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못할 사랑

AnAffairtoRemember

모진비바람에

마침내꽃이누웠다

밤내신열에떠있다가

나도푸석한얼굴로일어나

들창을미느니

살아야지

일어나거라,꽃아

새끼들밥해멕여

학교보내야지

사람들가슴에

텅텅빈바다하나씩있다

사람들가슴에

길게사무치는노래하나씩있다

늙은돌배나무뒤틀어진그림자있다

사람들가슴에

겁에질린얼굴있다

충혈된눈들있다

사람들가슴에

막다른골목날선조선낫하나씩숨어있다

파란불꽃하나씩있다

사람들가슴에

후두둑가을비뿌리는대숲하나씩있다

깊이묻다

이도저도마땅치않은저녁

철이른낙엽하나슬며시곁에내린다

그냥있어볼길밖에없는내곁에

저도말없이그냥있는다

고맙다

실은이런것이고마운일이다

조용한일

*예래바다에묻다

눈감고내눈속희디흰바다를보네

설핏붉어진낯이자랑이었나그대알몸은

그리워이가갈리더라하면믿어나줄거나

부질없이부질없이손톱만물어뜯었다하면믿어줄거나

내늙음수줍어

아닌듯지나가며곁눈으로만그댈보느니

어쩔거나

그대철없어내입안엔신살구내음만가득하고

몸은파계한젊은중같아신열이오르니

그립다고그립다고몸써리치랴

오빌어먹을,나는먼곳에마음을벗어두고온사내

그대눈부신무구함앞에

상한짐승처럼속울음삼켜나병만깊어지느니

*예래;제주의중문서쪽바닷가마을

내하늘한켠에오래머물다
새하나
떠난다

힘없이구부려모았을
붉은발가락들
흰이마

세상떠난이가남기고간
단정한글씨같다

하늘이휑뎅그렁비었구나

뒤축무너진헌구두나끌고
나는또쓸데없이
이집저집기웃거리며늙어가겠지

때늦은사랑

가만히좋아하는/김사인시집/창비시선262

출판일:2006년04월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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