠다,대신어떤간섭도받지않겠다’하고못을꽝박았대유.

그소문이삽시간에이월전역으로퍼졌는디,아,그때부텀곱슬머리양반이달라보이는거라.도시사람들은어쨌거나돈밝히는족속들아니유?근디그게아녀.여편네들은파마한거모냥굽슬굽슬한머리가미국영화배우를닮았다고난리지유,암튼평판이몰라보게좋아졌슈.

▶▶▶

오며가며내가눈여겨본게또있슈.이양반이건축에는도사일낀데,뭔집을세월아내월아하면서져유.살림집3년,성당2년.미술관은어디보자,하나,둘,서이,너이,그려,6년이나걸렸슈.그양반농촌에서만큼은자기가초보라서그렇대유.짓다가허물고,다시벽을세웠다내리고….

그래도미술관에이어서공연장,도예공방,도서관,찻집까지하나하나들어서는데참말진풍경이데유.‘저게뭐랴?뭔집이저렇게올망졸망생겨먹었디야?’하면서도논밭오가는길에참새방앗간들르듯마을사람들이기웃대기시작하는디아주재미났지유.

여편네들은또어떻구유.‘이거실례가아닌가?’하면서도반쯤지어진미술관앞마당에고추를널고,잔디밭에퍼질러앉아푸성귀를다듬으면서해지는줄모르고수다를떨어대는디내가다미안하드라구유.

미술관문열었을때유?난리났지유.이월이뭐예유.음성,청주,대전,대구에서꺼정귀경온다고법석이었어유.내집도아닌디공연시리내가더뿌듯하더래니까유.미술관이란것도별거아니데유.널찍한공회당에그림만뎅그러니걸려있는디,처음엔영불편하고어색하더니만볼수록맘에들어유.

어떤건사진이랑영판으로똑같이그려놨드래께유.나는그러니까권영우라는화가의그뭣이냐,한지에다가그린그림,그게첨부터마음에착와닿데유.은은한것이.제목이유?글씨유.아이구제목은알아서뭐해유.땅파먹는농사꾼이….

▶▶▶

건축마을공사가1차로마무리되고나서한날은내가큰맴먹고건축가선상님께물었어유.‘집도,미술관도왜이렇게단층으로만짓는데유?땅도넓고하늘도높은디대리석도바르고3층4층으로올려좀뽄대나게짓지’,이렇게유.근디이제나저제나그양반대답은아주싱거워요.

‘그래야부수기도쉽고,쓰레기도덜나옵니다.’또이래유.‘나는이집도언젠가나무들에게덮여서안보이길바랍니다.’사는사람눈에허술해뵈고만만해뵈고,뭣이냐오래입은옷처럼편안한집이좋은집이라나유?알다가도모를일이지유.

그래도올초엔그양반헌티경사가있었슈.‘한국건축가협회상’이라나?이집때문에뭐그런유명한상을받았다는거예유.그로부터하루가멀다하고서울서대학생들이내려오는디,곱슬머리양반집자랑한다고하는말이또아리송해유.

‘도시에서배운건축지식이농촌에서는그야말로경솔로드러나는경우가허다하다,해와바람과물길의조건을거스르지않는생명의집을짓는것은한두해의경험과지식으로는되지않는다….’

마지막엔이런말을합디다.‘첫해내려왔을때와는삶의무게감이천지차이다,자연이주는고독과고통까지도감내할수있어야만즐길수있는생활이다’라구유.

자연이주는고독?그게뭔말이래유?

뭔가남자답고멋진대답인것은확실헌디.어쨌거나건축가양반덕분에이름없는촌동네였던우리마을이전국으로소문이났으니그게젤로벅차지유.기똥차게자랑스럽구유.

◆이원아트빌리지꾸민원대연씨는

롯데그룹고층빌딩들을줄줄이설계해‘부자건축가’로소문났던원대연씨가서울생활을접은건IMF때문도,별장때문도,웰빙때문도아니었다.“건축주의주문이아닌,오로지나의의지대로집을짓고싶었어요.모든걸뿌리부터새로시작한다고다짐했지요.자연속에살아움직이는집을지을수만있다면그간모은재산을다날려도좋다도생각했습니다.”

황해도해주사람인원씨는홍익대에서건축학을공부했다.대표건축잡지중하나인‘플러스’를창간한주인공.현재홍익대겸임교수인그는일상과건축문화의관계를설명한‘여행넘어서기1·2·3’을펴내기도했다.

사진작가인아내이숙경(59)씨호를따서지은살림집‘상촌재’는소박한멋이배어나는농가다.방은주방을포함해모두세칸인데,복도의끝에빈방을하나더만들어비를피해빨래를널고고추등속을말리는여유공간으로삼았다.

‘이월성당’은인도사암으로통일한마감재가평범한시골마을의풍광과친근하게어우러지는건축이다.내부공간도인상적이다.측면의천창을통해떨어지는빛,좁은공간에아무런장식없이검박하게꾸민제대.신성을체험할수있는공간으로만들어야겠다는그의의지가담겨있다.

한국건축가협회상을받은‘이원아트빌리지’는적삼목너와를낮게이은지붕들이머리를맞대고있는아름다운‘건축마을’이다.자연친화적건축을실험해보겠다는의지로재료또한공사현장에버려진벽돌이나블록,폐자재들을재활용했다.

대신기초공사때부터나무와야생화를함께심었다.마을은지중해의어느시골마을,아니남도의농촌마을을연상케한다.‘골목길’때문이다.경사진지형을그대로살려계단이많은데다매스를잘게나눠샛길이많은덕에담과담사이를걷고오르내리는즐거움을만끽할수있다.

◆이원아트빌리지는


농촌속작은건축마을인이원아트빌리지는서울에서자동차로2시간이면닿는당일나들이코스로도제격이다.나지막한건축물을구경하는재미,미로처럼난샛길을걷는즐거움은크지만,원래그자리에있었던것처럼잘조경된200여그루의소나무와230여종의야생화를감상하며산책하는맛도빼놓을수없다.

상촌미술관에는원대연씨부부가소장하고있는국내유명화가들의작품200여점이전시되고있다.높은천장에자연채광을끌어들인공간이그자체로구경거리다.

며칠전문을연‘찻집’도들러볼만하다.의자와온돌마루를병행한좌석도재미있고,통유리창너머로한적한시골풍경을즐길수있어연인들이좋아하겠다.큐레이터최윤정씨가직접내려주는커피맛도일품.상촌재안주인이직접담갔다는매실주스도시원하다.

한끼밥이될음식을파는레스토랑은아직없다.대신빌리지식구들이이용하는식당에서백반을5000원에사먹을수있다.무공해로재배한야채들이라그야말로웰빙식단이다.

이원아트빌리지를구경하려면주말을이용하는게좋다.금·토·일이이마을의공식적인개관일.나무와들꽃,건축물을보호하기위해올해부터는입장료(어른5000원,어린이3000원)를받는다.평일에방문하고싶다면미리예약하면된다.

월요일은휴관.(043)536-7985~6가는길:중부고속도로음성IC―17번국도광혜원방면으로우회전―17번국도진천방면으로좌회전―대막삼거리에서덕산방면으로좌회전―두번째다리는건너지않고직진하면왼쪽에이원아트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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