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흐린 가을 비 – 류 근

어떤흐린가을비

이제내슬픔은삼류다
흐린비온다
자주먼별을찾아떠돌던
내노래세상에없다
한때잘못든길이있었을뿐

붉은간판아래로
총천연색씨네마스코프같은추억이
지나간다이마를가린나무들
몸매를다드러내며젖고
늙은여인은술병을내려놓는다

바라보는순간
비로소슬픔의자세를보여주는
나무들에게들키고싶지않아서
고개를숙이고술을마신다
모든슬픔은함부로눈이마주치는순간
삼류가된다

가을이너무긴나라
여기선꽃피는일조차고단하고
저물어눕고싶을땐꼭누군가에게
허락을받아야할것같다
잎사귀를허물면서나는
오래전에죽은별자리들의안부를생각한다

흐린비온다
젖은불빛들이길을나선다
아무도듣지않는내노래술잔속에갇히고
추억쪽에서만비로소따뜻해지는
내슬픈잎사귀또비에젖는다

류근

날짜:2006-11-25오후1:51:46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