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들의 풍경 / 친절한 복희씨

‘말들의풍경’서문(앞부분)

말들은저마다자기의풍경을갖고있다.그풍경들은비슷해보이지만

자세히들여다보면다다르다.그다름은이중적이다.하나의풍경도보는

사람에따라다르고,풍경들의모음도그러하다.볼때마다다른풍경들은

그것들이움직이지않고붙박이로있기를바라는사람들에게는견딜수없

는변화로보인다.그러나변화를좋아하는사람들에게는그것이야말로말

들이갖고있는은총이다.

말들의풍경이자주변하는것은그풍경자체에사람들이부여한의미가

중첩되어있기때문이며,동시에풍경을보는사람의마음이자꾸변화하기

때문이다.풍경은그것자체가마치기름물감의계속적인덧칠처럼사람들

이부여하는의미로덧칠되며,그풍경을바라다보는사람의마음의움직임

에따라,마치빛의움직임에따라물의색깔이변하듯변한다.풍경은수직

적인의미의중첩이며,수평적인의미의이동이다.

그중첩과이동을낳는것은사람의욕망이다.욕망은언제나왜곡되게자신을표현하며,그왜곡을낳는것은억압된충동이다.사람의마음속에있는본능적인충동이모든변화를낳는다.본질은없고,있는것은변화하는본질이다.아니변화가본질이다.팽창하고수축하는우주가바로우주의본질이듯이.내밖의풍경은내충동의굴절된모습이며,그런의미에서내안의풍경이다.밖의풍경은안의풍경없이는있을수없다.안과밖은하나이다.하나는둘을낳고둘은만물을낳는다는말의참뜻은바로그것이다.

출처;http://news.hankooki.com/lpage/culture/200610/h2006100317263285150.htm

[김탁환의책과램프사이]안과밖은하나다 김현’말들의풍경’ 김탁환KAIST교수·소설가
입력:2007.10.1922:34
  • 평생잊기힘든순간이있다.작가들은그순간을언어로옮겨시의집이나소설의강을이룬다.때론그집담벼락이너무높고때론그강물살이너무빨라,멀리서추측하거나애써외면하며지나친적도많다.비평가란주저하는독자보다먼저그집과그강을음미한후자신의체험을소상히들려주는이다.따라서어떤비평가가집과강에뛰어드는가에따라말들의풍경은달라진다.

    ‘말들의풍경’(문학과지성사,1990)은김현의마지막평론집제목이기도하다.그는서문에서“내밖의풍경은내충동의굴절된모습이며,그런의미에서내안의풍경이다.밖의풍경은안의풍경없이는있을수없다.안과밖은하나이다.하나는둘을낳고둘은만물을낳는다”고명쾌하게적는다.

  • 그래서일까.죽음을닮은시어들이투병중인김현에게붙들려쓸쓸하게빛난다.
  • 김현은최승호의시를두고,“이썩어문드러진육체를갖고너무안달하지말라,라고시인은말한다.
  • 나는못들은체한다.
  • 그러나그소리는내의식밑바닥에꽉달라붙어있다.
  • 너는죽는다.
  • 네죽음이라는구멍은그무엇으로도메울수가없다.
  • 그런끔찍한전언을35세의시인이보내고있다.나는너무오래살았다!”라고절규한다.

    최승자의시를“사랑받지못한사람의고통스러운신음소리”로듣고,

  • 김정란의시에서“나도그녀처럼존재의어둠속에서몇번이고현기증을”느낀다.
  • 그리하여마침내김현은기형도에가닿는다.

    ‘공격적인허무감’과‘허무적공격성’.

