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양목빨래같은그의영혼이
서늘하게
가슴을지나갔다
#영인문학관에서
지지난주일요일조카랑천경자화백의개구리가그려진부채화앞에서였다.
직장생활로바쁜데이모랑엄마를위해데이트시간을일부러늦추고기사노릇한게기특하기짝이없었다.
한살차이나는사촌동생인울아들은잠이나자고있을텐데…
칭찬하는대신처음방문한다는그곳을안내하며설명을시작했다
요다음데이트장소로택하겠노라는접대성(?)멘트도할줄아는센스라니…
천경자화백의부채에는초록색개구리가거의한가득그려져있었다
"외할머니랑네엄마랑이모는어느해방학때청수장뒤할머니친구댁에놀러갔는데저작품이랑비슷은한데
개구리는네댓마리정도그려진부채를생일선물(?)로받았다며자랑하셨던때가있었니라…"
그이야길다끝내기도전에동생이말을가로막으며어른들이야기를엿들은기억을토해내는것이었다.
#세여인.
"구니모도(*國本)야…..글이안풀리고삽화가먼저올때의그고통…뭐라표현해야되겠니…"
그러면서담배를태우시더란다
(모여류작가가담배를가장멋지게피우는사람으로박경리선생을추억했었지아마…)
그때박경리선생님은신문연재소설도집필하는인기작가였다.
‘노을진들녘’인지’가을에온여인’등등..
‘가을에온여인’연재소설안에설명된토스카를읽고명아리아를찾아듣곤하던때다.
일간신문연재소설의어려움을엄마에게하소연하던장면이그때야어렴풋떠올랐다.
(어린시절조금경험한기억몇가지로공인인분에게누가되면어쩌나…다른이에겐별볼일없는추억…송구하기짝이없어그냥넘기려고일주일이지나도록쓰지않았는데솟아나는감정을숨길수없어결국…또추태를…;;)
#콰지모도&아줌마
"언니그집개이름이아줌마이던거는생각나?"
그전에우리는조선일보연재’푸른눈물’리진이모파상만나던구절을흥미있어했고
그녀의고양이이름이’콰지모도’라는설정이재밌다는얘길한게화근이었나보다.
동생은한없이이야기가길어진다.
피붙이들이만나면꼭옛시절얘길하게된다.
"납짝한고동까먹던기억은?"
그랬다…
연탄불위잘박하게물이고인다라이같은데담긴…
내고향진주지방의고동은검은색에가까운회색에다좁고길었다.
부지런한장사들은아랫부분을뺀찌같은거로잘라먹기좋게해두어서입으로쏘옥빨아
엷은막같은뚜껑은뱉어버리고속살만발겨먹거나아니면탱자가시로도뽑아먹었다.
맞아…속살은진주꺼보다알차던기억이그제서야나는거였다.
서울소라고동은밝은회색에다둥글납짝했고옷핀을구부려서파먹었다
……….
두분모두남편없이혼자살아맘속얘긴오죽많았을까
그런속깊은얘길하는시간나랑동갑내기영주씨는구멍가게에가서예의그소라고동을사주었나보다.
옥양목빨래같은그의영혼이
서늘하게
가슴을지나갔다
"언닌옥양목같은얼굴모습기억나?집안에만계셔서햇빛을못봐…."
그랬구나…옥양목같은하얀얼굴과문단의거목이된요즘모습이나란히떠올랐다.
*國本
엄마는전주李氏…그래서창씨개명한일본이름은나라의근본國本(국본:구니모도)이었고
다른한친구는松村(마쯔무라)였다.
지금은구니모도도마쯔무라아주머님도이미저세상사람이고
박경리선생만남았다고언제짬내어돌아가시기전에한번…그런다.
"글쎄…전에도일부러안찾아뵈었어…시간에쫒기기도했지만뚜렷하게이윤잘모르겠어…
그냥그러고싶었어…"
무명으로살다무명으로간엄마…
이름이없다는게아니고엄격히비공인(?그런말이있나모르겠지만)
세상을떠들썩하게살다죽을땐객사한나혜석,까미유끄로델처럼도아니고…그런뜻이다
노년을외롭게살다간건맞지만…
지난화요일까미유끌로델끝장면
작은사진이었다가점점커지던…
정신병원에서30년간방치되다사망한그마지막사진한장때문에
영화도길어(175분)서둘러모두일어선극장안…
빈자릴얼른일어설수없었다.
