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사에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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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1일은가곡의날이랍니다…

운문사에가면-法頂(스님)


내일모레면서리가내린다는상강인데오늘이산중에는첫눈이내렸다.

가을이채가기도전에겨울이성급하게다가서는가.

오늘내린눈으로뜰가에는온통단풍나무잎으로낙엽의사태를이루었다.


요며칠동안청명한가을날씨덕에남쪽에내려가오랜만에조계산에떠오르는보름달을마중했다.산마루로조심조심얼굴을내미는월광보살앞에우리는합장하며마음에담긴소원들을빌었다.해와달같은천지신명앞에손을모아소원을비는일은누가시키거나가르치지않더라도저절로그렇게하고싶은원초적인순수한신앙심에서다.이원초적인순수한신앙심이종교에귀의하는토대가될것이다.

종교의교리나이론은이원초적인순수한신앙심에견주면공허하고관념적이다.신학자나종교학자들의신앙심이그순수성에서일반신자들에게미칠수없는것은당연하다.종교는말이나이론에있지않고일상적인행위에있기때문이다.

달님앞에마주서서저마다소원을비는이웃들의모습을보면서

그날하루의삶이달빛에물들어은은히빛나는것같았다.나무월광보살!

나선김에운문사에가서말빚을갚고왔다.이따금들르는도량인데갈때마다옛절의맑고아늑함이여기저기서드러난다.특히운문사에는지나온세월의자취를고스란히간직한‘세분’이계셔서나그네의발길을이끈다.

수백년된두그루은행나무가가지런히서서허공을떠받치듯우람하게서있다.그당당한기상앞에저절로고개가숙여진다.한평생청정한수행을쌓아가면이런당당한기상을지니게될까하는생각이든다.허구한세월을거쳐오면서노거수(老巨樹)는이도량에몸담아수행하는사람들을낱낱이지켜보았을것이다.이나무안에는이도량의지나온자취가켜켜이쌓여있을것이다.우리귀가열린다면그은밀한말씀을들을수있을까?

운문사경내에들어서자마자만세루곁에청청하게살아계시는나이4백살이넘는소나무한그루를친견할수있다.이소나무는세월의풍상에꺾임이없이영원한젊음을내뿜고있다.동구에있는다른소나무들은가지마다가을을그잎에달고있는데소나무만은전혀계절의바람에동요됨이없이청청하고청청할뿐이다.‘영원한젊음’이란바로이를두고하는말일것이다.

4백살의젊음앞에숙연해진다.

이소나무를두고사람들은가지가처졌다고해서‘처진소나무’라하고,

키는작고가지가가로뻗어옆으로퍼졌다고해서반송(盤松)이라고도부른다.

그런데이소나무는오래살다보니그도량에서수행하는효성스런사람들한테서한해에막걸리열두말씩을공양받는다.

주량이대단하다.

그런주량의영향덕인지감기몸살한번치르지않고오늘처럼저렇게정정하시다.그래서주송(酒松)이란별명도얻게되었다.

나는운문사에들를때마다맨먼저비로전부처님께문안인사를드린다.

일반불상의전형에서벗어난그분만의독특한형상에인간적인호감을느낀다.얼굴모습도여느불상과는달리시골의장터에서흔히볼수있는그런표정이고,오랫동안가부좌로앉아계시니다리가저려슬그머니바른쪽다리를풀어놓은그모습이너무나인간적이다.인자한시골할아버지같은이런불상은아무데서나친견할수없다.

운문사의은행나무와반송과비로전부처님이부르시기에이따금나는그곳에간다.

-글:월간맑고향기롭게11월호/사진:성북동길상사/출처:길상사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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