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청소부 – 모니카 패트지음 /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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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청소부-모니카페트지음/안토니보라틴스키그림

독일에거리표지판을닦는청소부아저씨가있었단다.

아저씨는아침7시반일을하러집을나섰지.

한30분후면표지판청소국에도착한단다.


아저씨는유리창너머수위아저씨에게인사하고,탈의실로들어갔어.

탈의실에서파란색작업복으로갈아입고,

파란색솔과파란색가죽천을받았어,

아저씨가이청소도구들을한데꾸릴때,

다른청소부아저씨들도자기도구를챙겼지.

서로이런저런이야기를나누면서말야.그런다음다들

자전거보관실에서파란색자전거를꺼내타고청소국문을나섰단다.

내가지금이야기하는청소부아저씨는몇년전부터

똑같은거리의표지판을닦고있었어,바로작가와음악가들의거리야.

바흐거리.베토벤거리,하이든거리,모차르트거리,바그너거리,

헨델거리,쇼팽광장,괴테거리,실러거리,슈토름거리,

토마스만광장,그릴파르터거리,브레히트거리,커스트너거리,

잉케보르크바흐만거리,마지막으로또빌헴름부슈광장.

거기까지가아저씨가맡은곳이야.

표지판은말이야,닦아놓았나싶으면금방다시더러워지지.

그러나훌륭한표지판청소부는그런일에기죽지않아.

더러움과의싸움을포기하지않는거야.

내가이야기하고있는청소부아저씨는정말훌륭했어.

아저씨가맡은거리의표지판은깨끗할뿐만아니라.새것처럼보였어.

다른청소부들도진심으로아저씨가’최고’라는걸인정했단다.

표지판청소부반장과청소국국장도이따금아저씨의어깨를툭툭두드리며

"잘하십니다!"라고칭찬했어.

아저씨는행복했어.자기직업을사랑하고,

자기가맡은거리와표지판들을사랑했거든.

만약어떤사람이아저씨에게인생에서바꾸고싶은것이있느냐고물었다면,

"없다"라고대답했을거야.

어느날한엄마와아이가파란색사다리옆에멈추어서지않았더라면계속그랬을거야.

"엄마,저것좀보세요!글루크거리래요!"

아저씨가막닦아놓은거리표지판을가리키며아이가외쳤어.

"저아저씨가글자의선을지워버렸어요!"

"어디말이니?"

엄마가깜짝놀라위를쳐다보며물었어요.

"저기요.글뤼크거리가고해야하잖아요?"

독일어로글루크는아무뜻이없지만.

글뤼크는’행복’이란뜻이있어든.엄마가대답했어.

"그렇지않아.글루크가맞단다.글루크는작곡가이름이야.

그이름을따서거리이름을붙인거란다."

버스한대와트럭두대가덜커덕거리며지나갔어.

그바람에엄마의목소리가묻혀버렸어.

다시조용해졌을땐엄마와아이는이미그자리를떠나고없었어.

아저씨는당황해서다시한번표지판을쳐다보았어.

문득글루크라는사람에대해그아이만큼아무것도모른다는생각이들었어.

유명한사람들의이름을늘코앞에두고있으면서도,

정작그들에대해아무것도몰랐지뭐야.

그럼안되지.이대로는안돼.아저씨는생각했어.

아저씨는사다리에서내려와바지주머니에서동전을꺼내들고공중에내던졌어.

그림이나오면음악가부터시작하고,숫자가나오면작가부터시작할생각이었어.

동전이바닥으로쨍그랑떨어지며.반짝반짝춤을추며돌다가.핑그르르멈추었어.

그림이나왔어.

아저씨는몸을굽혀동전을주어들었어.

이제무엇부터해야할지손으로동전을돌리며곰곰생각했어.

근무시간이끝날때까지기다릴수없을것같았어.

아저씨는일을마치는다섯시가되자재빨리자전거에올랐지.

머리를휘날리며표지판청소국으로달려가급히옷을갈아입고집으로갔어,

문을열고들어서자마자아저씨는종이와연필을찾아이름을죽썼어.

글루크-모차르트-바그너-바흐-베토벤-쇼팽-하이든-헨델

아저씨는이름들을다시한번훑어보고압정으로벽에붙여놓았어.

다음에는신문을꼼꼼히보며음악회와오페라공연에관한정보를모았어.

