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테면거기에는냄새가있고아주오랫동안형성되어온역사가있다.무엇보다그방은3차원의공간으로존재한다.나는뚜벅뚜벅그안으로들어가그것과하나가될수있다.물건들은만져볼수있으며작은것은슬쩍가져갈수도있다.
그천장은그녀가아침에눈을뜰때마다처음으로보는바로그천장이며그침대는그녀가자신의온몸을아무스스럼없이던지는바로그침대인것이다.사랑하는사람의방에서우리는얼마간탐정이며또얼마간은변태이며그리고또얼마간은수집가다.방은그녀를말해주는단서들로가득하며그단서들은나의해석을기다리고있다.뿐만아니라그단서들은하나같이매혹적이다.인기가수의팬들이아수라장을틈타그의체액이묻은선글라스를낚아채듯나역시내가사랑하는그녀가손댄그어떤것을내것으로하고싶다는충동을느낀다.
그러나그녀의방은그런판타지를즉각적으로만족시켜주는그런곳이아니었다.
나는그녀를따라방으로들어갔다.우선은방의모습이특이했다.지금까지내가방문한,부모와함께살고있는모든친구의방에는침대가있었다.그러나내가들어선방에는침대대신에널찍한테이블과책을읽기에좋을것같은누운S자모양의편안한의자가놓여있었다.마치정신과병원의상담실같은분위기였다.몇권의잡지가테이블위에놓여있었고책꽂이에는잡학의원천이될최신의잡지들이빽빽하게꽂혀있었다.
호색한처럼보이고싶지는않았기에,‘침대는어디있냐’고대놓고묻지는않았다.그러나호기심이생기는것은어쩔수없었다.
“왼쪽은내가자는방이고오른쪽은…….”
그녀가빙긋이웃으며오른쪽문으로향했다.
“가방거기두고이리와.”
나는가방을테이블위에올려놓았다.그리고그녀를뒤따라갔다.
그녀가오른쪽문을열어젖히는순간나는입을딱벌렸다.그곳은아래로한층,위로한층정도가뻥뚫린,약3층정도깊이의,서재라기보다는거의서고에가까운방이었다.문은나무계단으로이어져있었다.그녀가먼저계단을통해서재로내려갔고나도그뒤를따랐다.
내려가서보니방이훨씬더커보였다.그녀의방이있는2층뿐아니라1층거실에서도이서고로들어올수있게되어있었다.책을사랑하는모든이가한번쯤꿈꿀법한서재였다.창에서흘러들어온빛이서재안을떠도는먼지들에부딪혀산란했다.그래서서고는더욱장중한분위기를풍겼다.
“와,대단하다.”
나는입을딱벌리고감탄을했다.
“네가좋아할줄알았어.”
“이렇게멋진곳에왜지금껏아무도데려오지않은거야?”
“나미워할까봐.”
그녀가웃었다.
“그치만지금생각해보니여자애들은이런거별로안부러워했을것같아.괜히나만졸았던거지.이런먼지쌓인서재가뭐가대단하다구.”
아니야.대단해.나는서가사이를천천히걸었다.어떤서가에는여행에관한책들이즐비했고또어떤서가에는미술사관련서적과화집들이빽빽했다.나는새로부임한교도소장처럼천천히서가와서가사이를돌아다니며꼼꼼하게곳곳을살폈다.책등을손으로쓸어보기도하고흥미로운책은빼서펼쳐보기도했다.
4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