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26번 ‘고별’

베토벤-피아노소나타26번’고별'(PianoSonataNo.26inEbmajor,Op.81a’LesAdieux’)


설악산2005

알을깨고나온새처럼

새해달력을보니지나온한해가묵은세월로빠져나가려고한다.
무슨일을하면서또한해를소모해버렸는지새삼스레묻는다.
그러다가문득내남은세월의잔고는얼마나될까하는생각에정신이번쩍든다.
누구나나이가들면이런경험을하게될것이다.

계림(桂林),중국,45.5×27.3cm,2004

그러나삶은과거나미래에있지않고바로지금이자리에서이렇게살고있음임을잊지말아야한다. 삶의비참함은죽는다는사실보다도살아있는동안우리내부에서무언가죽어간다는사실에있다. 가령꽃이나달을보고도반길줄모르는무디어진감성, 저녁노을앞에서지나온자신의삶을되돌아볼줄모르는무감각, 넋을잃고텔레비전앞에서허물어져가는일상등, 이런현상이곧죽음에한걸음씩다가섬이다. 매일리설산과샹그릴라,48x71cm,2003

저물어가는이가을,한친지로부터반가운사연을받았다. 지난여름20년가까이살던집에서새집으로이사를했는데 오랫동안꿈꾸어오던‘혼자만의공간’을마련했다고알려왔다. 언제라도혼자일수있는텅빈공간을…,
그공간의이름을‘도솔암’이라고했단다. 도솔은도솔천에서온말인데그뜻은지족천(知足天). 그러므로만족할줄알고살면그자리가곧최상의안락한세계라는뜻이다. 온갖얽힘에서벗어나알을깨고나온새처럼훨훨날수있다면그곳이곧도솔암의존재의미일것이다. 안나프르나II봉,네팔,53×40.9cm,2005

누구나인생의황혼기에접어들면그런소원을이룰수있어야한다. 한인간으로서가정적인의무나사회적인역할을할만큼했으면 이제는자기자신을위해남은세월을활용할줄알아야한다. 어차피인간사란앞서기뒤서기하면서홀로남게마련이다. 이세상에올때도홀로왔듯이언젠가는혼자서먼길을떠나지않을수없다. 이것이엄연한삶의길이고덧없는인생사다.

히말라야,마나슬루동벽,65.1X91cm,2002

사람은나이가들수록보다성숙해져야한다. 나이들어서도젊은시절이나다름없이생활의도구인물건에얽매이거나욕심을부린다면그의인생은추하다. 어떤물질이나관계속에서도그소용돌이에휘말리지않고적당한거리를두고바라보며즐길수도있어야한다. 자신을삶의변두리가아닌중심에두면어떤환경이나상황에도크게흔들림이없을것이다. 모든것을담담하게받아들일수있는삶의지혜와따뜻한가슴을지녀야한다. 인생의황혼기는묵은가지에서새롭게피어나는꽃일수있어야한다. 이몸은조금씩이지러져가지만마음은샘물처럼차오를수있어야한다. 자신에게주어진한정된시간을무가치한일에결코낭비하지말아야한다.

SOGNEFJORD,노르웨이풍경,175.5x293cm,2005


나이가어리거나많거나간에항상배우고익히면서탐구하는노력을기울이지않으면 그누구를물을것없이그의삶에녹이슨다. 깨어있고자하는사람은삶의종착점에이를때까지자신을묵혀두지않고거듭거듭새롭게일깨워야한다. 이런사람은이다음생의문전에섰을때도당당할것이다. 하룽베이의섬들,베트남,43x89cm,2005

이제나이도들만큼들었으니그만쉬라는이웃의권고를듣고디오게네스는이와같이말한다. “내가경기장에서달리기를하고있을때,결승점이가까워졌다고해서그만멈추어야하겠는가?”

-맑고향기롭게12월호-法頂

이미지출처:galleryihn.김영재화백

1악장고별DasLebewohl(LesAdieux):Adagio-Allegro

2악장부재DieAbwesenheit:Andanteespressivo 3악장재회DasWiedersehen:Vivacissimamente
Wilhelmkempff,Piano http://classic.oolim.net/imsi/avemaria.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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