  • 이무시무시한도돌이표속에서,김현은기형도의시를‘그로테스크리얼리즘’이라고명명한다.
  • 기형도에게서“진눈깨비쏟아진다,갑자기눈물이흐른다,나는불행하다/이런것은아니었다,
  • 나는일생몫의경험을다했다,진눈깨비”(‘진눈깨비’)라는시어를건저올린후,
  • 김현은“나는누가기형도를따라다시그길을갈까봐겁난다.
  • 그길은너무괴로운길이다.
  • 나는불행하다,나는삶을증오한다라는끔찍한소리를다시는누구도하지않기를바란다.
  • 그것이이뤄질수없는꿈이라고해도”라며마지막희망을부여잡는다.
  • ▲김탁환KAIST교수
  • 지난주,어느술자리에서요즘문학청년들은‘김현’도모른다고한탄하는이야기를들었다.그순간나는기형도를그리워하는김현
  • 을흉내내며‘무서워라!’외치고싶었다.“그의육체를기억하는사람들이다사라져없어져버릴때,죽은사람은다시죽는다.그의사진을보거나,그의초상을보고서도,그가누구인지를기억해내는사람이하나도없게될때,무서워라,그때에그는정말로없음의세계로들간다.”
  • 비평이란문학이‘완전한없음’으로사라지는것을막는마지막보루가아닐까.서산으로해진뒤시도소설도모두잠잘때말들의풍경을되살려홀로빛나는반딧불이.비평의풍경이아름다운곳은바로그‘말들의검은구멍’인지도모르겠다.
  • 친절함과도도함사이… 이시대대표작가의야멸친‘인간해부도’
    친절한복희씨
    박완서지음|문학과지성사|302쪽|9500원 김태훈기자scoop87@chosun.com
    입력:2007.10.1922:29/수정:2007.10.2002:40 ▲9년만에신작소설집을발표한소설가박완서씨는“상황에딱맞는표현이머리에떠오를때찾아오는황홀경때문에소설쓰기가즐겁다”고말했다./이명원기자mwlee@chosun.com
  • 소설가박완서(76)는성장을멈추지않는공룡같은문학세계를가졌다.불혹의나이에늦깎이등단해부지런히쏟아낸9권의단편집과15권의장편을통해그녀는중산층의속물화된일상과허위의식을고발하고,가부장제사회속에서여성이나모성이겪는불합리한세태의풍경을밀도있게그려내며자신만의문학세계를구축해왔다.

    ‘너무도쓸쓸한당신’(1998년)이후9년만에선보인새소설집을통해그녀는자신의문학성장판에다시한번새로운자극을주고있다.뱃속에들어갔다나온것처럼사람의속을훤히꿰뚫어보는박완서특유의통찰력은그녀의생물학적나이를의심케할만큼여전히빛난다.인간의이중적행태를꼬장꼬장하다싶을정도로신랄하게꼬집는문체의날카로움도무뎌지지않았다.‘나목’,‘한말씀만하소서’에서보여준,작가의일상과한국현대사가겹치는부분에서소설의씨를발아시키는작업도여전히이어지고있다.그러면서도작가는9편의단편이수록된이번작품집을통해‘달라진박완서’보여주기를시도하고있다.

    수록작‘마흔아홉살’은그변화를단적으로보여주는작품이다.주인공카타리나는강남의50평대아파트에사는중년여성이다.그녀는같은성당에다니는시간많은여자들과함께무의탁홀아비노인들을위한목욕봉사단체인‘효부회’를조직해회장으로활약하고있다.어느날잠시자리를비웠다가돌아온그녀는동료회원들이자신을험담하는것을엿듣는다.밖에서는할아버지들의성기까지씻겨주는천사지만집에서는시아버지가벗어놓은팬티를마치더러운오물대하듯집게로집어서빨래통에내동댕이치는그녀의행동을동료봉사단원이목격했던것이다.한편,그녀의고교동창이자효부회원인동숙은시어머니말이라면어깃장부터놓고보는며느리다.지난대선에서이회창후보를찍으려했던동숙은시어머니가전화해“이회창찍어야한다”고명령하자‘가랑이에마구신바람을내면서투표장에달려가서노무현을콱찍’었다고고백한다.

