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갑수 – 새벽 강가에서 外
창가의버드나무

세월은또내게
어떤모양의달을보여주려나,
누군가먹다남은달
차마하지못한말
눈내리는창가에앉아그여자
화투패를뜹니다
空山에明月이라
기다리지않아도님이온다,
식어버린톱밥난로옆
그믐처럼눈을내리깔고서
그여자,좋았던시절을
생각합니다호오호오입김을불어가며
유리창위뜻모를글자를새깁니다
나도한때는연분홍시절이있었지하지만
지는꽃을막을수야있나,
바람이불고또바람이불고
겨울이깊어도그여자의등뒤는
닳고닳은봄
색이바랜꽃무늬벽지
창밖에는눈이내리고
낡은탁자위
그여자가놓아둔공산에는
어느새눈물이한점보름달처럼
환하게떠올라있습니다

감나무와바람의쓸쓸한연애

나뭇잎이마저다졌다
이제감나무는다가올무엇인가를
심사숙고하고있다
바람이불어감나무빈가지사이사이마다
사금파리처럼투명한햇빛을
마지막남은위로인양뿌려주고갔다
그때마다감나무는몸을들썩인다
무엇일까무엇일까
해질무렵감나무와바람의연애를
숨죽여바라보고있노라면
나는알것도같다모를것도같다
늙어간다는하염없음에대하여
먼먼기다림에
이제는희미해져가는불꽃같은
어느생에대하여…

새벽강가에서-최갑수

새벽강가
물안개가피어오른다
풀잎에서떨어진이슬한방울
잠든가을을깨워
강물따라깊이흐르게하고
그강물에얼굴을비추면
못이룬사랑도
까닭모를미움도
죄다잔잔한그리움으로만바뀌어
앞으로앞으로간다
물결처럼밀리며간다
갈대숲을흔들고가는바람처럼
나는잠시
내속이궁금해진다

RoyalPhilharmonicOrchestra-TigerInTheNight

해질무렵6시…

이음악이흐르면귀를나팔통처럼열고온신경을곤두세웁니다

제목과시인을나쁜머리에넣고곧검색창을엽니다

이곳저곳…

쉽게찾아질때도있고못찾을때도있습니다

새창열기가그래서안부게시판에시한수씩올려왔습니다

오늘처럼제맘에도와닿는시가조금어렵게라도찾아지는날은더행복합니다

인터넷고마움을느끼는순간이기도…

오늘시는듣는순간생땍쥐베리’인간의대지’한장면도떠오르네요

비행기가추락하고생사의경계를지나아랍인의얼굴을발견한순간

살아오면서만난적들도모두친구로다가오더라는…

(오래되어다잊었는데어제주말오디오북듣고알았습니다)

전부터이시인을특별히좋아했습니다

그의시일부러찾아다니고하던때가있었습니다

나이를알고더놀랬지만…

가포(歌浦)에서보낸며칠

한동안
가포에있는낡은집에가있었다
늙은내외만이한쌍의말간사기그릇처럼
바람에씻기며살아가고있는
바닷가외딴집
바다소리와함께그럭저럭
할일없이
보고싶은이없이참을만했던며칠
저녁이면바람이
창문에걸린유리구슬주렴사이로
빨강노랑초록의노을몇줌을
슬며시뿌려주고가기도했다
손톱만한내작은방에는구름처럼가벼운
추억몇편이일렁이며떠있기도했다
그집에머물던며칠동안
내가슴속아슴하게오색물무늬가지던
그러한며칠동안
나는사랑이라든가
사랑이주는괴로움이라든가하는
마음의허둥댐에대하여평온했고
그러다가심심해지면,
그런허둥댐의덧없음에대하여
다돌아간저녁의해변처럼심심해지면,
평상에모로누워아슴아슴귀를팠다
오랫동안곰곰이내지나온세월과
살아갈세월을생각했다
가끔,아주가끔
아픈듯이별들이반짝였고그때마다
감나무잎사귀들은바다와함께적막했다

부기우기

그날,가랑비는
앞산위에도놓여
지난밤앞산을불러밤새주절대던
내방쓸쓸한창틀위에도놓여
칠이벗겨진우체통위에도
빨갛게놓여
그날,가랑비는
나와함께대문밖을나섰다가
전봇대에붙은구인광고지에
또랑또랑배고픈눈길을
잠시줘보기도했다가
내가가끔가는오래된다방
곱게늙은마담의좁은이마위에도
그날가랑비는
수줍은얼굴로놓여
그날,가랑비는
하루종일부기우기
나와함께부기우기

-문학동네1998겨울

사랑에관한짧은필름

아주짧았던순간
어떤여자를사랑하게된적이있다

봄날이었다,나는
창밖을지나는한여자를보게되었는데

개나리꽃망울들이
햇빛속으로막터져나오려할때였던가

햇빛들이개나리꽃망울들을들쑤셔
같이놀자고,차나한잔하자고

그짧았떤순간동안나는그만
그여자를사랑하게되어서

아주오랜시간동안그여자를사랑해왔던것처럼
햇빛이개나리여린꽃망울을살짝뒤집어

개나리의노란속살을엿보려는순간,
그여자를그만사랑하게되어서

그후몇번의계절이바뀌고
몇명의여자들이계절처럼내곁에머물다갔지만

아직까지나는그여자를못잊어
개나리꽃이피어나던그무렵을나는못잊어

그봄날그순간처럼
오랫동안창밖을내다보곤하는것인데

개나리꽃이피어도
그여자는지나가지않는다

개나리꽃이다떨어져도
내흐린창가에는봄이올줄모른다

석남사단풍

단풍만보다왔습니다

당신은없고요,나는
석남사뒤뜰
바람에쓸리는단풍잎만바라보다
하아,저것들이꼭내마음만같아야
어찌할줄모르는내마음만같아야
저물무렵까지나는석남사뒤뜰에고인늦가을처럼
아무말도못한채얼굴만붉히다
단풍만사랑하다
돌아왔을따름입니다


당신은없고요

지붕위의별

요즈음엔
지붕위로올라가는날이잦다
내가누군가를지나치게그리워하고
또그그리움으로인해
깨진저서녘하늘처럼
가슴이아프다는말이아니다
아직도누군가를못잊어
못잊어한다는말이아니다
지붕위의빛나는별이여
어느날그대라고불리웠던
내가슴속
단단히못박힌이여
당신을사랑했었단말은더더욱아니다

별이진다
이밤누군가
이별의맑은꿈을꾸고있는가보다

단한번의사랑

한번이면된다
오직
단한번

유서를쓰듯
우레가치듯

나에게오라
부디,사랑이여
와서나를짓밟아라

최갑수1973년경남김해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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