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선생님 때리는 세상 ( 글쓴이 류 근)

제목:학생이선생님때리는세상

글쓴이:류근

날짜:2006-05-26오후5:09:53/출처:oisoo.co.kr

1.
고등학교시절에우리학교는기술이라는과목을배웠다.요즘도그런과목을배우는지모르겠다.주로자동차에관한내용이대부분이었다고기억된다.그담당선생님별명이빈대였다.단순히함자에’빈’자가들어가서붙여진별명이었겠지만,키는대충삽자루만하였고얼굴은어딘가푹짙눌린것같았는데찌그러진눈아래빈대코가제대로어울려서빈대라는별호를참으로그럴듯하게떠받치고있었다.하여간그선생님,수업시간에강의는거의안하고3분의2쯤되는시간내내아이들단체체벌하느라체력을소진하곤하셨다.

이런식이었다.
"느희들,지금부터3분동안45페이지부터55페이지까지전부다암기한다.실시!"
아이큐가아무리좋다해도처음부터불가능한과제였다.그3분의시간역시군대식3분이었으니사회시간으론거의30초쯤에지나지않았다.잠시의엉터리카운트다운이끝나고나면예외없이곡조를붙인지명이시작되곤하였다.젤앞자리부터종렬로손가락을가리키며,"너!너!너너너너너너!나와,나와,나우와,나우와,나우와!"
이렇게하다보면학급의거의모든친구들(어쩌다미리암기해오는미친넘(!)들이하나씩있곤했다)이칠판앞에오리떼처럼모여들게마련이었다.그러면그선생님은배팅박스에선야구선수처럼목장갑을죄게끼고선풀스윙으로’조져대기’시작했다.마지막한명까지다조진후가쁜숨을몰아쉬며교실을둘러본후엔어김없이,그때까지모처럼의행운에기뻐하고있던단한명(미리암기해온넘)을향해일갈을날리시곤했다.
"얌마!넌친구들이다맞는데의리없이혼자빠져있냐?너도나우와!"

2.
수학선생님은지금생각해도좀과도한컴플렉스에시달린분이었다고기억된다.동네에서이미방위출신이란걸다알고있는데도불구하고언제나공수부대출신이었다고주장했다.주장만한게아니라숫제리얼한무용담까지구비해서목소리를높이곤하셨다.게다가검도는3단이었고,유도와합기도,태권도까지도합15단이었다(아무도안믿었다).그선생님의말투또한여간독특한게아니어서,남자가여자흉내낼때흔히쓰는말투와흡사했다.그런좀멀미스러운말투로공부못하는아이들기를죽이곤했는데,주로써먹는아이템이’쥐약’이었다.
"얘들아,니들있잖니.10원씩걷어서저새끼쥐약한병사서줘라.저런새끼는있잖니,쥐약먹여서빨리죽여야나라가편해진다."
또는좀더살벌하게는,
"독일에서는있잖니,저렇게저능한새끼들은아예생식기능을없애버린다.열등한유전자를퍼뜨리지못하게하겠다는거지.우리나라는언제나그런제도를도입하려는지원…."이런식이었다.
어느날엎드려자다가일어나서,예의그쥐약타령하는선생님을향해동전하나던졌다가어금니한대작신망가진열혈소년이하나있었으니,그가곧나였다.

3.
요즘뉴스를보자니뻑하면학생이선생구타한사건으로시끌거린다.학부모가쳐들어가선생무릎꿇린일로여론이들끓는다.그런일을두고서인터넷엔참으로어처구니없는댓글들이난무한다.학생이선생때렸다는데웬잡론이그렇게도많은가.학생이선생안경이깨질정도로주먹을휘두르고,학생이쓰러진선생발로찼다는데’선생이문제있으니까학생이대들었겠지’라는생각은도대체어느시러배연놈들이수입해온이국종쓰레기인가.

선생이문제있으면학생이구타해도괜찮다고?그런삼류양아치호혜평등의세상이불러올미래를생각해봤는가.선생의권위가그런식으로엎어져버리면세상의옳은일과그른일은누가가르칠것인가.돈으로산사교육용역에그역할을맡길것인가.정치인이,공권력이직접아이들에게그것을가르칠것인가.돈과폭력의권위가세상의제일가치라고가르칠것인가.참으로답답하고한심한노릇이다.

촌지받는선생,폭력을예사로행사하는선생,인격적으로수양이덜된선생을말하는사람들있다.물론세상에그런선생들있다.하지만우리나라교단에과연그런선생들밖에없을까.과거에무능교수물러나라고수업거부를예사로하던시절에칠순넘은시인구상선생님께서눈물이그렁한눈으로말씀하셨다."여러분,책한줄을더읽어도선생이요,하루를더살아도선생이요,그욕을다받고도교단을지키는사람이선생입니다."

제발이러지들말자.아무리막돼먹은세상이라고해도우리의교실을일본식무협판타지만화의시현장으로망가뜨릴수는없는것아닌가.학생이기간제교사때렸다는데’선생의지도미숙과학생의순간적흥분이부른우발적사고로양자에게실수가있으니…’운운해가며선생에게는사직서를받고,학생에게는겨우’전학권고’정도로사안을축소시키려애쓰는안일함역시철퇴를맞아마땅하다.선생이한낱쥐꼬리월급쟁이로보이고,선생이맘에안들면교실에서함부로구타당하는세상.이런세상이야말로재앙이고공포다.선생이살아야아이들이살고,아이들이제대로살아야미래가산다.

(위에소개한두선생님,지금같으면학부모들찾아가무릎꿇리고,학생한테맞아거의불구가돼있을것같지만,어쩌다학교찾아가뵈오면눈시울찡해지는정다운은사님들이시다.)

P.S:

오랜만에통쾌한글을만나허락받고빌려왔습니다

류근님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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