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보를 짓다 / ‘어느 귀인을 위한 환상곡’

조각보를짓다-이은규(2006년국제신문신춘문예당선작)

그믐,공명쟁쟁한방에외할머니앉아있네요오롯한자태가새색시처럼아슴아슴하네요쉿,그녀는요즘하늘에뜬저것이해이다냐달이다냐,세상이가물가물한다네요오늘따라총기까지어린눈빛,오방색반짇고리옆에끼고앉아환히열린그녀,그웃음자락에서꽃술향이피어나기는어찌아니피어날까요시방그녀는한땀한땀시침질하며生의조각보를짓고있네요허공속에자투리로남아있을어제의어제들살살달래며,그옆달뜬호명을기다렸을,아직色스러움이서려있는오늘의오늘들을공들여덧대네요때마침그믐에걸린구름이얼씨구몸을푸는데,세상에서제일바쁜마고할멈절씨구밤마실나왔나봐요인기척도없이들어와선그녀옆에척하니,그큰궁둥이를들이대더라고요그러더니공든조각보가어찌곱지않으랴,조각보에공이깃들면집안에복인들왜안실리랴,이러구러밉지않은훈수를두네요마치깨진기와조각으로옹송옹송살림차리던소꿉친구모양새로앉아서는말이지요마고할멈의넓은오지랖이야천지가다아는일,그말씀받아모신그녀는손끝을더욱맵차게다독이네요한때치자빛으로터지던환희들이어울렁,석류잇속같이아린화상의점점들이더울렁,쪽빛머금은서늘한기원들까지어울렁더울렁바삐감칠질되네요生의감칠맛이더하던,갖은양념같은농지거리들도착착감기며공글리기되더니,이내그色들色들어우러져빛의시나위휘몰아치네요드디어,우주를찢고한장의조각보가첫숨을탔네요금방이라도선율고운장단이들썩이며펄럭일것같네요저만치아직조각보에실리지않은시간들은羽化登仙이라적힌만장을펄럭이며서있네요어느새자리를털고일어서는마고할멈다빠져버린이빨설겅설겅한잇바디내보이며방짜유기빛으로쨍하게웃고요외할머니야그조각보를가슴에안고어린애처럼좋아라,술렁술렁일렁일렁거리네요마침장지문밖에서그믐달이막玄牝之門으로드는때말이지요.

안부게시판에서…bypluie

고마워요새해첫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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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소감-이은규

추사의’사난결(寫蘭訣)’에는"인품이고고특절하여야화품도높아지는것인데세인이공연히형상만같이하기에애를쓰거나혹은화법으로만꾸려가려고애쓰는이들이있다.또비록9천9백99분까지는누구나다할수있는것이나9천9백99분까지갔다고난이되는것이아니요,그9천9백99분까지간나머지1분이가장중요한난관이니이난관을돌파하고서야비로소난을그린다할것이다"라는크고깊은문장이나온다.

화(畵)의길과시(詩)의길은일맥이며상통한다고생각한다.추사가"나머지1분의경지는누구나다될수있는것이아니니말하자면인력으로되는경지가아니요,그렇다고인력이외의것도아니라"고한그1분의경지는내겐먼먼미래의이야기이다.오히려그미래를위해이제비로소9천9백99분까지의험한행로가눈앞에준비되어있을뿐이다.하지만내게시는달게받아모실고통이자희열이고,또푸른미래이다.

시인으로살아가는고통과희열을늘몸소보여주시는고재종선생님과남도의미풍으로다가오는광주대문창과교수님들께감사드린다.그리고사랑하는가족들,천금같은내귀인께도어여쁜절올리고싶다.아울러가능성하나만을믿고내시가세상첫숨을타도록도와주신심사위원선생님께감사와함께부지런히쓰겠다는다짐을올릴밖에다른도리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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