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끝마다베고니아의붉은뜰이위태롭게
뱃고동들을받아먹고있다
어느황혼이섭정하는저녁의나라일까
꽉차서
사는것이쓸쓸함의만조를이룰때
무엇인가빠져나갈것많을듯
가파름만으로도한생애가된다는것에대해
돌멩이처럼생각에잠긴다
살아온날들이
막막해질때면
저무는강둑에서서
해가지듯
저물어아름다운세상에서
온갖스러지는것들의
고요한아름다움에대해
생각해본다
내게와머무는저녁
강은낮은곳으로흐르고
적요한세상의가슴을적시며
나도강처럼흘러
어디엔가닿아있으리라
생각했던적도있었다
드문드문필무렵
나는적막의푸르른빛깔과
막막한하늘을집으로삼고
서둘러돌아가는새들에대해
아주오랫동안생각했다
바람자는집,사람들의따뜻한
피가도는가슴속
가자
뒤돌아보지말고
거리의사람들
서로사람을잊은듯무심히헤어지고
차들마저사람들을
길양쪽으로갈라놓고달리는꼴
더보고싶지않으니
가자가
뒤돌아보지말고
마음둘데없으면
마음끝까지
그대떠난뒤에도멀쩡하게살아서부지런히
세상의식량을축내고더없이즐겁다는표정으로
사람들을만나고뻔뻔하게들키지않을
거짓말을꾸미고어쩌다술에취하면
당당하게허풍떠는그허풍만큼
시시껄렁한내나날을가끔씩
그래,아주가끔씩은그대에게알리고싶다
여전히의심이많아서안녕하고
잠들어야겨우솔직해지는더러운치사함바보같이
넝마같이구질구질한내기다림
그대에게알려그대의행복을치장하고싶다
철새만약속을지키는어수선한세월조금도
슬프지않게살면서한치의미안함없이
아무여자에게나헛된다짐을늘어놓지만
힘주어쓴글씨가연필심을부러뜨리듯아직도
아편쟁이처럼그대기억모으다나는불쑥
헛발을디디고부질없이
바람에기대어귀를연다,어쩌면그대
보이지않는어디먼데서가끔씩내게
안부를타전(打電)하는것같기에
그떄가좋았는가
들녘에서도바닷가에서도버스안에서도
이세상에오직두사람만있던시절
사시사철바라보는곳마다진달래붉게피고
비가왔다하면억수비
눈이내렸다하면폭설
오도가도못하고,가만있지는더욱못하고
길거리에서찻집에서자취방에서
쓸쓸하고높던연애
그때가좋았는가
연애시절아,너를부르다가
나는등짝이화끈달아오르는것같다
무릇연애란사람을생각하는것이기에
문득문득사람이사람을벗어버리고
아아,어린늑대가되어마음을숨기고
여우가되어꼬리를숨기고
바람부는곳에서오랜동안흑흑울고싶은것이기에
연애시절아,그날은가도
두사람은남아있다
우리가서로주고싶은것이많아서
오늘도밤하늘에별이뜬다
연애시절아,그것봐라
사랑은쓰러진그리움이아니라
시시각각다가오는증기기관차아니냐
그리하여우리살아있을동안
삶이란끝끝내연애아니냐
겸허히꿇어엎드린무리를보셨나요
햇님과바람에경배드리는
낟가리들이군요.
그대도추수는마치셨는지…
좀더추운날,
달님보다창백한햇님아래
그대의뜰을찾을,
땅뙤기없는이를위해
이삭이나넉넉히남기셨는지…
난,
한다발일국을두겠어요.
내작은뜨락에들를
그대를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