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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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레스토랑엘불리(ElBulli)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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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숨어있는감성까지분자단위로건드려최고의맛내죠" 요리사황선진씨,스페인최고레스토랑5개월분투記 신정선기자violet@chosun.com
입력:2008.03.2115:46/수정:2008.03.2411:11
  • "요리는제가살아있다는증거예요.
    이제까지느꼈던모든감정을요리에불어넣고
    다시경험해볼수있으니까요."

  • 우리나라최초로’세계최고의레스토랑’인
    스페인’엘불리(ElBulli)’에서일했던요리사
    황선진(30)씨는왜하필분자요리와
    사랑에빠졌는지를열정적으로설명했다.

  • 대학에서조각을전공하고
    미국존슨앤웨일즈대에서요리를공부하던그녀.
    엘불리에관한책을읽자마자한눈에반한
    그녀는스페인으로이력서를40차례나보낸뒤
    5개월인턴이됐다.

  • 2005년5월,인턴40명중여자요리사는
    황씨혼자뿐이었다.
    세계최고레스토랑에서5개월동안
    무엇을했을까.

  • 황선진씨가봄딸기의맛을담은‘봄의향연’디저트를선보였다.왼쪽앞‘딸기우동’은딸기에젤라틴을섞어만들었다.뒤쪽주사기에든것은딸기에센스로,컵에담긴소다수에쏘아먹는재미가있다.앞쪽의딸기거품은딸기에레시틴을넣어부풀린것이다.☞동영상chosun.com/이태경기자ecaro@chosun.com

  • ◆40명인턴중여자요리사는혼자

    처음한달은뒷방에처박혀있어야했다.양파껍질을벗기고있는그녀의뒤에서누군가이죽거렸다.

  • "지난번에왔던애는반년동안생선뼈만바르다갔어.넌여자에다스페인어도잘못하고…."오기가치솟은

  • 황씨는베개밑에커다란부엌칼을깔고잤다.인턴을마치지못할바에야차라리죽어버리겠다는의지였다.

    황씨가가장먼저배운스페인어는욕설이었다."야,이돌대가리야!여기가어디라고이따위요리를내놓는거야!"눈앞에놓인접시가날아갔을까?접시는아까워서안던진다.접시위의요리만여봐란듯이바닥에패대기친다.요리사에게는가장모욕적인순간이다.

  • 황선진씨가만든비빔밥.위에얹힌갈색볼이만들기까다로운‘오일캔디’다.감미료‘이소말트’안에참기름을살짝넣었다./이태경기자
  • 한번은황씨가완두콩을분류하는’중책’을맡았다.물에데칠수있도록크기에따라세종류로나누는작업이다.눈에힘을주고콩을고르던황씨의앞에크기가어중간한콩이등장했다.크다고보긴작고,중간이라보기엔크고….

  • 망설이던그녀는문제의콩을중간콩자리에놓았다.순간,부(副)주방장의불벼락이떨어졌다."아니,그게어떻게중간콩이야,큰콩이지!눈깔은어디다팔아먹은거야!"파랗게질린황씨를둘러싸고있던수십명의동기들.

  • "괜찮아,그럴수도있지"라며격려했을까?천만에.그들은

  • 굶주린하이에나처럼황씨를공격하기시작했다."콩도못

  • 고르면서엘불리에왔냐.너같은건빨리나가야해!"

  • ◆1초의차이에목숨을건다

    단지공격을위한공격이었을까?그렇지않다는게황씨의설명이다."콩크기에따라데치는시간이달라요.1초짜리가있고2초짜리가있지요.그1초의차이를목숨처럼중요시하는게엘불리의주방이에요.완벽해야하니까요."

    그녀는’1초의완벽함’을위해전심을다했다.접시를준비하는일에도예외가없었다.지문하나없이완벽하면서빠르게준비하는것은시간과의싸움이다.미리해놓을수도없다.접시가식으면안되니까.황씨는초시계를준비했다.첫날30초.둘째날은29초에도전했다.그런식으로하루에1초씩줄여갔다.어느새황씨는가장빠르게접시를준비하는인턴이됐다.

    인턴에게는주방밖의’미션’도수시로주어진다."자,각자앞에놓인바구니를들어."부주방장의명령이떨어졌다."전부뒷산에가서호두를따온다.적게따오는놈은알지?"말이끝나기무섭게그들은산으로뛰어가호두나무를찾기시작했다."이요리에들어갈허브가모자라네.저쪽난간에서본거같은데?"즉시인턴은난간에매달려풀을뜯어와야했다.

