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서서오른쪽작은방원고지에쓴박경리선생님의편지가
지운글씨도그대로인채..그곁엔다시A4용지에알기쉽게인쇄되어있었다.
그책의저자박경리선생도구할수없어
못전해드린다는사과를겸한안타까운안부편지였다.
책을다시다찾아불살라버리고싶다는
#예술가들의외도는용서가될까?
시댁집안은넓어사촌들도많은데그중에종손인시인이한분있었다.
생시엔청마선생이아끼는제자였고같은학교(부산k여고)에서
유치환시인은교장선생님으로남편의사촌형은국어를담당하고있었는데
얼굴도곱고문학소녀였던애제자랑연애를하게된일이터지게된다.
그사촌형은이미결혼하여아이도있는유부남이고나이차이도아주많았다.
그런데한때의바람으로그냥흘러가지않고조강지처를버리고
모든이의반대를무릅쓰고기어이결혼까지하게된다
남편과동갑인그문학소녀였던형님은나이차이별로안나는전처소생과
자신의아이들도키우며4대봉제사까지잘치르내는
집안의종부역활도하면서개인적이성취도하게된다
(어린제자에게막중한임무를맡게한미안감을외조로상쇄하려는심사였을까…)
세월이흘러스승이자남편을저세상으로먼저보내고…
서울서대학을다닐때시댁에서기거를한이유로
다른친척들보다유난히친하게지내게되어서인지
시어머니칠순때부산서일부러올라와
한때부산을시끄럽게했던스승과제자의안타까운러브스토리를
노래로풀어듣는것같은느낌을전해받은기억도있다.
…다흘러간옛얘기지만….
……………
그사촌형이름을진열장에전시된펼쳐논방명록한페이지에서
제법큰초정선생의붓글씨로만나게되었으니맘이예사롭지가않았다.
이미지사진을찾다발견한기사참고로…
………
"저어…설명좀들으세요…"
강인숙교수님목소리가들렸다.
소설가유현종씨랑나란히서계시면서
나랑다른내방객둘은졸졸따라다니며진짜배기설명을듣게되었다.
………..
김상옥시인은좋아하는싯귀들..이를테면’창명(窓明·사진)같은글씨는
종이로도자로부채로또배경을달리해서여러방법으로남기기로유명했단다.
‘창명’은원래
그걸간단히두자로줄인것이라는설명까지친절하게해주셨다.
그설명듣기전까지도완당선생의시나미당서정주시인의싯귀
그외한지로찢어만든나체로표현된남녀가껴안은모습이
도록엔그대로실렸지만전시된액자에는따로따로떼어놓았단다
(가족들이남사시럽다고..도록대로가더좋던데…)
나무로된사각茶받침아랫부분에다그림도그리고
繡까지잘놓는종합예술인을왜예술원에서보이콧했는지
유현종선생이시니컬하게혼잣말처럼하자강인숙교수는금방되받아서
"대한민국엔화가가한명도없다"라는충격적인발언으로
한때예술원을떠들썩하게만든사건이있어서그에속한예술인들이
들고일어나서그랬다는내부의에피소드까지소근소근작은소리로들려주셨다.
그렇다고비밀로하고싶진않으신표정이어서그냥공개를…
(앞뒤안가리고좋고나쁨이확실한분이셨나보다.
‘편애할때가장자유롭’다고모인터뷰에밝힌김훈씨처럼)
큰부채에다당신이많이좋아하는(인정하는?)시인들이름과
짧은싯귀를간략히적은부채화곁엔좁고긴한지에다
추사미당수화청마艸丁윤이상의아호들이주루룩적혀있었다.
아끼는시인중에당신의호艸丁까지적어넣어
그들과섞여파티를하는기분이셨단다.
큰글씨랑작은글씨들을묘하게섞은짜임새있는구도의부채를
혼자였다면그냥지나쳤을지도모르는데
친절한설명으로말그대로아는것만큼보고느꼈다
‘봉선화”백자부’등국어교과서에실린시조들을통해현대시조의대가로꼽혔던
초정김상옥선생의기일(10월31일)을앞두고각계각층에서는
그를기리는많은행사가시월중에여러군데에서있었고
창비(?)에서는기념집출판도한다던가?
일년전타계소식을듣던날나를
여기까지음악방송들으며주루룩올리다갑자기목이말라
냉장고에서포도쥬스를꺼내어컵을찾으러갔는데
싱크대앞에붉은글씨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