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날건 말건

잠깐스친비에젖다만낙엽을밟으며
석양을만나러갔다.
어떤이파리는아직살아있다는듯
빨갛게익은얼굴로바지에달라붙기도했다.
구절초들이시들고있었고
날개가장자리몇군데패인네발나비가
꽃위에앉아같이시들고있었다.
세상구석구석을찬찬히녹이는황혼,
마치거대한동물의내장같군, 누군가말했다. 늦가을저녁 나무,꽃,나비,새들이그대로녹는빛속에 벌레하나눈속에서 녹지않고날고있다. 고개를딴데돌려도날고있다. 눈을한참꾸욱감았다뜬다,눈물이고일만큼. 눈물에도녹지않고날고있다. 날건말건!

황동규-비문(飛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