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도 산골은 아직도 자작나무로 모밀국수를 삶고 있을까”

백화(白華)-백석

산골집은대들보도기둥도문살도자작나무다
밤이면캥캥여우가우는산(山)도자작나무다
그맛있는메밀국수를삶는장작도자작나무다
그리고감로(甘露)같이단샘이솟는박우물도자작나무다
산(山)너머는평안도(平安道)땅도뵈인다는이산(山)골은온통자작나무다

백석시를평한문인들의말잔치

▲시인백석.
백석시읽기의즐거움|최동호외지음|서정시학|410쪽|2만원
‘미래파’로불리는젊은실험시인들을가리켜황동규시인은‘숨통파’라고부른다.황시인은‘숨통파’의대척점에문태준시인을선뜻갖다놓는다.미당문학상,소월시문학상등등최근몇년사이시문학상을휩쓸고있는문태준은전통서정시의계보를21세기에잇는서정파시인들을대표한다는뜻이다.

황시인은“백석시의영향을크게받았으면서도,세련되게영향을받았기때문에깔끔하다”고문태준의시를호평했다.1930년대의시인백석이오늘날서정시의전범(典範)으로받들어지고있다.

‘내지렝이는/커서구렁이가되었습니다/천년동안만밤마다흙에물을주면그흙이지렝이가되었습니다/장마지면비와같이하눌에서날여왔습니다/뒤에붕어와농다리의미끼가되었습니다/내리과책에서는암컷과숫컷이있어서색기를나헛습니다/지렝이의눈이보고싶습니다/지렝이의밥과집이부럽습니다’(‘나와지렝이’전문)

문태준시인은“이시는축생계와인계와천계를동시에등장시키고있다”며“이역동적인생명순환은습기-물의속성을빌어상승하고하강하고운동한다”고풀이했다.이처럼백석의시를읽고서한마디라도던진시인과평론가들이한자리에모여한권의책을만들었다.

올해로출간70주년을맞은백석의첫시집‘사슴’에수록된24편과그이후의54편을선별해김용직등원로평론가부터젊은시인이근화에이르기까지다양한필자들이각시편을음미한해설을붙였다.

‘산골집은대들보도기둥도문살도자작나무’라며시작하는시‘백화’(白樺)를읽은평론가노철은“함경도산골은아직도자작나무로모밀국수를삶고있을까”라며“모밀국수가먹고싶다.여인네속살같은백화에안겨백화주한잔을곁들인다.아환장할일”이라고절규했다.

나희덕시인은‘산숙’(山宿)이란시에서“산골여인숙의모습을묘사하는데‘들믄들믄’‘그즈런히’‘새까마니’등의부사어는단순한수식어이상의역할을한다”며백석의빛나는언어감각에탄복했다.백석시에담긴시골마을과풍속과귀신들이다사라졌지만,김기택시인은“시를통해그화석같은형체를보며희미하게나마그가살던낙원에들어온것같은실감을하는것만도나에겐여간다행한것이아니다”며백석에게감사했다.

2004년등단한이근화시인은백석시에나오는‘달재생선을진장에꼿꼿이젖인것’을맛본적도없다.하지만“그짭조름하고꾸덕꾸덕한생선의맛이느껴져입가에스스르침이돈다”는그는“‘잠풍날씨’를사전에서찾아보지않아도시인의머리카락을스치는잔잔한바람이내게도느껴진다”고했다.

박해현기자hhpark@chosun.com
입력:2006.09.2921:3702’/수정:2006.09.2923:4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