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봉양꼬치’를읽고
2006년조선일보신춘문예당선작중단편소설을꼼꼼히읽고싶어
종이신문을보관해두고어제야겨우짬이나서천천히읽었다.
한마디로근몇년동안읽어온당선작중에서이토록맘을빼앗긴작품은없었던것같다.
(솔직히읽어본작품이많이없는이유도있겠지만…)
전문가들의심사평에도’…골라내기가어렵지않았고어쩌면단한편의준비된작품…’이었단다.
학명은Alliumtuberosum피를맑게하는데효과가있다고
나무를하다보면자주손등이나다리어디찢기고긁혀
돌아오는길이절뚝거린다하루해가저문다
비로소어둠이고요한것들을빛나게한다
별빛이차다불을지펴야겠군
이것들한때숲을이루며저마다깊어졌던것들
아궁이속에서어떤것더활활타오르며
거품을무는것이있다
몇번이나도끼질이빗나가던옹이박힌나무다
그건상처다상처받는나무
이승의여기저기에등뼈를꺾인
그리하여일그러진것들도한번은무섭게타오를수있는가
언제쯤이나사는일이서툴지않을까
내삶의무거운옹이들도불길을타고
먼지처럼날았으면좋겠어
타오르는것들은허공에올라재를남긴다
흰재,저흰부추밭에뿌려야지
흰부추꽃이피어나면목숨이환해질까
흰부추꽃그환한환생
재를남긴다
흰재,
신춘문예당선소감들을모아보면서
소설을읽기전까진부추꽃인줄도몰랐고
그림왼쪽의싯귀도박남준시인의
‘흰부추꽃으로’인줄도몰랐다…
대강의줄거리를소설부문심사위원(소설가윤후명,최윤)의심사평에서일부요약해본다.
#경계인과코스모폴리탄
어제는방학을하여미국에서잠깐귀국한시누이가족들과서울에있는가족들이모두모인날이었다.
배가남산만큼부른딸아이를오랜만에보는조카들은날씬한모습에만익숙해있다얼마나놀라는지
어찌넷째까지도전을하냐고…
젊은그들-대학4학년,男.대학2학년,女.군복무중인셋째시동생막내,男.-그리고결코
젊지않은두딸가진큰시누이장남까지계속고개를흔들며’대에~~단하다!’란말만연거푸했다
딸아이는코트까지벗은민망한모습이부끄러운지’이모습은기억속에서빨리잊기를바란다’했고
나는아무잘못도없으면서’일년후를기대해라옛모습나올끼다화제를돌려라’란말로괜히너스레를.
고기를굽고먹고술도한순배돌아가고오랜만에만난서먹함도점점사라지자
아이들도상차림에서물러나지들끼리어울려놀무렵
딸셋과아직성별미확인뱃속아이를만든당사자인사위에게
"딸셋중누가제일예쁘냐"는나도자주듣고가끔하는어리석은질문을한다
한삼초간생각하더니-아니면준비한대답인지"산호엄마가제일예쁩니다"현답(?)을해준다.
모두’예이~~’하며웃는동안나는’가리봉양꼬치’내용이자꾸생각난다.
이쪽저쪽에도속하지않고겉도는경계인에속하는주인공이지금은행방불명된,
모든사람들을잘아우르는코스모폴리탄인아버지에게고민을호소하는장면이있는데
그런성격의아버지-누구에게도적이되지않는-를불법체류자나무연고시체보관소에서조차
찾지를못하는가슴아픈장면이어제하루종일침전물처럼갈아앉아흘러가지않았던거다.
그대목대목이그우문과어쩌면현답을듣자마자생각난이유는무엇일까
………
닝안시에서조선어교사를했던아버지-소학생이던주인공을약1만년전
화산분출때생긴중국최대의호수부근발해의유적지까지데려가
‘발해성터에서무엇을해야할꼬.나라일걱정에하룻밤이일년같구나.’하고
읊었다는어느독립운동가의이야기도해주던-는어느쪽에도속하지못해겉도는것같지만
실은양쪽을잘아는사람들이바로경계인이고,그들이야말로양쪽에서
바라는것을만들어낼수있는사람들이라고언제나힘을실어주는부분이있다.
사람들은자주편가르기를좋아한다아이들부터어른까지
엄마가좋아아빠가좋아…할아버지가좋아할머니가좋아
시시때때로별다른생각없이나부터도그런다
이쪽저쪽아무곳에도속하지않는어쩌면아웃사이드같은경계인을경계해야할까
이소설주인공아버지처럼모두에게바라는것을만들어낼수있는사람인그들에게호의를가져야할까
모두를수용하는코스모폴리탄은무난은하지만또너무개성이없는성격은아닐까
하지만나이들면이경계에서모두해방되는건또아닐까
(이문제는좀더생각해볼부분이다너무길어져서…)
아..다시박남준…‘옹이박힌나무’이야기도해야하는데
요즘흔히만나는현학적이고난해한시처럼어렵지도않고말장난도없고
‘중국조선족의삶을,고난앞에늠연한한젊은이의내면을통해자연스레녹여내어
바로우리의현실로불러내오는솜씨는단순하지않다.’는이소설을읽고
나름대로느낌을풀어내고싶었지만내공부족으로건드리다만것같다.
허나我本無家更安往
‘내본시집없거늘또어디로간단말이냐’허무한싯귀와박남준의시가계속머릿속을떠다닌다
안개속처럼쉽게다가가지못하겠는주인공의꿈인’발해풍의정원’또한
다읽어내고도짐작할수없는아련한풍경이어서
오래오래잊혀질것같지않아당선자의차기작도기대를하고싶다.
2006.1.3참나무.
두서없는잡글이지만새벽을오래오래연시간이아까워그냥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