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인터뷰의 대가가 되어 죽고 싶다” -셀프 인터뷰 나 김점선
그를만난건행운이었다.그의인터뷰글은읽고난후에도머릿속에서늘붓자국으로남았다.그리고머릿속이캔버스인양한동안휘젓고다녔다.때론공격적으로,때론감성적으로,철학적으로,제멋대로!그렇게대한민국의내로라하는문화예술인16명을그려냈다.그긴여정을그가마무리한다.


Prologue…

지난여름,한창더울때<우먼센스>를위한인터뷰를시작했다그후계절을한바퀴돌아다시슬슬추위를느낄때그일을마친다.늘진행기자와사진기자가인터뷰할사람에게나를데려다주었다.나는생전처음보는사람을그렇게만났다.

만나는순간,말하기시작했다.

열심히질문하고그대답을,그리고그말투나느낌을부지런히메모하고기억하면서집으로돌아왔다.거기서,내책상,내컴퓨터가있는나의공간에서그날만난사람에대한글을완성해서전송했다.

나는한달에딱하루를인터뷰하는데썼다.한번만나고집에와서새벽이오기전에처리해버렸다.나는글을오래생각해서쓰지않는다.어떤느낌이들면그대로천둥번개처럼순식간에

써버린다.자판에손을얹고앉으면그대로일필휘지를날린다.

한숨에갈겨버린다.

그러고나서도다시고치거나생각하지않고전송을눌러버린다.후회하지도않는다.누가읽고욕하든지말든지신경도쓰지않는다.나는순간에뿜어나오는나의활화산같은호흡을믿는다.나도글을수없이고쳐가면서쓰던시절이있었다.그런데지금은그러지않는다.

지금은무의식에맡긴채나의총체적인순발력만믿는다.수십년동안생각을글로써온나자신을믿는다.첫단계훈련을마쳤다고생각하는듯하다.그래서다음단계로막쏟아내기를행한다.어디서나뚜껑만열면글줄기를줄줄흘린다.이런글쓰기를,대화하기를대신해서즐긴다.이런글쓰기는나의그림그리기에전혀지장을주지않는다고스스로외쳤다.오히려내생활에활기를주는양념이라고소리쳤다.

벌써그리워지는‘쓰기용인터뷰’


<우먼센스>에인터뷰글을쓰면서처음만난사람들이많다.표민수피디,정명훈,앙드레김,김영희피디,소설가은희경,김창완,이승철,빅마마,김혜자….나머지사람들은나의일상생활에서저절로만나지는친구들이다.

진행기자가섭외에실패하고,원고마감일은다가오는데,인터뷰할사람마저정하지못한난처한상황이발생하기도했다.그러면나는내친구들을만나지도않고기사를써갈겼다.김중만과장영희,김방옥….그들에게양해를구하지도않고먼저기사를써서넘기고내가가지고있는사진들을그냥실었다.

왜그랬을까?내가<우먼센스>발행인도아니고,내글한번쯤빠진다고망하는것도아닐텐데….그러면서생각했다.이것이범죄인가?모른다.범죄면누군가가수갑을가지고나를잡으러오겠지,적어도그때까지는평온히그림그리고글쓰고하면서게으르게살아있어야지하면서살았다.


이연재를끝내기로한무렵방송인터뷰섭외

(KBS1TV<문화지대>의‘화가,김점선이간다’코너:편집자주)가나에게들어왔다.책을위한글쓰기인터뷰가아니라TV를위한말하기인터뷰를하라는것이다.용감하게응했다.

또다른모험을시작하는것이다.작년여름<우먼센스>인터뷰를시작할때도모험이라고생각했는데,그모험이라는일도일년이라는시간이흘러가고,마칠즈음이되어서는전혀긴장이없어져버렸다.그런경험을통해서나는훈련의힘을믿게되었다.

그래서방송인터뷰일이주어졌을때과감히선택하게되었다.

얼마후면나는또다시새로운일을찾을만큼적응이되겠지

고생각했다.말하기인터뷰를시작했다.처음엔나자신의

습관과마찰이많았다.나는자꾸말하다가멈추고생각에잠겼다.

수없이피디에게주의를받았다.동영상에서는긴침묵을

허용하지않는다.생각을말로즉석에서,순발력있게표현해야

한다는법칙이있는듯하다.뿐만아니다.사진을찍을때는한두번자세를취하기만하면됐다.

그런데동영상은늘자세를바르게하고얼굴표정을관리해야한다.

늘웃으라는주문을듣는다.나는자연스럽게,지겨우면찡그리고비참하면더찡그린다.그런

잡다한일들이더많이긴장시킨다.나는벌써침묵을허용하는쓰기용인터뷰를그리워하기

시작했다.아무렇게나찡그리고듣고말할수있는종이매체를위한인터뷰를그리워하는것이다.

한편으로는격세지감을느꼈다.나의청춘시절,나는불량복장이라는말도안되는죄목으로

툭하면구치소에갇히기까지했다.나는나의헝클어진복장과머리칼때문에인생의행로까지

바꾼사람이다.1960년대에구멍난더러운청바지에물감묻은더러운옷을입고살았다.

지금젊은이들은멋으로그렇게입겠지,그렇지만나는그때그옷이곧작업복이었다.

일하다가잠시밥먹으러길을걷거나물감을사러다니거나했다.

그때부터지금까지나는변한게없다.교복을벗은다음부터나는폭발하듯이자유로워졌다.

옷차림에서머리모양까지,아무것에도신경안쓰는‘집없는천사’차림이었다.

요즘말로는노숙자패션이다.바로그런모습때문에수없이괴롭힘을당하면서도무심히

그림을그렸다.나는변한게없다.외모도의식도.그런데,붙잡아다가구치소에가두던

사회가나를불러일자리를주겠다고했다.불량인간으로취급받던인간을풀샷으로

보여주겠다는세상을나는그냥무심히받아들이는것이다.

세상도그렇게변하는구나하면서….

열심히다른짓들을하다가,나는다시글쓰기인터뷰로복귀할것이다.

어디에쓸지는모르지만어쨌든나는다시글쓰기인터뷰로복귀할것이다.

그리하여인터뷰라는문학장르를완성하고죽을것이다.

세계적으로인터뷰의대가가되고난뒤에,나는죽을것이다.

그렇게인터뷰는매력이있다.그것은어떤인간의내면을허가받고파고드는일이다.

공개적으로침공해들어가는것이다.그런공격성과적극성이매력이다.

그러면서거기서파생되는미세한떨림을감지해서꿈꾸는듯한언어로완성해내는즐거움!

인간과인간이만들어내는순간적인만남은,인위적으로만드는돌발적인것도또한황홀하다.

그리고무엇보다도완전히망각해버리는,그래도아무런상처도남기지않는만남이라는

사실도황홀한일이다.나는인터뷰를통해서만난사람들을거의다시만나지않는다.

그저그것으로서지구에서의인연을마감해버리는것이다.

그렇게인터뷰하는동안나는몰두하고,전부를투입하고,전부를끌어내려고애쓰고,

거기서실패하면나는다시시도하지않는다.결론을내려버린다.아주닫아버린다.

완전히망각한다.다시는마주하지않는다.이것이끝이다.

그렇게나는인터뷰에임하고행했다.

우먼센스2005년12월호-글기자:국견/사진기자: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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