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돌담에게말해봐
글쓴이&사진:유리알2007-02-11오전1:06:47
"우연히좋은삼청동,낙원상가,습기찬저녁공기,지겨운생의냄새도이렇게역하지않을수가있구나.마음을가만히들여다볼힘이어디서왔을까.그마음도내마음도어쩔수없는것.이것을무시하면괴로움은시작된다.사랑도미움도지어낼수없는것이기때문이다.아,미치도록역한이냄새가역하지않다."
살려낸몇개의문구는단순히문구가아니다.이것은내게그택시안에서내가맡았던역한냄새,그리고내가걱정했던상념의한자락,그리고촉촉하고부드러운낙원상가떡집에서산떡들을,그리고창덕궁을지나는어두운도로들을,그리고그리고절대표현할수없는아주무한한생의분명한느낌들을함께살려내고있으므로.
며칠째글이써지질않았다.글이써지지않을뿐아니라공부도되지않았고,아무것도하기싫은사실은그런날들이었다.그렇지만그렇다고아무것도하지않고지낸것은아니다.어떻게생각하면하기좋거나하기쉬운일들습관처럼해야만하는일들은하고지냈으니,그것으로그저한경지를살아낸것인지도모른다.하지만의도한것들,야심을품은일따위는되지않았던거다.내가야심을품었다고말하는일은,그러니까아마세상과의폭넓은소통에관련된것들일거다.
언제나창덕궁돌담을지날때면은밀한생의검고부드러운터널속으로들어가는기분이들곤했다.경복궁의길고도긴돌담은내청춘의더께앉은하늘을열어준속절없이슬프고아름다운돌담이다.그러고보니내가사랑하는돌담들은몇개더있었다.구주미대사관돌담,또오랫동안잊고있었던안동별궁터의풍문여고돌담이다.후자는인터넷을뒤지다오늘에서야이름을알게됐다.북촌한옥마을에있는돌담을총망라하여열거한그몇줄짜리글이숨은보물을찾은듯반갑다.북촌의돌담들은아무런대가없이나의역사를간직해주고있으니까말이다.
나는잦은이사덕에마포구에서혼자이곳종로구의고등학교로배정을받았다.그후로직장생활을다시이근처에서하게되었으니,18년에걸친내세월이이곳에스며들어있다.서울을살면서두번째로마음에들었던곳인데,지금은가장애착을느끼게되었다.(첫정이무섭다고,내첫사랑은용산구효창동과숙대입구니까말이다.)믿거나말거나나는돌담하고얘기한다.주황빛가로등이점점이너무나예뻐밤늦도록걷고또걸었던경복궁돌담과,안성환(안국동성병환자)주연을서너명이분담하여열심히출몰해,우리를기겁하게만들었던풍문여고돌담,때로학교담을넘어그돌담을달려무사히안착했던만화가게의골목들과어찌대화를하지않을수있으랴.
금요일에램의정영순선생님이구미대사관돌담길이근사하게단장됐다고알려주셨다.밤늦도록거길배회할열정까지는지금내게없으니,야근이나해서한번걸어보는수밖에.
덧붙임.안동별궁터돌담이훼손되고있다며,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