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느꼈던모든감정을요리에불어넣고
다시경험해볼수있으니까요."
스페인’엘불리(ElBulli)’에서일했던요리사
황선진(30)씨는왜하필분자요리와
사랑에빠졌는지를열정적으로설명했다.
미국존슨앤웨일즈대에서요리를공부하던그녀.
엘불리에관한책을읽자마자한눈에반한
그녀는스페인으로이력서를40차례나보낸뒤
5개월인턴이됐다.
황씨혼자뿐이었다.
세계최고레스토랑에서5개월동안
무엇을했을까.
처음한달은뒷방에처박혀있어야했다.양파껍질을벗기고있는그녀의뒤에서누군가이죽거렸다. 황씨가가장먼저배운스페인어는욕설이었다."야,이돌대가리야!여기가어디라고이따위요리를내놓는거야!"눈앞에놓인접시가날아갔을까?접시는아까워서안던진다.접시위의요리만여봐란듯이바닥에패대기친다.요리사에게는가장모욕적인순간이다.
단지공격을위한공격이었을까?그렇지않다는게황씨의설명이다."콩크기에따라데치는시간이달라요.1초짜리가있고2초짜리가있지요.그1초의차이를목숨처럼중요시하는게엘불리의주방이에요.완벽해야하니까요."
그녀는’1초의완벽함’을위해전심을다했다.접시를준비하는일에도예외가없었다.지문하나없이완벽하면서빠르게준비하는것은시간과의싸움이다.미리해놓을수도없다.접시가식으면안되니까.황씨는초시계를준비했다.첫날30초.둘째날은29초에도전했다.그런식으로하루에1초씩줄여갔다.어느새황씨는가장빠르게접시를준비하는인턴이됐다.
인턴에게는주방밖의’미션’도수시로주어진다."자,각자앞에놓인바구니를들어."부주방장의명령이떨어졌다."전부뒷산에가서호두를따온다.적게따오는놈은알지?"말이끝나기무섭게그들은산으로뛰어가호두나무를찾기시작했다."이요리에들어갈허브가모자라네.저쪽난간에서본거같은데?"즉시인턴은난간에매달려풀을뜯어와야했다.
어느날심하게꾸지람을들은황씨가부주방장을찾아가"그만두겠다"며펑펑울었다.부주방장의답은싸늘했다."여긴들어오기도힘들지만나가는건더힘들어."레스토랑의명성에금이갈까봐쉽게내보내지않는다는설명이었다.
18시간동안일한뒤집으로오자마자쓰러진적도있었다.병원으로옮겨진황씨는침상에누워포도당주사를맞으면서도스케치북을꺼냈다."몸이안되면아이디어로승부해야돼."
마침내10월.모든주방인력이결산모임을열었다.총주방장이입을열었다.스페인어라잘못알아듣고있었는데,중간에’선진황’이라는자신의이름이들렸다.아니,내가뭔가잘못한건가.당황하는황씨에게박수가쏟아졌다."올해엘불리의가장뛰어난인턴은선진황입니다.가장빠르고가장정확해요.요리의세계에말은중요하지않다는것을선진황이보여줬습니다."최고의순간이었다.
기자가"분자요리는형광등이눈을부라리고노려보는실험실에서수저대신자를들고,컵대신비커(Beaker)에담아먹어야할것같다"며무식을드러내자,황씨는"강냉이도분자요리"라며"알고보면전혀낯선요리가아니다"라고했다."숨어있던감성까지분자단위로건드리는마술적체험을선사하는요리예요."
"일일이분석하고계산해서나오는분자요리는어쩐지맛이없을거같은데요?"다시기자의무식한질문."엘불리의분자요리는굉장히맛있답니다.맛이없었다면아무리엘불리라고해도세계1위레스토랑에뽑히지못했을거예요."
‘세계최고의레스토랑’에서식사하는비용은얼마나들까?한코스에250유로(약40만원)정도.
예약은한해8000명정도받지만신청자가100만명에이르기도한다는소문이다.2년정도기다리는것은준수한편에속한다.그래서’엘불리에서먹을수있다는것만으로도행복하다’는손님들이많다는게황씨의귀띔이다.
‘최고인턴’으로뽑혔던황씨는엘불리에정식입사제의를받았다.그러나체력이너무달려어쩔수없이고사했다.그녀는내달세계2위레스토랑으로꼽히는영국’팻덕’에일하러간다.처음한달은인턴자격이고,실력을인정받으면정식요리사로일하기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