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가을

‘이제는돌아와거울앞에선…’

미당선생도그랬지만

唱도가을과비슷한거울을아침에또만난다.

소요(騷擾)/소요(逍遙)/우비(憂悲)/시절의추루함/참괴(慙愧)/풍비

평소에좋아하는시인이라말하기도겁나지만

이런단어와시인답게짧은글속에시를두수나인용한다.

가을..거울…

안으로…아무래도안으로침잠하는계절인건틀림없는지

FM에서들려주는시들도대부분그쪽이다

마지막꽃에얼맞도록국화는/가냘픈꽃잎을벌리고바람에몸을떤다./몸향기를바람에태워/세상을황홀하도록향기속에적시고있다./국화에묻히어/나도지금한가지국화가되어간다./어지러운티끌에오염된머리를바래고/내가지금국화앞에서그황홀한빛깔속으로들어간다’.

그리고빠질수없는내누님같은가을의꽃국화

계절로치자면이미늦은가을에속하는사람이라

이런단어를만나면긴장하게된다.

Moonhalo

달무리뜨는
달무리뜨는
외줄기길을
홀로가노라
나홀로가노라
옛날에도이런밤엔
홀로갔노라

맘에솟는빈달무리
둥둥띄우며
나홀로가노라
울며가노라
옛날에도이런밤엔
울며갔노라

어제거꾸로누워박목월시인의달무리를읊었다.

비온후가을이더빨리가버릴텐데

시인은’…통곡도미소도함께나누어야할계절’이라는데

자신도못드려다보는난나눌게뭐가있을지

오늘은나도국화화분이라도사야겠다.

거울디려다보듯나를못보면

국화…

그황홀한빛갈속으로빠져나보게..

평소엔시론(時論)칸에문화비젼이실렸다.

books때문에토요일아침은약간더신나는데

쪼갠거미안해서…

[문화비전]거울앞에서는계절

▲문태준/시인
만산에붉은잎이다.우묵한눈을가진가을이우리곁을지나가고있다.계절이지나가는것도모르고산다는사람들이올가을에는많다.시속이분주하고,미덥지못한까닭이다.바깥에소요(騷擾)가많으니사람들내심에소요(逍遙)가깃들리없다.우비(憂悲)의울타리가우리들을에워싸고있으니마음에안락도유연성도없다.
그러나가을은가을이다.시골의아버지들은감을깎아처마밑에곶감타래를만들고,조롱박을반으로타서표주박을만들고있다.시골집툇마루에는누런호박들이쌓이고,대추는쪼글쪼글말라가고,사투리같은모과는향기가무르익고있다.들에는무가솟고,통배추는알이들어딴딴하게여물고있다.

계절이지나가고있다.잎은물들고,하늘은차고,서리는하얗게내린다.떨어져내려땅에누운낙엽을바람이한곳으로쓸고간다.생명들의뿌리쪽으로데려가고있다.우리들의본래자리,우리들의고향으로데려가고있다.시간이흘러가는것을보고있으면밀어서움직이는작은짐수레가곁을지나가는것같다.

박인환시인이노래했듯이‘가을의공원/그벤치위에/나뭇잎은떨어지고/나뭇잎은흙이되고/나뭇잎에덮여서/

우리들사랑이사라진다’.우리가알아채지못하는사이에시간은,사랑은우리의뒷등을스쳐지나간다.

수풀에도풀벌레소리가부쩍성글어졌다.빈곳이많아지고있다.그빈곳이가을의거처이다.

엊그제아이와함께화원에들러국화화분을샀다.시절의추루함을넘어서보자는수수한뜻이었다.박남수시인의시‘국화’가생각났다.‘마지막꽃에얼맞도록국화는/가냘픈꽃잎을벌리고바람에몸을떤다./몸향기를바람에태워/세상을황홀하도록향기속에적시고있다./국화에묻히어/나도지금한가지국화가되어간다./어지러운티끌에오염된머리를바래고/내가지금국화앞에서그황홀한빛깔속으로들어간다’.내가국화가되듯다른사람과‘한가지’가되어도좋겠다.통곡도미소도함께나누어야할계절이다.사람이사람을갓난애처럼여겨돌보아야할시간이다.

아침일찍산책을가면아픈사람들을더러만난다.가을에는유독아픈사람이눈에잘띈다.잠깐목례를하고우리는솔숲과논두렁길을완만하게천천히함께걷는다.함께걷지만각자의침묵으로걸어간다.침묵으로사귄다.각자의내면으로걸어간다.나는나의병을살피며걸어간다.화가일어나는것을살피고,마음이뛰어다니는원숭이와같음을살핀다.어제내가한일의얼룩을떠올려본다.부끄러움이온다.그러나참괴(慙愧)가너무늦지않게나에게찾아왔으므로나를스스로용서해도좋은계절이다.참괴로써우리는구름을벗어난달이된다.

밖을향해공부하지말라며수행하는제자에게소리를내질러각성케한이는중국의선승임제스님이었다.나의살림을고요히돌아볼시간이다.가을은마음공부하기좋은계절이다.떼를지어자는새들은밤이면모여들지만,아침이되면각자날아간다고했다.무상하고신속하다.우리들도곧바람결에흩어질것이다.풍비하기전에나를스스로돌볼일이다.

예부터만산홍엽(滿山紅葉)을보지말고만산홍엽심밀처(滿山紅葉深密處)를보라고한이유가예있다.만산홍엽심밀처는빼곡하게들어차있는그깊은곳,우리들의마음자리를일컫는다.적적하되차고청량한가을바람이지나가고있다.누군가는오늘밤에고적한독방에홀로앉아두무릎에수척한얼굴을깊게묻고하루의일을질문하고슬픈사랑을만나기도할것이다.그냥떠나보내기에는아깝고도아까운계절이다.문태준·시인출처: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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