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혹은 미미한 은퇴 – 마종기

오규원시인은간병하는제자의손바닥에손톱으로위의詩를남기고

가족의의견대로수목장으로이풍진세상을떠나신단다

입춘…한해의시작인데

정리하면서또어먼짓을하니진도가여엉안나간다

책들사이로초록색이보여손이간다.

마종기시집이다

#

만날때마다시집이나화집등등꼭冊선물을하는이웃이있다.

그외다른선물을할때도있지만冊은선물품목에서안빠졌던것같다

아무리그냥만나자해도그간의공백을선물로떼우자는뜻도있는지^^

그렇게전해받은문지사시집이꽤몇권모였다

요즘은블로그도연이웃이다

그녀는일상이만만찮아업뎃못한다하고

그러면어떠냐고그런다나는…

마종기시집역시P의선물이다.

출간되자마자두권샀다며전해준시집이다

첫장을펼치니친필사인이보인다.

언제인가회갑연에같이가기로한날집을나서려는데급히전화가왔다

"언니아직집이면마종기시집가져오세요"차안에서급히하는전화다

그날우리가가는모여류작가회갑연에서마종기시인이축사를하러오기로했다고

시시하게사인받는거좋아하는걸잘아는맨맨한사이라

지인은이미집떠난뒤에소식을들었노라고애통하다며…

당연히O.K!하고들고갔다

신촌모처에서거행된회갑식장

하필바로앞자리에마종기시인이보였다.

사근사근한지인은나대신팬과시집을들고

"사인좀…~~"어렵게부탁을하니

소년처럼얼굴붉히시며부끄러워하신다

그러나아주반가운표정으로

XXX님

만나서반갑습니다

2005마종기라적혀있다

입춘하루지난오늘…날씨도그렇고

계속시집을읽다올리고싶은긴시가있지만

너무길어검색해도없겠지…포기했다.

메일확인하러연김에

‘오모고마워라…’대강찾아도오타없고

내가한일은行따라엔터나쳤을뿐

이런일쯤이야…

꽃샘바람불고치맛자락같은자목련꽃잎흔들리면

죄짓고싶은주인대신모니터들은얼마나또봄몸살을앓을까

보라색을좋아하는그녀

어느날은보라색베르메르화집을들고나타났었지…

목련,혹은미미한은퇴

-마종기

1
젊은봄날에우리는
먼외국에서도착했다.
구식이된거리의실내악.
집잃은사람은구라파로가고
목련이구름처럼피어기가질리던
그계시의영상을믿기로했다.

이사온나라는달기만해서
목련의색깔은더엷어지고
시계초침소리는더빨라지고
나는몸을감추기시작했다.
단번에칼처럼매워지고싶었지만
정신나간목련은계속피면서지고
여름이되기전에맨발이되었다.
나는가벼운물에떠돌기시작했다.

2
당신이같이걸어주어서
내길이얼마나험했는지
나는끝까지모른다.

당신의이마에서눈과목으로
가슴으로,배로,그밑으로
상처자국의다리를쓸어내려도
황막하게슬프지않은곳어디있으랴.
젖어서시리지않은곳어디있으랴.

지도를펼쳐보면
기억나니?오래전
그큰나무그늘에서나를부르던
미열의연보라색눈동자.
이제는말하지않아도
다알수있게되었다.
당신이혹시쉬고있는목성과토성사이.

오늘도당신에게가지않았다.
아무리울어도표나지않는
비오는날에보는목련꽃벗은몸.

3


평생을어딘가에취해살았다.
행방이묘연한내살림살이.
꽃을먼저피워날리고난후에야
뒤늦게나뭇잎을만들어달고
꽃씨간직할방도마련하기전에
아이들은차를타고제각각
어색한언어의나라로떠났다.

월요일에서금요일까지
가까운친구는병이들었고
일요일에는낙엽이날렸다.
낙엽은나무의눈물,
쌓인눈물을다씻어낸뒤에
당신에게들어가열매가되었다.

4
-이다지도좋을까,이렇게즐거울까!형제들
모두모여한데사는일(구약시편:133)

새벽잠없어진것이야나이탓이겠지만
그래도서둘러내잠깨운창밖의새는
누가잃어버린추운인연일까.
나는그래서매일아침몸이아팠다.

이제내짐도내려놓고
내하던일도내려놓는다.
앞이보이지않는일상의일탈
국경의저쪽에당신침묵이보인다.
죽은꽃나무짊어지고산정을향하는
당신연민의옆얼굴이밝아온다.

피흘리는미혼의집에서
몸부림하던문들이열린다.
세상의모든아름다운말과글이
당신의몸에눌려질식하고
땅과바다는다걷혀가버렸다.

한때사람은심장으로생각했다.
그시절에는나도가슴이뛰었다.
기적같이당신의극치에왔다.
세상에필요한단하루의아침에
내게확신의눈길보내준당신과함께.


마종기시집<새들의꿈에서는나무냄새가난다>

P.S:

구름이구름을만나면
큰소리를내듯이
아,하고나도모르게소리치면서
그렇게만나고싶다,당신을

구름이구름을갑자기만날때
환한불을일시에켜듯이
나도당신을만나서
잃어버린내길을찾고싶다

비가부르는노래의높고낮음을
나는같이따라부를수가없지만
비는비끼리만나야서로젖는다고
당신은눈부시게내게알려준다

-비오는날/마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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