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빙행(鑿氷行) 과 사투리의 묘미

딸아이가얼마전배가남산만할때지네딸셋을데리고

동네교회에다녀와서그날들은목사님의설교를들려주는거다.

육니오사변(그목사님발음그대로)이북에서남쪽으로피난할때최고의악조건..

예를들면병든노모에갖난아이까지주렁주렁달린가족들이

홀홀단신보다살아남은확률이더높았다는이야기를해주시더라면서

딸아이는그말을믿는것같았고나도그때는고갤끄떡거리면서그럴수도있겠다했다

지금생각하니그목사님이믿을만한사실을근거에두고예문을드신건지

좀은’믿거나말거나’이긴하지만어쨋거나나쁜환경이나조건때문에

남보다더많은노력을해서잘사는경우는많이봐왔다…

쉬운예로친정의친가쪽배다른삼촌고모나외가쪽외삼촌이모들도

자랄때아무래도설움을좀은당해서독한맘을먹어서인지

본가의큰아버지작은아버지고모들보다나름대로세속적풍족은더누리고사셨던것같다

(이야기가또삼천포로빠지는군…;;)

다시본론…

요며칠딸아이가산후조리원에들어가고급한일도한시름놓고시간은많은데도

책한권안읽으면서딸아이출산전후산부인과병동에서의빡빡한일정속에서는

왜그리편안한여유로만나는활자가그리웠던지

매일같이엉거주춤허리꼬부린산모랑그곁엔하나같이걱정스런표정의남편들을

엘리베이터에도만나고산모랑거의닮은…누가봐도친정엄마같은어른들을

비슷한포즈나표정으로만나는것도처음엔신기하고

우유병소독실에서만나면괜히동류의식같은기분도들고했지만

점점똑같은생활에진력이날즈음어쩌다휴계실에서

책이라도볼시간이나면그렇게소중할수가없었다.

물론그책들은대부분얇고내용들도별로긴단락들도아닌데도

매번끝까지못읽고중간에호출을당하야무수리가되어

네이~~하며달려가야했기때문에

아유~~언제맘놓고책좀볼수없나~~하는심사가되버려서일까

그러면서도일주일동안휴계실에비치된책과가져간시집은거의마스터한것같다.

#경향잡지

병원생활하는동안읽은경향잡지첫장에나오는

[아랫사람들이우예사는지그걸잘알아야지]를읽다

영남지방사투리에빠진적이있다(정확히어느지방인지는잘모르겠지만)

아주귀한옛날사진과그에얽힌이야기를풀어놓은것인데

혹시넷상으로사진을찾을수있나검색하다못찾고

(안창남최초의비행사사진은수도없이발견했지만)

이잡지는한국에서지령(誌齡)이가장오래된가톨릭종교잡지라는정보만알아냈다

내가찾는사진의작가는이지누[잃어버린풍경][백두산을찾아서]라는책을쓴분이란다.

이번1월호는창간100주년기념호라바로뒷장에는’경향초대석’,

이해인수녀님의최근모습과축하글도올라와있다.

인터넷에홈페이지라도있으면드르륵~~올려볼까

아무리찾아도못찾고별로길지않아필사에도전해본다

글과사진이지누(www.leejinu.com)<–원하는글과사진은못찾았음.

다운받는거는자꾸에러만나고…;;

몇해전겨울.꽁꽁얼어붙은낙동강을걷다가만난김씨아저씨.

두툼한귀마개에끔지막한톱까지들고있던그이.

"이춥운데강에서뭐하니껴?

"누구?내요?강에얼음짜르러가니더."

"한겨울에얼음은뭐할라꼬…"

"이거이래해가석빙고카는거이잖니껴.옛날냉장고.그안에다넣는거래요."

"해마다겨울에이래강에나오니껴?"

"어데,올개처음이시더"

그이는두껍게얼어붙은강위로올라가볏단하나를놓고얼음위에펄퍼덕앉더니

설겅설겅톱질을시작했습니다.살을에는듯강바람이얼굴을스쳐갔지만김씨목덜미에는

송글송글땀이났습니다.그렇게몸을움직이며일을해도손가락이떨어져나갈것같은지

장갑낀손을연신’호호’불어보지만동장군을견뎌낼재간이없습니다.

"거봐라.누구없나.나무갖다가불좀피와봐라.이래춥어가뭐아무것도못하겠네."

라며소리를치더니

"추울낀데저같이가서몸이라도좀녹이고또하시더."합디다.