엄마를본것이다
엄마는양로원에서마지막생을마쳤다
딸만둘이고…두딸은시부모님을모셔야했다.
돌아가시기직전애제자의빽으로들어가게된양로원에선
인공관절수술의후유증으로직립을못하셨다.
쉽게말하는한단어을입밖으로뱉어내질못한다
남편의출장지에가느라고출국하기전엄마를찾았을때
나무관에못박은망치소리에잠이깨면소름이돋는다셨다.
이말을동생께는하질못했다.
동생은장례식에라도갔지만난그자리에도없었다.
아들이대학들어간해큰숙제다한양
멀고먼남편출장지에서부음을들었으니.
딸은엄마닮는다는데…가끔불안감이다가오기도한다.
李外秀·1
그가왔다.비를맞으며
신문지처럼접혀서
현관문에붙어있었다.
배추흰나비가보고싶어
그가말했다.
문을열자
옥양목빨래같은그의영혼이
서늘하게
가슴을지나갔다
‘이冊을누구누구에게전한다’는경우는많이봤지만
시집전제목이한사람이다.
예를들면李外秀·1李外秀·2..주욱李外秀·51까지
이런식으로오마주(Hommage)한…
살아있는선배작가를이토록오마주한冊을그이후지금까지발견하지못했다.
시집안쪽에는나에게전한다는본적도없는신승근시인의친필사인이적여있다
아마문하생이떼를썼겠지…
도제식문학수업을받은이외수선생의문하생이선물하기전까지이런시집이있는지도몰랐다
표지엔잎도없는꽃한송이가그려져있는품위있는와인색에다
제목은은색으로새긴얇은시집이다.
그녀는재작년이었나?신춘문예단편소설부문에당선되었다
같은장소에서작가김별아가’미실’로더큰상을받던그해
프레스센타시상식장에축하하러갔었다.
난생처음문학상시상식을봤던날이다
작가들을가까운거리에서많이봤던날이기도했다.
Net,tol’kotot,ktoznal
FritzWunderlich노래
P.S:김종삼시인의육필원고는다시봐도뷔페의그림이생각난다.
영인문학관다녀온후..김종삼시인에대한글을제대로쓰고싶었다
어느분처럼카탈로그의원고지사진을그대로찍고등등…
비공개글이두어개나되어로긴할때마다
숙제마냥자꾸걸리적그려오늘은그냥합해버릴란다.
디카연결잭이고장나서아직고치질못해사진을못찍었다
고칠생각도없다사실은…
그래서…이런방법으로…
4년전에보고이번에두번째만난김종삼시인의안쪽으로휘어졌던글체…
글로는도저히설명할재간이없다.
사진한방이면끝날텐데미련하기는참…
오늘아침에본모블로그의호랑가시나무잎새를닮기도했다만
삽화가먼저도착하고도글을못써내려간그분이생각날밖에
極刑
金宗三
빗방울이제법굵어진다 길바닥에주저앉아 먼산너머솟아오르는 나의永園을바라보다가 구멍가게에기어들어가 소주한병을도둑질했다 마누라한테덜미를잡혔다 주머니에들어있던토큰몇개와 반쯤남은술병도몰수당했다 비는왕창쏟아지고 몇줄기광채와함께 벼락이친다 强打 連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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虛空-金宗三
사면은잡초만우거진무인지경이다
자그마한판잣집안에선어린코끼리가
옆으로누운채곤히잠들어있다
자세히보았다
15년전죽은반가운동생이다
더자라고둬두자
먹을게없을까
아무도김종삼시인의육필원고를안올려준다.
다른원고들만찾아진다
▲가을특별전시회에서선보일이상의시’오감도’육필원고./연합
이상시인의대표작‘오감도’제4호.
이상은원고지대신줄없는갱지나노트에연필로양면빼곡히글을썼다.
백석의‘나와나타샤와흰당나귀’-영인문학관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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