    소설은이처럼도시의중산층여성들이보이는

  • 가식적이고도일견천박해보이기까지하는삶을가차없이폭로해버린다.
  • 그러나소설은여기서멈추지않고한발더나아간다.
  • ‘난왜이렇게겉다르고속다를까’라고자책하는카타리나에게동숙은
  • ‘모든인간관계속엔위선이불가피하게개입하게돼있어.꼭필요한윤활유야’(107쪽)라고위로한다.
  • “밖에나가봉사활동하면서도집안에서못되게구는사람들이많지요.”
  • 작가는
  • “그래도봉사활동하지않으면서뒤에서남을흉보는사람들보다는낫다는생각이들어서쓴작품”
  • 이라고설명했다.

    단편‘친절한복희씨’에서사랑보다연민을강조하는것도같은맥락이다.

  • 지난해‘문인100인이선정한2006가장좋은소설’에뽑힌이작품은
  • 식모살이하러들어간집에서주인에게강간당하고결혼한여자의내면을그렸다.
  • 가난한부모의입하나를줄여주기위해가출한복희는방산시장의
  • 부유한홀아비집에들어갔다가성폭행을당하고임신해안주인이된다.
  • 그와의사이에아이를넷이나낳아열심히기르고,
  • 평생을자기밖에모르고산남편이늘그막에중풍에걸리자
  • 지극정성으로간호한그녀의삶은칭송의대상이다.
  • 하지만그녀는남편에게‘친절한’복희일수는있어도남편과함께‘행복한’복희는아니었다.
  • 젊은시절부부관계를나눌때그녀는수시로교성을질렀지만그것은행복의신음이아니라
  • 아내로서남편에게보여준‘친절’일뿐이었다.
  • 반신불수남편이비아그라를먹고회춘을시도하자
  • 그녀는자살할때쓰려고평생간직해둔아편을들고집밖으로뛰쳐나간다.
  • 복희가끝내남편을사랑할수없었던것에대해작가는
  • “사랑보다중요한것이연민인데남편에게는그것이없었다”고말했다.
  • “남자들은여자를강제로정복하면자기여자가된다고들생각하죠.
  • 그러나사랑의과정이생략된관계는영원한상처로남을뿐입니다.”

    이번에수록된단편중에는작가의연애관을엿볼수있는작품도두편이실려있다.

  • 단편‘그리움을위하여’는자기보다열두살이나많은유부남을꼬드겨결혼했지만,
  • 환갑을넘겨해로한남편이세상을뜨자곧바로다른남자와사랑에빠진,
  • 피가뜨거운초로의할머니가벌이는연애모험담이다.
  • 그녀의사촌언니인‘나’는그런동생을비난하지만
  • “외로움을이기지못하는게왜나빠”(37쪽)라는항변에대꾸할말을찾지못한다.
  • 오히려늘사랑속에사는동생이부러워오랜만에그리움이가슴에고이는것을느낀다.
  • ‘그립다는느낌은축복이다.그동안아무것도그리워하지않았다.
  • 그릴것없이살았으므로내마음이얼마나메말랐는지도느끼지못했다.’(40쪽)

    또다른수록작‘그남자네집’은6·25전란중에무능력한연하의남자와

  • 짧은연애를즐기다다른남자에게시집간여자가첫사랑의추억이남아있던
  • 옛동네를찾아가는이야기다.
  • 50년세월이흐른그곳에서젊은이들의애정행각을목격한여자는
  • ‘온세상이저애들놀아나라고깔아놓은멍석’임을느낀다.
  • ‘그래,실컷젊음을낭비하려무나.넘칠때낭비하는건죄가아니라미덕이다.
  • 낭비하지못하고아껴둔다고그게영원히네소유가되는건아니란다.’(78쪽)

    문학평론가김병익은이처럼박완서소설에서새롭게감지되는

  • ‘인간의욕망과이중성에대한포용’의시도에대해
  • “깍쟁이개성출신,칠십을훨씬넘어도빈틈남기지않고인간의약점들을사정없이몰아치는(…)
  • 박완서에게서,이런,‘낭비’를조장하는말씀을듣다니’’라고즐겁게평했다.
  • “이축복의감정이모든것을풀어주고용서해줄것”이라는기원도덧붙였다.
  • 새소설을낸박완서씨를삼청동에서만났다./이명원기자

    출처;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10/19/200710190118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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