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연재를끝내기로한무렵방송인터뷰섭외
(KBS1TV<문화지대>의‘화가,김점선이간다’코너:편집자주)가나에게들어왔다.책을위한글쓰기인터뷰가아니라TV를위한말하기인터뷰를하라는것이다.용감하게응했다.
또다른모험을시작하는것이다.작년여름<우먼센스>인터뷰를시작할때도모험이라고생각했는데,그모험이라는일도일년이라는시간이흘러가고,마칠즈음이되어서는전혀긴장이없어져버렸다.그런경험을통해서나는훈련의힘을믿게되었다.
그래서방송인터뷰일이주어졌을때과감히선택하게되었다.
얼마후면나는또다시새로운일을찾을만큼적응이되겠지
하고생각했다.말하기인터뷰를시작했다.처음엔나자신의
습관과마찰이많았다.나는자꾸말하다가멈추고생각에잠겼다.
수없이피디에게주의를받았다.동영상에서는긴침묵을
허용하지않는다.생각을말로즉석에서,순발력있게표현해야
한다는법칙이있는듯하다.뿐만아니다.사진을찍을때는한두번자세를취하기만하면됐다.
그런데동영상은늘자세를바르게하고얼굴표정을관리해야한다.
늘웃으라는주문을듣는다.나는자연스럽게,지겨우면찡그리고비참하면더찡그린다.그런
잡다한일들이더많이긴장시킨다.나는벌써침묵을허용하는쓰기용인터뷰를그리워하기
시작했다.아무렇게나찡그리고듣고말할수있는종이매체를위한인터뷰를그리워하는것이다.
한편으로는격세지감을느꼈다.나의청춘시절,나는불량복장이라는말도안되는죄목으로
툭하면구치소에갇히기까지했다.나는나의헝클어진복장과머리칼때문에인생의행로까지
바꾼사람이다.1960년대에구멍난더러운청바지에물감묻은더러운옷을입고살았다.
지금젊은이들은멋으로그렇게입겠지,그렇지만나는그때그옷이곧작업복이었다.
일하다가잠시밥먹으러길을걷거나물감을사러다니거나했다.
그때부터지금까지나는변한게없다.교복을벗은다음부터나는폭발하듯이자유로워졌다.
옷차림에서머리모양까지,아무것에도신경안쓰는‘집없는천사’차림이었다.
요즘말로는노숙자패션이다.바로그런모습때문에수없이괴롭힘을당하면서도무심히
그림을그렸다.나는변한게없다.외모도의식도.그런데,붙잡아다가구치소에가두던
사회가나를불러일자리를주겠다고했다.불량인간으로취급받던인간을풀샷으로
보여주겠다는세상을나는그냥무심히받아들이는것이다.
세상도그렇게변하는구나하면서….
열심히다른짓들을하다가,나는다시글쓰기인터뷰로복귀할것이다.
어디에쓸지는모르지만어쨌든나는다시글쓰기인터뷰로복귀할것이다.
그리하여인터뷰라는문학장르를완성하고죽을것이다.
세계적으로인터뷰의대가가되고난뒤에,나는죽을것이다.
그렇게인터뷰는매력이있다.그것은어떤인간의내면을허가받고파고드는일이다.
공개적으로침공해들어가는것이다.그런공격성과적극성이매력이다.
그러면서거기서파생되는미세한떨림을감지해서꿈꾸는듯한언어로완성해내는즐거움!
인간과인간이만들어내는순간적인만남은,인위적으로만드는돌발적인것도또한황홀하다.
그리고무엇보다도완전히망각해버리는,그래도아무런상처도남기지않는만남이라는
사실도황홀한일이다.나는인터뷰를통해서만난사람들을거의다시만나지않는다.
그저그것으로서지구에서의인연을마감해버리는것이다.
그렇게인터뷰하는동안나는몰두하고,전부를투입하고,전부를끌어내려고애쓰고,
거기서실패하면나는다시시도하지않는다.결론을내려버린다.아주닫아버린다.
완전히망각한다.다시는마주하지않는다.이것이끝이다.
그렇게나는인터뷰에임하고행했다.
우먼센스2005년12월호-글기자:국견/사진기자:이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