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벚꽃다운벚꽃을보지못했다.이른봄에매화여행다녀온이후꽃을피해바다에가거나시름시름앓거나기억도나지않는일상에폭파묻혀있거나하는것으로아까운4월을다잃었다.눈을뜨니사방꽃진자리마다연두색잎들이어린입술들을쫑긋쫑긋내밀고있다.한눈파는사이에목련도,벚꽃도나를비껴저희끼리만우루루세상에다녀가고만것이다.영랑처럼나도,벚꽃이지고나면그뿐삼백예순날하냥섭섭해울어버려야할까부다.

브로드웨이극장앞에서일없이하늘을보니갈데없는봄날이다.간간이빗방울이떨어지고,여인들은홀연제비같은몸매를반짝이며총총이걸어간다.잃어버린벚꽃시절을어디서위로받아야하나,잠시막연해진심정으로극장간판을바라본다.뭘보여주고싶어서이찬란한봄날에전격개봉을하셨단말인가.

형님,다목리엔이제벚꽃이피네요.새벽에오느라몰랐는데가로수가다벚꽃이에요.이제라도벚꽃구경하셔야지요.

전화기건너편에서동구리가희죽희죽웃으며벚꽃의안부를전한다.벚꽃이아직군사분계선을넘어가지않았단다.일년에단한번누릴수있는벚꽃낮술의유혹이라니!꽃비흩날리는풍경안에서동화처럼취해영화처럼쓰러질수있는기회가아직남아있다니!꽃잎붙잡고있거라,꽃나무아래고요히자리깔자.

-벚꽃안부-류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