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색과 주황색에 관한…

아프리카목각모자상.

#몇해전이더라?

남편따라자이레수도킨샤샤에잠시머물던때가있었다.-언제나숫자는잘안생각난다.

우리가세들어살던집은불란스귀족의집이어서집안에원두막같은것도있었는데

지붕이꽤넓어비치파라솔에딸린의자서너개와넓직한탁자도갖춰져있었다.

온갖유실수와열대식물들로다채로운정원이특히아름다웠다.

시트롱(레몬비슷한)은거의푸대로딸수있어서요리를즐겨하는나는

향좋은프렌치드래싱같은건아주맛나게만들수있었고

망고나무도두그루가있었는데수령깊은걸증명하듯

알도굵어서손님초대라도할때면그렇게신날수없었다.

가운데타원의둥글납작한큰씨를빼고과육쪽을껍질이닿을때까지

깊숙히가로세로깍뚝썰기해서껍질가운데를뒤에서누르면꽃송이처럼

볼록튀어나오게만들수도있다는걸현지의한국대사부인에게서배웠다.

교민들이많칠않아거의가족처럼지냈으므로…

여튼그리힘들이지않아도주변의자료들로화려하고풍성한식탁을차릴수있었다.

그외다른과일들도지천이어서다나누고도남아돌아냉동고에썰어보관해뒀다

밀크쉐익만들면따로얼음이필요도없이쉽게드르륵할수있었다..

특히아보카도나무가두그루나있어서교민부인들은

자주우리집에와서팩도하고요리도한다며많이들가져갔다.

그당시한국에선아보카도맛사지가상당히비싸다며

한젊은새댁은유난히탐을많이냈다.

아보카도..하니까입맛이또…

적당히익은걸따서실내에서한사흘정도더숙성해야

제대로맛이나는데김밥속으로넣어도별미고

충분히익은거는토스트에잼처럼발라먹어면얼마나고소하고상큼한지

그맛을잊을수가없어요즘에도가끔메뉴판에아보카도가든

음식이름을만나면일부러시켜봐도그맛이안나왔다.…또삼천포로…;;

#허나집밖으로나와거리에나서면그풍경은너무나판이했다.

천경자화백은잠시스켓치여행하면서어디서부끄럼타는아이들을만난모양인데

내기억속의아이들은운행중이던차가말썽을피워덜커덕멈추기라도하면

숨어서망이라도보고있다고장나기기다렸다는듯여기저기서

벌떼처럼우루루몰려와차를밀어주며..더러는손만대고

콜라값이목적이던아이들이넘쳐나던곳으로먼저기억된다.

발뒷축부분은거의닳아서저걸왜걸고다니나할정도로신어나마나한

슬리퍼를질질끌고다니거나아니면그냥맨발이던그아이들이…

가끔한국에다녀가던남편이헌옷같은걸우리집걸로만은모자라

주변친척들까지동원해서일부러모아실어나르던이유도그나라에가서야알게되었다.

물자가귀하여어느것하나소중하지않으게없으니

헌옷나부랭이가지고도그렇게생색을낼수있는곳이또그곳이다.

불어권이라’빠뜨롱…마담”을외치며그렇게좋아할수가없었다.

우리나라는요즈음정말로흥청망청이다그나라를생각하면…

자이레- 킨샤사

콩고강의 부끄러움을 타는 아이들

격정적인열기속에일말의애수가띤아프리카음악,그리듬을능가하는멋있고짜여있는춤,지금세계의남녀가열광적으로즐기는  고고춤은콩고에서나왔다고한다. 적도를도도하게흐르는콩고강,밀림을뚫고대서양으로뻗은콩고강,유역면적과수량이남미의아마존강다음가는세계 제2의콩고강은중부아프리카의대동맥이되고있다.그 강에서사기로만든 분홍 화병같이 생긴 큰고기가잡힌다.

강변에서는여인들이브라자빌로가는뱃사공을위해주식인만용을팔고있다.만용은나무에열린열매를쪄서찧어떡같이만들어간을맞춰먹는음식인데,삐리삐리라는고춧가루에찍어먹기도한다.
-글,그림 천경자화백.

#누가아프리카色을물으면…

그곳에서잠시머무는동안남아도는게시간이었다
서울생활과는달리각종경조사에서해방되고
전화올때도누굴만날일도더구나없어져버리니…

나야장난질할거리가있어노닥거릴시간은없지만

남편과일선생활현장에같이뛰어들지않은주부들이나…남자들이라해도

서울에서보다는부부끼리얼굴맞댈시간도많아지고생활도훨씬단순해진다는거다.

솔직히나는서울에서못다한일거리를많이가져가서완성하기도했다.

그남아돌던시간이새삼그립네…글로옮기다보니…

아무일없어도에스프레소가제대로서빙되는커피한잔을목적으로

호텔-주로인터콘티넨탈,최고급에속했던-에라도가면

요상한가발에다형광주황색입성의젊은흑인처자들이

온갖악세사리를주렁주렁매달고끼고걸고

형광연두색굽높은구두를신고노닥거리고있는모습을자주만나게된다.

거리의콜라값뜯는아이들과는비교도안될정도로사치스럽게…

솔직히나는죽다깨어나도입을수없을發光(발광)할것같은그色이

빤질빤질검은색피부랑그렇게잘어울릴수가없었다.

누가시키지않아도자연스럽게시선을빼앗는그발칙한色을

나는아프리카색으로머뭇거리지않고꼽을수있겠다.

