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길을지운다
나무들한겹씩
마음비우고
초연히겨울로떠나는모습
독약같은사랑도
문을닫는다
인간사모두가고해이거늘
바람은어디로가자고
내등을떠미는가
상처깊은눈물도
은혜로운데
아직도지울수없는이름들
서쪽하늘에걸려
젖은별빛으로
흔들리는11월
-李外秀’11月’
단한번의눈마주침으로
서로를그리워하고
서로를사랑하게되었으니
슬픔은시작되었습니다.
서로를그리워하면서도
못본체했고,
사랑하면서도지나쳤으니
서로의가슴의넓은호수는
더욱공허합니다.
자신의초라함을알면서도
사랑은멈출줄을몰랐고,
서로가곁에없음을알면서도
눈물은그칠줄을몰랐습니다.
이제,
서로가한발씩물러나
눈물을흘릴줄압니다.
이들을
우린슬픈인연이라합니다
내가그녀의어깨를감싸고길에나서면
사람들은멋있다고말하지만
나는그녀의상처를덮는날개입니다
쓰라린불구를가리는붕대입니다
물푸레나무처럼늘당당한그녀에게도
간혹아랍여자의차도르같은
보호벽이필요했던것은아닐까요
처음엔보호이지만
결국엔감옥
어쩌면어서벗어던져도좋을
허울인지도모릅니다
아닙니다.바람부는날이아니어도
내가그녀의어깨를감싸고길에나서면
사람들은멋있다고말하지만
미친황소앞에펄럭이는
투우사의망토처럼
나는세상을향해싸움을거는
그녀의깃발입니다
기억처럼내려앉은따스한노을
잊지못할어떤체온입니다
지젤그녀는누구였을까다급하고나직한한남자의목소리가끊어진다
백조의호수에서춤을추던흰토슈즈의발끝으로가볍게무대뒤로사라지는지젤그리고
다시안개가자욱한도시의길고긴몽빠르나스지하철역에서다른지하철을바꿔탈때에도
누가뒤에서꼭나를부르는것같아뒤돌아보았다언니라고한것같기도하고
잠결에듣던지젤이라는이름같기도한생각의혼선
누가어디서나대신내삶을살고
내가여기서남의삶을연기하고있다는,
출구를잘못찾아오던길을되짚어가다가도
누가나도모르는내이름을애절하게부르는것같아자주걸음을멈췄다
–염명순‘어떤하루’-시집’꿈을불어로꾼날을슬프다’
저달이걸어오는밤이있다
달은아스피린같다
꿀꺽삼키면속이다환해질것같다
크리스마스무렵의전나무같이환해지고
그전나무밑에는
암소한마리
그해변에전구를단전나무처럼앉아
다시달을바라보면
저혼자붉어져있는데,통증도없이살수는없잖아,
다시그달을꿀꺽삼키면
암소는달과함께내속으로들어간다
통증이오고통증은빛같다그빛은아스피린가루같다
이렇게기쁜적이없었다
자리드는산빛은청치않은손님일세.
솔바람가락은악보밖을연주하니
보배로이여길뿐남에겐못전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