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지 못하는?

번짐,

목련꽃은번져사라지고

여름이되고

너는내게로

번져어느덧내가되고

나는다시네게로번진다

번짐,

번져야살지

꽃은번져열매가되고

여름은번져가을이된다

번짐,

음악은번져그림이되고

삶은번져죽음이된다

죽음은그러므로번져서

이삶을다환히밝힌다

또한번저녁은번져밤이된다

번짐,

번져야사랑이지

산기슭의오두막한채번져서

봄나비한마리날아온다

번짐이라니.바뀜이아니라번짐이라니.목련꽃이피는일을,꽃이지고열매를맺는일을,계절의순환을,너와나사이사랑과이별의사건을,삶과죽음이돌고도는그둥?을,시간과공간의옮김을번짐이라고부르다니.먹물이화선지에서고요하게번지듯이.그리하여번짐은환함이라니.씨나날로결어서천을짜듯이조촘조촘가는것이라니.망설이고머뭇거리며나아가는것이라니.번짐이라고부르면나와당신은얼마나가까운가.이생(生)을받아가꾸는일이얼마나거룩한가.

장석남(43)시인의시는강한전염력을갖고있다.그의시는’번지면서’아주천천히그리고조용히나아간다.밀어내고부드럽게떠나고밀려들어오는,그‘어쩌지못하는사랑의감정을잘표현한다.우리들’마음그늘을빌려서잠시살다가가는것들’을아주잘들여다보고귀담아듣는출중한감각을자랑한다."찌르라기떼가왔다/쌀씻어안치는소리처럼우는/검은새떼들"(‘새떼들에게로의망명’)이라고쓴다거나,"어미소가송아지등을핥아준다/막이삭피는보리밭을핥는바람/아,저혓자국!"(‘저녁햇빛에마음을내어말리다’)이라고쓸때의놀라운감각이라니!

장석남시인의마음에는’옹근고요’가살고있는것같다.옹근고요위에서그의시는태어난다.고독과외면과섭섭함과흔들림과설움과간신히잦아드는것과사소함과곰곰궁금함과은밀함과찬란함과되비쳐옴과……그모든감정의섬세한자세를그의시는그려낸다.‘겨우’라고수식될세상살림들의속삭임과혈육인듯함께살면서’물항아리에물차오르면거기에어룽대는물의빛’과도같은,사람의가슴에도는생(生)의윤기를발견해낸다.(삶에윤기가없다면우리가어떻게살아갈수있겠는가)

"시에도자원이라는게있다면그건갈증/그건아무도모르게영혼을찢어놓는,/남은모르는갈증/갈증"(‘시법(詩法)’)이라고말하는그는우리시대에아주드문서정시인이다.

첫시집을내고"나는춤꾼이거나가수이거나아니면유능한세션맨이되었어야옳았다"고고백하는,해서한때는전기기타를배우러사설강습소를다녔다는,해서한때는배우로도활동한,거문고를안고사치를부리기도한다는시인.장석남시인을만날때마다나는확신하게된다,모르긴몰라도시인은울림통하나쯤은지닌근사한악기여야한다는것을.

詩;장석남

畵;잠산

해설;문태준

음악;Gluck/Danceoftheblessedspiri(JoshuaBell/RomanceOfTheViolints)

출처;chosun.com[애송시100편제-58편]수묵(水墨)정원9-번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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