그리고귀국하여한참세월이흐른어느날

천경자화백의그림과수필을우연히만나게된다.

이럴수가…

…모든것이태양에탄듯한빛깔의배경에

선명한배추색과주황색이미치도록어울리는콩고킨샤사,

나보다먼저내가다니던네델란드제옷감파는시장이나

킨샤사거리를다니며그림도그리고글도쓰셨나보다

색에대한느낌도생각도나랑비슷하게…

그리고’빠리삐리’를알고계셨다니

#삐리삐리

‘삐리삐리’는그나라에서생산되는작은고추를거칠게갈아

올리브유로숙성시킨건데생선육류가릴것없이거의모든요리에

이매콤한’삐리삐리’를쏘스처럼발라먹는다

나도처음엔좀이상했는데어느듯맛에익숙해져서한국들어온후에도

투명유리병에빨갛게담겨서냉장고포켓에오랫동안세워져있었다.

가끔그때생각하며요리에발라먹어보지만그때그맛이아니었다.

아프리카그열기와풍경이사라져서인지…

천화백의오래된여행기록을보면(고고춤이유행하던때가언젠데)

아프리카중에서도가장아프리카다운나라가콩고강이흐르는자이레,

지금의콩고민주공화국이란다…치매를앓으며미국에계시다는데…

강에서배타고찍은작은커플사진이유일하게책장안쪽구석에서웃고있다.

언제어디서나사진찍는담당은남편이어서사진속엔모습이거의없는데…

콩고강지류에놀러가서배안에있을때누구에게찍힌거같다.

천화백글에도나오는사기로만든분홍화병같이생긴큰생선을

강이내려다보이는레스토랑에서삐리삐리에찍어먹던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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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레 킨샤사시장

시장구경을갔다.동물,사람얼굴,손,새를
프린트한네덜란드제옷감을파는흑인가게,
그요란한무늬의옷감을머리와몸에두른
아낙네들의군상이희안하고보기좋았다.

그것이콩고아니고는볼수없는검은
향연으로여겨졌고,그빛깔의군상이
강렬한태양에타서온시장이살짝구운
토스트빛깔로보였다.파파이야를파는
여인을몰래그리다가들켜버렸다.

뚱뚱한부인네가화를내고삿대질을하면서 
고래고래소리를질러얼굴을그린다거나
사진을찍으면안된다는무슨미신이있는지,
자격지심인지그리는것을보면질색을하고싫어했다.
카메라의경우에는마구뺏어서발로밟아버린다는것이다.

황금색도금귀고리를좋아하는콩고의여인들은짧은곱슬머리를
가닥가닥땋아서묘하게뿔처럼올려모양을부린다.이런머리형을
본받아지금뉴욕에서는최신머리형으로유행되고있다는것이다.

그러나모든것이태양에탄듯한빛깔의배경에
선명한배추색과주황색이미치도록어울리는콩고킨샤사,
한가닥의미소도되던질줄모르는거센성품의흑인들은
무엇인지야만적이고원시적이어서문명인의때가덜묻은듯한
아프리카중의아프리카콩고는한없이매력이있었다.

–글,그림 천경자화백.

#

그리고 우리집에는 상티네르-어느나라 말인지 내가 기억을못하는건지 잘 모르겠는-라는

집지키는 흑인 두사람이 아침저녁 2교대로 출근했는데

대문 바로곁에 그들이 기거하는집이 있었다.

남편이 출근하고 좀 심심해지는 시간이면 주로 원두막 비슷한 곳에서

먹물이 약간 든 흑인에게 장난삼아 불어 몇마디씩을 배웠다.

가끔은 일부러 커피라도 청하면 더 신이 나서 일장연설을 하는거다

거의 알아듣지는 못해도 선의로 들리는그 말뜻은

밤 잠 안자고 집을 잘 지키려면 커피를 자주 마셔야된다…

대충 그런뜻이라는걸 눈치로 따라잡는다.

말이 안되니 그럴때는 엄지라도 치켜들면

검은 얼굴이라 유난히 더 하얀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어주곤 했다.

집주위에서 끌어모운 검불등 땔감으로 끓여주던

원시적인 커피를 즐기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가끔 그가 집주위의 땔감을 구하러 가 고없을 때

슬쩍 부엌을 곁눈질해보면 달랑 편수 냄비 하나만 있었다.

우리는 불필요한 걸 얼마나 덕지덕지 많이 가지고 있는지..더러 철학적이 되기도 하며

숫자 세는 것부터 시작하여…몇마디 배운 불어, 지금은 언제 그런 적 있었느뇨…다.

깡그리 몽땅 전부 다 잊어버리고 하나도 기억이 안나니 도대체…

그 외에도 그곳에서 겪은 웃지 못할 넌센스나 재밌는 이야기도

한두가지가 아니었는데 그것마져 거의 ’기억이안납니다’로 되어간다.

그래도 가끔 생각나는 몇가지가 있어서

기억날 때마다 하나씩 남겨볼까 싶다만…

아프리카의 심장부,콩고분지의 열대우림 지역인 자이레는
리빙스턴의 탐험으로 잘 알려진 나라입니다.

1960년 벨기에로부터 독립할 당시에는 콩고 공화국이라 하였으나
1964년에는 콩고민주공화국,1971년에는자이르 공화국,
1997년에는 콩고민주 공화국으로 국명을 고쳤습니다.

2005.07.11 참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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