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여,보아라
꽃초롱하나가불을밝힌다.
꽃초롱하나로천리밖까지
너와나의사랑을모두밝히고
해질녘엔저무는강가에와닿는다.
저녁어스름내리는서쪽으로
유수(流水)와같이흘러가는별이보인다.
우리도별을하나얻어서
꽃초롱불밝히듯눈을밝힐까.
눈밝히고가다가다밤이와
우리가마지막어둠이되면
바람도풀도땅에눕고
사랑아,그러면저초롱을누가끄리.
저녁어스름내리는서쪽으로
우리가하나의어둠이되어
또는물위에뜬별이되어
꽃초롱앞세우고가야한다면
꽃초롱하나로천리밖까지
눈밝히고눈밝히고가야한다면.
작은연가(戀歌)박정만
일러스트-정인성기자출처<–
[Why]두여성산악인과지현옥(池鉉玉)
편집자쪽지
최보식기획취재부장congchi@chosun.com기자의다른기사보기
입력:2007.10.2623:15/수정:2007.10.2623:15
여성산악인고미영(40)씨가한해에연속으로히말라야8000m급봉우리3개를올라가뉴스를탔지요.
국내여성산악인으로는첫기록입니다.
스포츠클라이밍으로단련된그녀의근력앞에는장정들도두손들고갈정도지요.
우연히산악인친구들과어울리는자리에서그녀를본적이있습니다.
그녀는노래방에서암벽을타듯이실내벽을두손으로짚은채혼자비비꼬는춤을춰‘관객’들의배꼽을쥐게만들었지요.
그녀는오히려그런관객들을보면서즐거워했습니다.
그녀의힘은낙천적이고활달한성격에서나오는것같았지요.
등반행위도그녀는즐기는쪽입니다.
이번시샤팡마봉(8047m)원정을다녀온뒤,
그녀는“캠프1에서철수할때폭설로인해약간힘들었지만나머지등반은재미있었다”고말하는식입니다.
아무리노력하는사람도이를즐기는사람에게는못미친다고했나요.
현재여성산악인으로서고산등반의‘대표주자’는오은선(41)씨입니다.
히말라야8000m급봉우리5개를이미등정했지요.
외양만보면그녀에게아무런산악인표시가없습니다.
한때는학습지교사를했지요.
그런그녀는‘힘든’등반을했던편입니다.
에베레스트봉등반때는사고로막숨진동료산악인의시신을목격하고도끝까지정상을올랐지요.
산에서내려오니말들이많았습니다.
올해K2봉을갈때,소속후원사는“내년으로미뤄달라”며강하게말렸지요.
바로직전에그소속사는에베레스트원정을보냈던산악인2명을잃었습니다.
일종의문상기간이었던것이었지요.
그런만류에도그녀는사표를쓴채떠났습니다.K2봉을등정한그녀는대신소속사를잃고말았지요.
주변에서는그녀가독하다고들하지만,그게‘프로’가아닐까라는생각도듭니다.
요즘매스컴에서는오씨와고미영씨를라이벌로보도합니다.
한때엄홍길과박영석간의경쟁처럼누가먼저8000m급14좌를완등할까라며.
등반은자신과의외로운싸움이라고하지만,
현실에서는이런경쟁이서로에게자극이되기도합니다.
그럼에도‘나는왜오르느냐’를잊어버리지는않겠지요.
제게개인적으로가장강렬하게남아있는여성산악인은고(故)지현옥(池鉉玉)입니다.
나이를따져보면저와동갑이었습니다.
그녀는지난1999년안나푸르나봉(8091m)원정에서숨졌습니다.
저는그녀를만나본적은없습니다.
그녀는히말라야로떠나기전,나와의통화에서“꼭한번만나보고싶다”고했습니다.
제가당시썼던고산등반체험르포를읽고,
그녀는“우리의산(山)은세속의당신이생각하는것과는다르다”고‘프로’로서말하고싶었을겁니다.
그러나만남은서로의일정때문에연기됐습니다.
그녀는“안나푸르나봉등반을마치고돌아와서한번보자”고했지요.
저는정말그날을기약하고있었습니다.
그렇게떠난그녀는안나푸르나봉의깊은얼음속에묻히고말았던것이지요.
그녀는무엇을예감했던것일까요.
원정출발에앞서지인들과이별할때
“매스컴에서떠드는걸벗어나조용히산에가고싶고산과둘이서즐기고싶다”고말했다고합니다.
지현옥은1993년여성원정대를이끌고에베레스트봉등정에성공했고,
1997년에는가셔브룸1봉(8068m),1998년에는단독으로가셔브룸2봉(8035m)에올랐지요.
산악인들과의술자리가있을때마다저는생전의그녀에대해,그녀는누구였을까를취재했습니다.
어느덧제가그녀를잘알고지냈던사이처럼됐습니다.
그녀는내성적이고말수가적었으며,등반에모든삶을건것처럼고집스러웠습니다.
어느날에는입술을빨갛게칠한채나타났고,눈동자는빛났습니다.
많은친구들이이런그녀를그리워했습니다.
이번호로‘Why?’가30호를맞았습니다.
고산등반에서산소부족으로물밖으로나온물고기처럼
숨을헐떡이며머리는어질어질한상태로걸어온것같습니다.
좋은주말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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