*그다음장엔억수로(갱상도사투리라자연스럽게나와버리네..;;)긴톱과양머리수건하딕기

귀에솜방망이같은시커먼귀마개를하고하얀두루마기에짚신을신은남자가서서폼을잡고있는사진

*그뒷장엔톱으로언강물을흥부부부가박켜듯설겅설겅켜는사진

*그옆사진은소달구지에얼음싣고가는사진수록

(디카한방이면될것을구차하긴참나원…..스케너도있는데아들이연결안해줌..쯧….-_-;;;.)

멀뚱히옆에서구경만하는것뿐인데도그이는모닥불하나를같이나누잡니다.

모닥불에둘러서서언젠가읽었던조선중기김창협이라는선비가지은

얼음뜨는자들을위한노래인‘착빙행(鑿氷行)’이라는시를읊어주었습니다.

"…꽝꽝도끼로얼음을찍어내니

울리는소리가용궁까지들리겠네.

………….

고대광실오뉴월무더위푹푹찌는날에

여인의하얀손이맑은얼음을내어오네

난도로그얼음깨자리에두루돌리니

멀건대낮에하얀안개가피어나는구나

왁자지껄이양반들더위모르고살아가니

얼음뜨는그고생을그누가알아주리

그대는못보았나?

길가에더위먹고죽어뒹구는백성들이

지난겨울강위에서얼음뜨던자들인것을."

"아이고,그기딴사람이야기가아이라바로우리들소리니더.

옛날에어데강에서얼음짜르던사람들이여름에그거손이라도대봤겠니껴.

어림도없는이야기라.우리같은사람들이다맨들어노마그것들은갖다쓰기만했지.

그시누가썼는지그사람정신이똑바린사람이네.

그래도글줄이나쓰고선비라카마아랫사람들우예고생하는지

그런거를잘알아야되는기라.

그런데우리나라정치하는사람들은전부우째그모양인지."

그러면서웃음머금고동동주를내밀던그이.

얼음소달구지에싣더니녹자마라고덕석까지덮었습니다.

그리고석빙고로간다며훌훌떠나갔습니다.

찬바람몰아치니문득그이생각이납니다.

낙동강에얼음얼었단소리들리면길나서봐야겠습니다.

참고로행은읽기좋게내맘대롭니다

저는여즉가운데손가락독수리콕콕이고

다행히아직돋보기착용은안합니다만

(이거시간엄청투자한겁니다…아유~~~)

낼모래쯤이면황태자랑중전마마가납시어저는또무수리생활로돌입해야하니

이런한가함도조금뿐일것같아괜히…

착빙행처음들어보는詩ㅂ니다(무식이탄로나면우야꼬…)

그래서찾아봅니다

empas에서

鑿氷行얼음뜨는자들을위한노래

          김창협金昌協
          1651(효종2)~1708년(숙종34)
    季冬江漢氷始壯늦겨울한강에얼음이꽁꽁어니

    千人萬人出江上사람들우글우글강가로나왔네.
    丁丁斧斤亂相착꽝꽝도끼로얼음을찍어내니
    隱隱下侵馮夷國울리는소리가용궁까지들리겠네.
    착出層氷似雪山찍어낸얼음이산처럼쌓이니
    積陰凜凜逼人寒싸늘한음기가사람을엄습하네.
    朝朝背負入凌陰낮이면날마다석빙고로져나르고
    夜夜椎鑿集江心밤이면밤마다얼음을파들어가네.
    晝短夜長夜未休해짧은겨울에밤늦도록일을하니
    勞歌相應在中洲노동요노래소리모래톱에이어지네.
    短衣至간足無비짧은옷맨발은얼음위에얼어붙고
    江上嚴風欲墮指매서운강바람에언손가락떨어지네.
    高堂六月盛炎蒸고대광실오뉴월무더위푹푹찌는날에
    美人素手傳淸氷여인의하얀손이맑은얼음을내어오네.
    鸞刀擊碎四座편난도로그얼음깨자리에두루돌리니
    空裏白日流素霰멀건대낮에하얀안개가피어나네.
    滿堂歡樂不知暑왁자지껄이양반들더위를모르고사니
    誰言鑿氷此勞苦얼음뜨는그고생을그누가알아주리.
    君不見그대는못보았나?
    道傍갈死民길가에더위먹고죽어뒹구는백성들이
    多是江中鑿氷人지난겨울강위에서얼음뜨던자들인걸.

    *간(骨+干),비(尸+非),갈(日+曷),편(두인변+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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