어떤것들은공연날짜를수첩에적어놓기도했지.

그날이오면입장권을사고,옷장에서좋은양복을꺼내입고,

음악회장이나오페라극장으로갔단다.이제내가부족한게뭔지알것같아.

주위가긴장될정도로고요해지면,종종아저씨의머릿속에그런생각이스쳤어.

음악소리가솟아오르기시작했어.조심조심커지다가.둥글둥글맞물리다

산산이흩어지고,다시만나서로녹아들고,바를떨며,움츠러들고,

마지막으로갑자기우뚝솟아오르고는,스르르찾아들었어.

아저씨는오싹몸을떨며멍한상태에서깨어났어.

종이부스럭거리는소리,우르르걸어가는발소리……

문이열리고사람들은왁자지껄하며밖으로나갔어.

아저씨는주위를돌아보며미소를지었어.

크리스마스가되자아저씨는레코드플레이어를샀어.

이를테면자기자신에게크리스마스선물을한거야.

포장을풀어플레이어를꺼내크리스마스트리밑에갖다놓고,

엄숙하게첫번째레코드판을올려놓았어.

아저씨는밤새거실에누워음악을들었어.그러자차츰차츰,

오래전에죽은음악가들이다시살아나가장좋은친구가되는느낌이드는거야.

그들의음악을들으며속으로묻고대답하고,마치서로이야기를나누는것같았어.

아저씨는일을하면서머릿속에간직한가락을나지막이휘파람으로불었어.

모차르트의<소야곡>,베토벤의<달빛소나타>.

심지어는오페라곡까지외워서불었단다.

쉬운일은아니었어.

휘파람으로낼수있는건언제나한가지소리밖에없고,

다른소리들은상상을해야했으니까.

음악가들에게자신이생기자아저씨는벽에서명단을떼어냈어.

그리고종이를뒤집어뒷면에다새로운이름들을썼어

이번에는작가들이름이었어.

괴테-그릴파르처-만-바흐만-부슈-브레히트-실러-슈토름-케스트너

그리고는종이를원래자리에도로붙여놓고,

시립도서관에가서이작가들이쓴책들을빌렸어.

몇주가지나자나도서관직원이아저씨를알아보고,친절하게인사를건넸어,

아저씨는도서관최고의단골손님이었거든.

아저씨는전에는한번도들어보지못한말들을자꾸만만나게되었어.

어떤말은무슨뜻인지이해가되었지만.어떤말은이해되지않았어.

그래서무슨뜻인지알게될때까지되풀이해서읽었어.

저녁이면저녁마다아저씨는책속의이야기들에잠겨있었어.

아저씨가거기서발견한비밀들은음악에서발견했던비밀들과무척이나비슷했어.

아하!말은글로쓰인음악이구나.

아니면음악이그냥말로표현되지않은소리의울림이거나.아저씨는생각했어.

"참안타까운일이야."

어느날아저씨는동료청소부들에게말했어.

"좀더일찍책을읽을걸그랬어.하지만모든것을다놓친것은아니야."

글은아저씨의마음을차분하게도했고,들뜨게도했어.

또아저씨를곰곰생각에잠기게도했고.우쭐한기분이들게도했어.

기쁘게도했고슬프게도했지.음악가들이음을대하듯,

곡예사가공과고리를,마술사가수건과카드를대하듯,작가들은글을대했던거야.

아저씨는작가들과도음악가들과같이친구사이가되었어.

작가들의모든작품을알게되었을때,아저씨는일을하면서

특별히마음에든구절들을혼자읊조려보았어.

괴테의<마왕>."누가이렇게늦은밤에바람속을달리는가?"

브레히트의<악당매키의노래>.

"그상어는이빨이있다네/얼굴에이빨이있다네."

또슈토름의<백마의기수>나빌헴름무슈의<막스와모리츠>에나오는구절들.

이렇게아저씨는멜로디를휘파람으로불며,시를읊조리고,가곡을부르고,

읽은소설을다시이야기하면서표지판을닦았어.

지나가던사람들이그것을듣고는걸음을멈추었어,

파란색사다리를올려다보고는깜짝놀랐지,

그런표지판청소부는한번도만난적이없었거든.

대부분의어른들은표지판청소하는사람따로있고,

시와음악을아는사람따로있다고생각하잖니.

