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별후삼십여년
꿈속에서어머니를찾아헤매었다
고향옛집을찾아가기도하고
서울살았을때의동네를찾아가기도하고
피난가서하룻밤을묵었던
관악산절간을찾아가기도하고
어떤때는전혀알지못할곳을
애타게찾아헤매기도했다
언제나그꿈길은
황량하고삭막하고아득했다
그러나한번도어머니를만난적이없다
꿈에서깨면
아아어머니는돌아가셨지
그사실이얼마나절실한지
마치생살이찢겨나가는듯했다
불효막심했던나의회한
불효막심의형벌로써
이렇게나를사로잡아놓아주지도않고
꿈을꾸게하나보다
토지가뭇생명을키워내듯이한국문학이라는토지를일군박경리씨의타계로한국문단은큰어머니를잃고문학사의한장을접게됐다.
1926년경상남도통영에서출생한박경리씨는1955년8월‘현대문학’에김동리에의해단편‘계산’이추천되면서작품활동을시작,‘김약국의딸들’,‘파시’,‘시장과전장’등을발표했다.특히1969년부터‘현대문학’에토지1부를연재하기시작한후‘문학사상’,‘월간경향’,‘문화일보’등으로매체를옮기며1994년8월집필25년만에‘토지’전5부를탈고했다.한작가가무려25년동안이나한작품에매달린것은극히이례적인일로평가된다.
‘토지’는1897년에서1945년까지약50여년에이르는우리민족의삶을총체적으로그리고있는대하소설이다.박경리선생은경남하동평사리에서만주와일본동경까지,700여명에달하는등장인물을통해우리역사를차근차근복원해내는한편,판소리설화민요등을통해우리문학의전통의맥을이어나가고자했다.
이종주시인은“‘토지’는펄벅의‘대지’와더불어땅을소재로한세계적인작품”이라며“작품활동못지않게한평생을생명운동으로일관한그의삶은모든작가들의본보기가될것”이라고애도했다.
박씨는지난해7월폐암선고를받았으나고령을이유로치료를거부하고강원도원주에머물다지난달4일오른쪽반신이마비되는뇌졸중증세를보여서울아산병원에서치료를해왔다.
박씨는한국문학에기여한공로로보관문화훈장을비롯해월탄문학상,호암상,용재석좌교수상을수상했으며,지난96년칠레정부로부터가브리엘라미스트랄기념메달을받기도했다.
유족으로는딸김영주(토지문학관관장)와사위김지하(시인)가있다.장례는문인장으로치러진다.
/noja@fnnews.com노정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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