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 황인숙

황혼

쉬잇,때는지금이에요.
조금씩,조금씩일렁이며
하늘이열리고있지요?
오,저스며들어오는
이세상의것이아닌향기
이세상의것이아닌빛깔
이세상의것이아닌고요
오,이세상의것이아닌마음,
조금씩열려퍼지는문.
빠져나갈시간은바로지금이에요.
나무에물이오르듯
저틈에나직이엎드려
한점한점스미어
오,이슬방울처럼
터져나가요!
오,이세상것이아닌마음.

연분홍치마가봄바람에휘날리더라
오늘도옷고름씹어가며
산제비넘나드는성황당길에
꽃이피면같이웃고꽃이지면같이울던
알뜰한그맹세에봄날은간다

새파란풀잎이물에떠서흘러가더라
오늘도꽃편지내던지며
청노새짤랑대던역마차길에
별이뜨면서로웃고별이지면서로울던
실없는그기약에봄날은간다

열아홉시절은방황속에슬퍼지더라
오늘도앙가슴두드리며
뜬구름흘러가는신작로길에
새가날면따라웃고새가울면따라울던
얄궂은그노래에봄날은간다

봄날은간다/한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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