再放 죄송…
병꽃-황동규

아,저병꽃!

봄이무르익을제

그무슨꽃보다도더자연스럽게

자주색으로도피고

흰색으로도피는,

모여서도살고

쓸쓸히도사는,

허허로운꽃.

계획했던일무너지고우울한날

학교뒷산을약속없는인사동처럼방황하다가

그냥만나서로어깨힘빼고

마주볼수있는꽃.

만나고도안만난것같고

안만나고도만난것같이

허허롭게.

몰운대行-문학과지성(1991.04.01)

만나고도안만난것같고

안만나고도만난것같이

허허롭게.

밤이었는데,나는잠을자고있었는데,누가잠위에색실로땀을뜨나보다,잠이깨려면아직멀었는데,누군가커다란밑그림위에바이올렛꽃잎을한땀한땀새기나보다,바늘이꽂히는곳마다고여오는보랏빛핏내,밤이었는데,잠을자고있었는데,여자아이가꽃을수놓고있나보다,너는누구니물어보기도전에꽃부리가핏줄을쪽쪽빨아먹고무럭무럭자라나보다,나는온몸이따끔거려그만일어나고싶은데,여자아이가내젖꼭지에꽃잎을떨구고,나는아직잠에서깨지도못했는데,느닷없이가슴팍이좀환해진것도같았는데,너는누구니물어보기도전에가슴을뚫고나온꽃대가몸여기저기초록빛도장을콱콱찍나보다,잠이깨려면아직멀었는데,누가내몸에서씨앗을받아내나보다,씨앗떨어진자리마다스미는초록비린내,나는그만꽃잎들을털어내고싶은데,이마에화인(火印)처럼새겨진꽃잎을떨구고싶은데,밤이었는데,나는아직잠을자고있었는데

김경인-한밤의퀼트

연주곡/작사/곡:ClaudCh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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