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꽃물 들이는 저녁
#’무엇이든지좀해보세요’

T.V뉴스잘안보는게자랑은아니지만휴일이면남자들이틀어놔서자연스레보게된다.

지진으로매몰된멕시코모처에서남편살려내라고

‘무엇이든지좀해보세요’구조대원들을향한젊은여인의절규다.

멀리외국이아니어도휴일동안우리나라재해소식또한만만찮다.

산불.직물회사화재.5중충돌교통사고

인면수심미군의파렴치한범죄등등

천주교신도는아니지만성호를긋고싶은뉴스들뿐이다.

#작년연말부터새해까지冊선물은꽤많이받았지만

들자마자단번에완독한적은흔치않았다.

이것저것여러권들추는습관때문에…

3류작가3류사진가라일컷는작가부부는

지금현재강화도에서팬션을운영하고있고

평소에친분도있어서타고난문재는진즉알았지만

종이冊을전해받고읽는기분은남달랐다.

남편의사진이산문한자락끝마다실려지루하지않았고

冊을꾸밀때사진고르며같은곳을향햔부부의

정다웠을시간을가늠해보는재미또한쏠쏠했다

초등학교동창남편과결혼하여요즘은

나란히동창을본다고본문에밝혔듯이

길가다가도’쿡’웃음이나올정도의해학은

성석제소설한자락을읽는기분도들었지만

모두자신과이웃에서일어난실화라소설보다더실감이난다.

冊을닫고도잊혀지지않는부분이있어

어설픈설명보다짧은원문이낫겠어서옮겨본다

제목;사진

…………….중략…

지난일요일아침,나는또한번의침착하다못해메마른전화를받고수원으로향했다.

백혈병으로투병하던친구의아들이끝내저세상으로간것이다.

지난일년동안친구의체력과재산을바닥까지다쏟아부은투병이었다.

의지가강한친구는자식을위해병원치료는물론상식으로는이해가안되는미신적인일도서슴치않았고,

좋다는온갖민간요법등정성을다해완치시켰었다.

모든수치가정상으로돌아오고머리카락도새로나고,학교도복귀하였다.

친구는이세상에서가장험한강을건너온승리자처럼기뻐하였다.

그것이불과사개월,다시재발한것이다.
재발해서입원하던날,아이가엄마에게돈만원만달라고하더란다.

그돈으로택시타고나가서제영정사진을찍어놓고,공책을사서일곱장의유서를써놓았단다.

부모님과형,학교선생님과친구들,의사선생님에게까지

사랑과감사에넘치는말을남겨놓고혼수상태로십여일만에떠난것이다.

이제겨우열여덟살된녀석이제스스로찍어놓은영정사진을보니,

타고난인물도훤한데다가방금벙글어진목화송이처럼함빡웃는모습이다.

유서에적기를

“엄마,내가이렇게웃고찍느라얼마나힘들었는지아세요?죽을힘을다해웃었어요”

했다지.나사풀린것처럼실실웃으며친구가하는말,


"어째나는그놈하고같이찍은사진이하나두없어야"그랬다

-장순익산문집[봉숭아꽃물들이는저녁]

봉숭아꽃물들이는저녁<–교보문고

장순익|출판사산맥

그래도뉴스끝자락박지성멋진슛터지는모습도보이고

당뇨병치료에혁신적인무슨혈소판의학정보소식도있어

당뇨수치걱정하는우리집남자께

‘좋은소식이네요’했더니

‘오래살아뭐하게’그런다

18세이팔청춘도’죽을힘을다하여’웃는사진남기고죽는데

여기까지온것도기적아닌가싶은휴일저녁이다.

FranciscoTarrega
PreludioeneminorNo.8Lagri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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