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비 기념 서정시 – 류 근 (수정)
내게아무런기쁨없으니나무들은저희끼리
한시절의잎사귀를불렀다흩어놓고
몇번씩비가내리는저녁이와서
더욱캄캄해진귀를막게했을까세상에오지않는
노래와약속들은아프고아무데서나
쓰러지고싶었던나날들은내게도고통이었을테지만
이젠어쩔수없고어쩔수없음으로하여
나는더멀리길바깥으로떠밀려간다
아무도살지않는곳에서는모든것들이뚜렷해서
귀를막지않아도내고통이잘들리고
잘자란벌레처럼울수도있었을것이므로
점점더깊은곳에나는나를버려두는것이다
불타지않는기억들을집으로지은사람답게
함부로생애의알수없는힘들을견디는것이다
그러나바람의길과빗방울이오는길과
시간이흘러가는길을그바깥에서
파랗게볼수없다는것이무슨괴로움이되리
생애는그런것들과영혼을바꾸지않아도멀리흐르고
아주가까운곳에상처들은무궁한뿌리를드리운다
거기몸박고꽃을피우면이윽고어쩔수없는
나날들이오고저녁이와서눈뜰때마다더멀리
더멀리떠밀려가있는잎사귀와만나고나는
구름의생멸보다잦고흔한고통과만나게될것을
류근2006-11-13오후6:5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