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채비를 하다 – 法 頂

겨울채비를하다-法頂(스님)

요몇해사이예측할수없는기후변화때문에산중의겨울살림살이에도적잖은변화가있다.

눈고장에눈이제대로내리지않고강추위가잇따르면무엇보다도식수원인개울이얼어붙어물을구할수없다.
혹독한추위일지라도눈이내려쌓이면이를보호막으로얼음장밑으로물은흐른다.

그런데눈이내리지않고강추위가계속되면개울이바닥까지얼어붙어물을찾을수없다.

작년겨울한동안은얼음을녹여식수로쓸수밖에없었다.

이런극한상황속에살면사람의심성또한얼어붙어물기가모자란다.

이렇게되면사람이나짐승이나물을찾아이주해야한다.
이생각저생각끝에어쩔수없이물이있는산자락으로내려가기로했다.

산자락이면위태로운빙판길을오르내릴일도없을것이다.

내한몸기댈곳에점을찍고지난봄부터일을시작했다.

다행히아름드리소나무숲속에단칸집을지을만한터가있었다.
제대로배운목수는아니지만아는일꾼의손을빌어몇번의시행착오끝에귀틀집을어렵사리지었다.

통나무로켜켜이쌓아올리고그틈을진흙으로발랐다.

단칸방이지만좌우로창문을높이내고정면으로밝은들창도달았다.

천정은서까래가드러나도록높이고지붕은귀틀집에어울리게너와를얹었다.

내가이집터를선택한이유는뭣보다도집뒤에묵은샘이있었기때문이다.

예전에는산아래살던다섯집이이샘물을길어다먹었다고했다.

흙더미에묻혀있던샘을다시파보았더니바위틈에서맑은물이솟았다.

물맛도그만하고수량도넉넉해서이제혹독한추위에도물걱정은안해도될것같다.

집뒤로한30미터쯤올라간곳에있는이고마운샘에이름을지어주고싶어급월정(汲月井)이라고했다.

달을길어올리는샘이란뜻이다.
겨울철을지내기위해지은오두막이지만나혼자살지않고

해와달과함께살자는뜻에서일월암(日月庵)이란편액을달았다.

밝은집에서밝게살고자한염원에서다.

집일을하고남은헌판자쪽이있어갑골문자에서해와달을빌리고

‘집암’자는찾을수없어손수간략하게집의형상을그려놓았다.

집일하던일꾼이무슨글자인지묻기에‘그림글자’라고일러주며함께웃었다.
시절인연에따라겨울철에는이집에서내삶을이어가려고한다.

그동안쌓인책을지난여름흩어버린것도보다간소하고홀가분하게살기위해서였다.
한수행자가몸담아사는생활공간이얼마만큼최소화할수있는가를나는이집에서실험해보고싶다.

수행자에게어떤것이본질적인삶이고무엇이부수적인삶인가를순간순간내자신에게물으려고한다.

조선시대의함허득통선사는이렇게읊었다.

진종일일없이앉았노라니

하늘이꽃비를뿌리는구나

내생애에무엇이남아있는가

표주박하나벽위에걸려있네.

-맑고향기롭게10월호’산방한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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