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규원 시인이 (마지막 시…)
강건너
오규원
벚고개에는
산오리나무
갈림길에는
표지판위의문호와
서후
그리고대지에는
애기똥풀과
조팝나무
-문학동네1997가을
봄
저기저담벽,저기저라일락,저기저별,그리고저기저우리집개똥하나,그래모두이리와내언어속에서라.담벽은내언어의담벽이되고,라일락은내언어의꽃이되고,별은반짝이고,개똥은내언어의뜰에서굴러라.내가내언어에게자유를주었으니너희들도자유롭게서고,앉고,반짝이고,굴러라.그래봄이다.
봄은 자유다. 자 봐라,꽃피고 싶은 놈 꽃피고, 잎 달고 싶은 놈 잎 달고, 반짝이고 싶은 놈은 반짝이고, 아지랑이고 싶은 놈은 아지랑이가 되었다. 봄이 자유가 아니라면 꽃피는 지옥이라고 하자. 그래 봄은 지옥이다. 이름이지옥이라고 해서 필 꽃이 안 피고,반짝일 게 안 반짝이던가. 내 말이 옳으면 자,자유다 마음대로 뛰어라.
비가와도 이제는
-순례13
비가온다,어제도왔다.
비가와도이제는슬프지않다.
슬픈것은슬픔도주지못하고
제혼자내리는비.
비속으로사람들이지나간다
비속에서우산으로
비가오지않는세계를받쳐들고
오,그들은정말갈수있을까.
우산이없는사람들은오늘도
우산밖의비에젖고
우산이없는사람들은
젖은몸으로
비오는세계에참가한다.
비가온다.
슬프지도않은비.
제혼자슬픈비.
봄도 오기 전에
강건너가셨답니다
이제는비가와도정말로
젖지않으시겠지요…
제자 손바닥에 손톱으로 마지막 시를 …
드뷔시’달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