청소부가시와음악을알거라고는상상도못하지.

그런데그렇지않은아저씨를보자그들의고정관념이와르르무너진거야.

그들의고정관념은수채통으로들어가,타버린종이조각처럼산산이부서졌어.

사다리위의아저씨는자신이어떤사건을일으켰는지전혀알아차리지못했어.

표지판을박박문질러닦고,호호불어윤을내었지.

표지판이반짝반짝빛나면비로소일을멈추고쉬었어.

이제아저씨는시립도서관에서음악가와작가들에대해학자들이쓴책을빌리기시작했어.

그책들은이해하기어려웠고,때로는결코끝까지읽어내지못하리라생각이들었어.

시간이흘러,아저씨는꽤나이를먹었어.

아저씨는예나지금이나표지판을돌보고보살폈어.

이따금손가락끝으로이제는너무도소중해진이름들을어루만지며,

일하는동안자기자신에게음악과문학에대해강연을했지,

그러던어느날,한가족이파란색사다리옆에서서열심히아저씨이야기를들었어,

어떤두여자아이들은재잘대던이야기를멈추고아저씨를올려다보았어,

한젊은이는가방을땅에내려놓고귀를기울였어,

거기에어떤선생님과반학생들도함께와서듣는거야.

사람들이모인것을보자다른사람들이그뒤에가서섰어.

아저씨는아무것도알아차리지못했어.

일을끝내고여전히중얼거리며파란색사다리를내려오는데.

사람들이박수를치는거야.아저씨는얼굴이빨개졌어.

얼른물건들을챙겨다음표지판을향해파란색자전거를밀었어.

사람들이아저씨를따라왔어.아저씨는부담스러웠지만.

어떻게하겠어?따라오지말라고하기가쉽지않았어.

일을계속하며강연하는수밖에.

그러면서밑을처다보지않으려고애를썼어.

시간이거북이처럼기어갔어.

빌헬름부슈광장의교회시계가마침내다섯시를가리키자.

아저씨는휴우안도의한숨을쉬었어.

아저씨는몸을날리듯자전거에올라타고그곳을떠났어.

다음날아침,사람들은벌써바흐거리에서아저씨를기다리고있었어.

아저씨는너무놀라딸꾹질이나왔어.아저씨는숨을멈추고천천히열까지센다음,

파란색사다리로올라가첫번째표지판을닦으며새강연을시작했지.

사람들은아저씨발꿈치에바싹붙어있었어.

아저씨가마지막표지판을청소하고마지막말을끝내자.

사람들은웅성웅성칭찬의말을주고받았어.

아저씨는도망치듯자리를떠났고,사람들도뿔뿔이흩어졌어.

이제아저씨는다른사람들을생각해야한다는걸깨달았어.

그래서더욱열심히준비를했어.웃음거리가되고싶지않았거든.

점점더많은사람들이강연을들으러왔고,

점점더빽빽하게파란색사다리를에워쌌어,

아저씨는표지판에서표지판으로옮겨가며,

사다리를올라갔다다시내려왔지만,

이제는사람들에게신경쓰지않았어.

어느날텔레비전방송’오늘의인물’의카메라맨과기자가왔어.

그들은일하는아저씨를찍고,이것저것질문을했지.

아저씨는밤새유명해졌어.이제모든것이온통뒤죽박죽되었어.

가는곳마다아저씨의사인을받으려는사람들이진을쳤어.

편지들이커다란자루에가득찰만큼집으로날아왔어.

표지판청소부반장과표지판청소국국장은

아저씨에게칭찬을늘어놓으며꽃다발을건네주었어.

아저씨때문에표지판청소국의위신이높아졌거든.

네군데대학에서강연을해달라는부탁이왔어.

그렇게하면아저씨는훨씬유명해질수있을거야.

하지만아저씨는거절하기로결심하고답장을썼어.

"나는하루종일표지판을닦는청소부입니다.

강연을하는건오로지내자신의즐거움을위해서랍니다.

나는교수가되고싶지않습니다.

지금내가하는일을계속하고싶습니다.

안녕히계세요."

그리고아저씨는지금까지그랬듯이,표지판청소부로머물렀단다.

Mozart,ViolinSonataNo.26inBbmajorK.378II.

Andantinosostenutoecantabile

(ArthurGrumiaux,ClaraHask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