    어느날심하게꾸지람을들은황씨가부주방장을찾아가"그만두겠다"며펑펑울었다.부주방장의답은싸늘했다."여긴들어오기도힘들지만나가는건더힘들어."레스토랑의명성에금이갈까봐쉽게내보내지않는다는설명이었다.

    18시간동안일한뒤집으로오자마자쓰러진적도있었다.병원으로옮겨진황씨는침상에누워포도당주사를맞으면서도스케치북을꺼냈다."몸이안되면아이디어로승부해야돼."

    마침내10월.모든주방인력이결산모임을열었다.총주방장이입을열었다.스페인어라잘못알아듣고있었는데,중간에’선진황’이라는자신의이름이들렸다.아니,내가뭔가잘못한건가.당황하는황씨에게박수가쏟아졌다."올해엘불리의가장뛰어난인턴은선진황입니다.가장빠르고가장정확해요.요리의세계에말은중요하지않다는것을선진황이보여줬습니다."최고의순간이었다.

  • 황씨가분자요리의일종이라고소개한유과를볼트와너트에감은철사위에꽂아선보였다./이태경기자

    ◆"엘불리,예약만돼도행복"

    기자가"분자요리는형광등이눈을부라리고노려보는실험실에서수저대신자를들고,컵대신비커(Beaker)에담아먹어야할것같다"며무식을드러내자,황씨는"강냉이도분자요리"라며"알고보면전혀낯선요리가아니다"라고했다."숨어있던감성까지분자단위로건드리는마술적체험을선사하는요리예요."

    "일일이분석하고계산해서나오는분자요리는어쩐지맛이없을거같은데요?"다시기자의무식한질문."엘불리의분자요리는굉장히맛있답니다.맛이없었다면아무리엘불리라고해도세계1위레스토랑에뽑히지못했을거예요."

  • 스페인카탈루냐로세스의산자락에있는엘불리는영국음식전문지’레스토랑’이해마다발표하는’세계50대레스토랑’순위에서2006년에이어지난해까지연속으로1위를차지했다.하루손님은45명만받는다.

  • 코스요리를주문하면25가지요리를2~3시간에걸쳐음미할수있다.영업은4월부터10월까지만한다.요리사들은나머지6개월동안여행하고연구하면서새로운아이디어를찾는데쓴다.

    ‘세계최고의레스토랑’에서식사하는비용은얼마나들까?한코스에250유로(약40만원)정도.

  • 단,물(한병에40유로,약6만3000원)은따로시켜야한다.

    예약은한해8000명정도받지만신청자가100만명에이르기도한다는소문이다.2년정도기다리는것은준수한편에속한다.그래서’엘불리에서먹을수있다는것만으로도행복하다’는손님들이많다는게황씨의귀띔이다.

  • 세계최고레스토랑으로선정된스페인‘엘불리’의주방.총주방장페란아드리아(오른쪽)가음식의맛을보고있다./AFP
  • 총주방장페란아드리아(46)는’요리역사상가장상상력이풍부한요리사’로불린다.황씨는그를’부엌에서는악마,나오면천사’라고표현했다.심한욕설을천지사방으로날리던그는일단부엌밖으로나오면’이보다더인자할수없는’아저씨로돌변한다.

    ‘최고인턴’으로뽑혔던황씨는엘불리에정식입사제의를받았다.그러나체력이너무달려어쩔수없이고사했다.그녀는내달세계2위레스토랑으로꼽히는영국’팻덕’에일하러간다.처음한달은인턴자격이고,실력을인정받으면정식요리사로일하기로했다.

  • →분자(分子)요리=음식재료를과학적으로분석해새로운맛과질감을창조하는요리법을말한다.엘불리에서는알코올이나올리브오일을액체질소로얼려아이스크림(고체)으로만드는과정을즉석에서손님들에게보여준다.

  • 시연시간은1분정도.즉,감성과두뇌가자극할수있는새로운아이디어와상상력으로’먹는다’는행위를하나의이벤트로승화한것이분자요리다.

  • 18일저녁분자요리쉐프황선진씨가딸기를이용한요리를선보이고있다./이태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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