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불던 날 압구정동에서 (밀린 일기 1.)

2007.2.3토요일~어쩌면일요일까지

바람이분다이곳에오라

바람이분다이곳에오라

바람이불지않는다그래도이곳에오라

#압구정동성당의결혼식

결혼식도시작하기전점심부터먼저먹어라는엄명이떨어져

이런경사아니면도대체만날일없던친척들은

삼삼오오모여밀린이야기들을쏟아놓는다

신부는우리집남자사촌누이의딸이다

신부아버지는지방에서이름난안과의사라

남부러울게없는데딱하나아들없는게흠이라는집안이었다

아들보겠다고있는힘을다하여딸다섯내리총총순산하고도

귀한고추한번못만져봐한이라던시누이말이생각났다.

금이야옥이야키운다섯딸들이내내올드미스로걱정을시켜오다

어느해부터순서없이청첩을받게된다

이젠몇남았지?

동행한큰시누이는’우리는둘인데손해다그지?’우스개로던지자

대부분자손둘인가족이많아모두옳소~를외친다

집안이넓어멀리부산서도다모였으니잔치집분위기가미리풍긴다

커피까지한잔하고2층으로올라가는계단에는김대건신부님이서계신다(맞겟지설마…?)

벌써식은거행되어흰유니폼의성가대들찬송끝나고주례사가시작되고있다.

"요즘사람들이혼하는이유는상대에게바라기만해서깨지곤하지요"

상대가못가진모자람은자신이덕을배풀며채워가자는맘먹으면

만고강산…헤어질이유가없다는말씀…천부당만부당이긴하지…

신부님말씀액면그대로믿으면올드미스좀줄겠네…

중략…

…가는곳마다모델탤런트아닌사람없고가는곳마다술과고기가넘쳐나니무릉도원이따로없구나

미국서똥구루마끌다온놈들도여기선재미많이보는재미동포라지화자,봄날은간다ㅡ

해서,세속도시의즐거움에동참하고싶은자들압구정동의좁은문으로들어가길힘쓰는구나

투입구의좁은문으로몸을막우겨넣는구나글쟁이들과관능적으로쫙빠진무용수들과의심리적거리는,

인사동과압구정동과의실제거리에비례한다

걸어가면만날수있다오,욕망과유혹의삼투압이여

자,오관으로느껴보라,안락하게푹절여진만화방창각종쾌락의묘지,체제의꽁치통조림공장,

그거대한피스톤이,톱니바퀴가검은기름의몸체를번득이며손짓하는현장을

왕성하게숨막히게숨가쁘게

그러나갈수록섹시하게

바람이분다이곳에오라

바람이분다이곳에오라

바람이불지않는다그래도이곳에오라

유하『바람부는날이면압구정동에가야한다2』

-욕망의통조림또는묘지

살짝반칙하고나홀로먼저내려왔다

내려올때는빛과어둠의화가램브란트의’돌아온탕자’가걸려있는…

처음가보는압구정성당이다

2월3일토…

지극히개인적인볼일이또하나기다리고있는날이기도해서맘이잔뜩바쁘다.

탕자라…시댁일뒤로하고도망쳐온나도?

이젠내하고싶은일도좀하고살나이도됐는데뭐

그럴라고나름대로애도썼다는…

포근할거라던일기예보는또빗나가고

바람불던날압구정동에나는있었다

글쟁이들과관능적으로쫙빠진무용수들과의심리적거리는,인사동과압구정동과의실제거리에비례한다

다음행선지인사동을향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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