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 기자의 ‘행잉록의 소풍’ 에 관한…

비가지겹게오던날

나가지도못하고일도손에안잡히던날

지루한일상을어쩌지못하던’중국남자’가생각났다.

마르그리트뒤라스의자전적소설을영화화한‘연인’이끝장면에흐르던쇼팡과같이

그리고오래전읽었던단편도하나…

…안에있는아들보다밖에있는아들을언제나더생각했던할머니는마지막날밤에다타버린촛불이스러지듯그렇게눈을감았다.할머니의긴일생가운데서,어떻게생각하면,잠도안자고먹지도않고그러고도놀라운기력으로며칠동안이나식구들을들볶아대면서삼촌을기다리던그짤막한기간이사실은꺼지기직전에마지막한순간을확타오르는촛불의찬란함과맞먹는,할머니에겐가장자랑스럽고행복에넘치던시간이었었나보다.임종의자리에서할머니는내손을잡고내지난날을모두용서해주었다.나도마음속으로할머니의모든걸용서했다.

정말지루한장마였다.-윤흥길-장마마지막부분.

남자둘나가고외출계획없는날은

음악볼륨높히고새벽에다못읽는조간을펼친다.

이곳저곳에서이상하게천상.병.시인이활자로많이다가온날이기도했다.

장마에관한시들을찾아봤다

백창우의노랫가사도찾아졌지만길어서그건지우고

(긴노래가2절까지있다니)

장마-천상병

내머리칼에젖은비
어깨에서허리께로줄달음치는비
맥없이늘어진손바닥에도
억수로비가내리지않느냐,
비여
나를사랑해다오.
저녁이라하긴어둠이슥한
심야라하긴무슨빛감도는
이한밤의골목어귀를
온몸에비를맞으며내가가지않느냐,
비여
나를용서해다오.

장마-나태주

하늘이여하늘이여하늘이시여
억수로비쏟아져땅을휩쓸던날.

장마-천상병

7월장마비오는세상
다함께기죽은표정들
아예새도날지않는다.

이런날회상(回想)은안성맞춤
옛친구얼굴아슴프레하고
지금에사그들뭘하고있는가?

뜰에핀장미는빨갛고

지붕밑제비집은새끼세마리
치어다보며이것저것아프게느낀다.

빗발과빗발새에보얗게아롱지는

젊디젊은날의눈물이요사랑

이초로(初老)의심사(心思)안타까워라-
오늘못다하면내일이라고
그런되풀이,눈앞60고개
어이할거나
이초로의불타는회한(悔恨)-

…허나그날블로그에글하나올리지않고

무작위로몇몇싸이트돌아다니다한곳에머물렀다.

‘언제나영화처럼’이동진기자의카페…회원이많은가보다

가끔그런사람들이부럽다

문학의산실이나명화의배경

영화의무대가된장소를찾아다니며

보장된글을쓰면서테마여행하는사람들

현지에서다시생기는에피소드등을나름대로조합해서

본국으로다다다보내는일은얼마나신나는일일까말이지

…….

젊었을땐,레코드가게직원이나주인들이참부러울때가많았다

코드가맞는단골들과정서적으로교류하며그날그날분위기에맞게

‘이런날이런음악은어때요’권해주기도하면서

혹시음악의문외한이어도직업적으로

자주듣게되면나름대로상식도늘게되고

음악이주는안식까지누릴수있지않을까하는생각으로…

취미나취향은가끔변하기도하는거니까.

글쎄…취미랑직업이같은사람들복일수도있겠고

또다른방향으로생각하면쉬는시간일하는시간

구별없어애매모호할때도없진않겠으나…

……………..

PicnicatHangingRock1975

이런생각을밑바닥에깔고건듯건듯글을읽는데

다른때랑분위기가좀다르게전해진다

아니나다를까

그날은비밀이있는글쓰기였단다.

한문장을16자가넘지않도록쓰기로작정을하고…

그러자니자연히부사나형용사를생략해야해서

문장이그렇게깔끔할수가없었다.

하필16자?

그이유는’영화읽어주는남자’라는카테고리의16번째이야기하는날이었고

그날의주제가’행잉록의소풍’이라는아주독특한영화여서
분위기를살리도록시각적이효과를노린것같았다

소녀들이아무도모르는곳으로사라진대나어쩐대나

듣도보고못한영화였다

(만일이글이7회나8회째글이었다면,

더짧은문장을만들어내느라정말엄청난곤욕을치를뻔했겠죠?^^)

라는귀여운죠크도우연히읽게되었다

심플한단문이좋다.
조선일보같은코너에교대로글을쓰는두분중
조용헌살롱을유독선호하는편이다

까놓고말하자면

다른한분의글은거의안읽는편이다(그분이나그분독자에겐대단히송구스런일이지만)

일하나더늘었다
한가한시간되면’행잉록의소풍’어떤영화인지찾아봐야할숙제다

대저이런짓거릴좋아하는편이다

밤시간은되도록작업않으려고-눈보호차원으로

참고로끝부분의글허락없이옮겨본다

……….

스콘을먹고주스를마셨다.

책도꺼내이리저리들췄다.

할일은금방바닥났다.

소풍은끝났다.

그렇지만내려갈길은보이지않았다.

모든출구는다른곳의입구이다.

우리는꿈꾸는것이아니라꿈꾸어진다.

증발의유혹은질겼다.

나누고나눈삶을대기에흩뜨리고싶은.

먼저사라진소녀들생각은이젠없었다.

삶이라는신비.

무(無)라는신비.

무엇일까.

어딜까.

그저.

또.

인터넷글쓰기참재밌다는생각을해본날이었다.

소멸이란단어도

신비만남겨두고설명은거세한…’영화란다.

행잉록을찾은여성들입니다.오른쪽에행잉록이라고쓴팻말도있습니다.(photoby이동진기자)

소녀들이사라진호주의산으로<–

이동진기자의영화기행(디렉터스컷)

캡쳐한화면도많고애쓴흔적이많습디다

좀길긴해도영화한편보는기분이들었어요

한가한시간에찾아보세요

행잉록의소풍(영화읽어주는남자)<–

사라져서다시찾아올립니다<–

ClairdeL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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