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서울에사는사람입니다.필운동에서태어났고사직동에서살다가가세(家勢가기울어(한마디로沒落해서)지금은모래내로쫓겨와살고있습니다.명색이시를씁니다.그러나내가쓰는시들을外秀형이혹시한두편본일이있으시다면잘아시겠지만되지못한잡소리들입니다.병색이짙고패잔병의가방처럼잔뜩무거워보입니다.나는매일서울에서첫손가락꼽는높은빌딩(32층까지있음)16층은행조사부라는곳에서8년동안을똑같은위치,똑같은자리에서일을하고있습니다.시하고는하등관계없는경제동향이나경기부양정책,금과남아프리카공화국,이런제목을앞에놓고외수형이소설을메워나가는원고지칸을메워나갑니다.그러다가짬이생기면소설을읽습니다.인이박힌소설가들의소설은처음부터안심하고기대를걸고잘안나가면욕을하고읽지만,그렇지않은소설은한세페이지정도읽다가흥미가없으면그만둡니다.그러니까세페이지지읽고다음사람,또그다음사람것도세페이지이상안나가면다음사람,이런식이죠.미안합니다.초면부터이런내속사정까지애기해서.조사부옆에는도서실이있읍니다.월간지를취급하는여행원에게단단히부탁을해놓았기때문에월간지가도착하자마자나는첫번째로책대출이가능합니다.[세대]7월호에실린신인문학상당선작인형의[勳章]이란중편소설을아주감명깊게탐독한것도그런경로입니다.형의소설은우선재미가있어야독자를사로잡는다,이런등식에어울립니다.거기다형의문체는신인답게발랄하고패기(覇氣)가보이고상상력이풍부했읍니다.[가을會話集]의어떤대목에가서는르끌레지오를연상시킵니다.허긴마지막장[幻生集]을읽을때나는대출했던르끌레지오를반납하고……이런형의진술을발견하기도했지만,그러나형의중편을읽으면서불만이아주없는건아닙니다.보들레르의[적나라한마음]의인용구라든지,[개를죽이는장면]은퍽신선하게느껴지면서도전체적으로어휘의거침이상당히뛰어난부분묘사들을저해(沮害)하고있읍니다.이러한저항감은신인의입장이란위치에서는장점보다단점으로지적됨을피할수없겠는데,75프로의장점보다25프로의단점을지적하는소이는처음만난형의소설가적체질을갑자기사랑하고싶은마음의경사때문입니다.대학에다닐때읽은보들레르산문시의갑작스러운친애감과상기도,형이소설중간에친절하게명기하신칠십일페이지의이끼를가지고약을만드는조제법(調濟法)도,형은혼자끓여먹는라면조리법과흡사하다는비유를제시했는데나는라면끓이기는이제졸업했으니까아까말씀드린대학시절의내노우트장의필기를다시들추면서엉뚱한장소로그몇대목을이전시킬용의가생겼던것입니다. 용서하십시오.잃어버린것은망각이고발견한것은새자료구실이가능합니다. 모서리가떨어져나간내노우트,필기년도는59년12월4일로표기되어있읍니다. NotesFugurantdanslerecueilmanuscritdemonCoeurnis,anuetquidoiventetrerenduesaFusees (이하필기한불어원문약) 일은필연좋은관습,검소,순결,따라서건강,무,연이어그리고발전하는재능(legeniesuccesifetprogressif),자비심,agequodagis(라틴어라번역불가능함),생선,냉수욕,샤워,이끼,때때로향료.한편온갖흥분제의폐지. 이스랑드이끼125그람. 흰설탕250그람. (나머지[이끼를넉넉한찬물에…]부터는형의인용문과동일함) 위생.행위.방법 쟌느300프랑.어머니200프랑.나300프랑.한달에800프랑.아침6시부터정오까지아무것도안먹고(ajeun)일할것.무턱대고목적없이미친사라모양일할것.결과를두고보자.나는몇시간동안의쉼(repos)이없는일에나의운명을걸어볼까한다.모든것은회볻할수(reparable)가있다.아직늦지않았다.누가아랴,혹시새로운즐거움이……? 영광.나의빚갚음.쟌느와어머니의부(富).나는아직까지도실현된즐거움을몰랐었다.고정관념의힘,희망의힘,의무를완수하는습관은공포를몰아낸다.꿈꾸는것을원해야하며꿈꾸는것을알아야한다.영감의환기(evocation),마술적인예술,지체없이쓰기시작할것.나는매우이론을따진다.성급한일은비록나쁜것일지라도몽상(reverie)보다는낫다.일련의작은의지들은커다란결과를가져온다.모든의지의후퇴는읽어버린실재의작은부분이다.그렇다면망설임은얼마나낭비인가!허다한상실을보상하기위하여필요한마지막노력이얼마나무한한것인가판단하여보라. 밤에기도하는자는보초(步哨)를세우는대장과같다.그는잠을잘수가없다.죽음에대한꿈들,그리고예감들,오늘날까지오직홀로나는추억을즐겨왔을따름이다.둘이서즐겨야한다.마음의즐거움을하나의정열로삼아라.영광스런존재를이해하고있기에나는그것을실현할수있는것같다.오,쟝쟈그! (괄호안의원문은미심쩍어사전을다시보고표기한연필부기.) 헌데노형께서는어디다쓰시려구하오?형은이렇게반문하실것입니다.극단뒷바라지를몇년했더니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고어쭙지않은단막극을하나쓰는중이고이단막극내용이월요일부터일요일까지일주일간,서로겉도는부부가실랑이를하는얘긴데그러니까,월요일[아령]얘기에남편인김공지(金空地)가부인인서수리(徐修理)에게보들레르산문시를읽어보라고권합니다.말하자면대사에양념격이죠.서수리는신소리그만하라고일축합니다.쓸데없는소리를또늘어논것같습니다. 형의소설은묘사에있어서가령쉬운예로단색이있고다색으로구분된다고가정한다면단연다색쪽입니다.형이그리는인물,사물,무생물,하다못해겨울아침의빙판도그것은다색의짙은농도를독자들시야에전시합니다.유머러스한장면도군데군데진을치고있읍니다.녀석이빠르게몸을움직이는것이순간적으로내눈에비쳤는가하는순간,퍽소리와함께번쩍내눈에불똥이튄것은.망할자식!녀석은돌려차기로나를후려버린거였다.볼이얼얼했다.아니대단히아팠다망할자식!그러나웬지후련했다.나는녀석으로부터한걸음물러서며큰소리로말했다.[자식아,관객을까버리면어떻게해.]
[훈장]을독파하고나서나는소설쓰는몇몇얼굴을머릿속에서끄집어냈읍니다.徐挺仁,李祭夏,李文熙,趙海一,姜龍後……그런데李外秀형의얼굴은그몇몇얼굴과또다른윤곽으로내눈앞에나타났읍니다.군대에입대했을때냇가의돌멩이처럼똑같은돌멩이(신병)이지만,어딘가좀빼어난돌멩이하나가(차돌이라고해도무방하겠읍니다.)하사관의눈에들어온것처럼.용서하십시요.내가하사관이란얘기가아니라,형의특질이그렇게차돌처럼보였다이말입니다.[세대]사에서도이차돌이현재단단하고앞으로도좀처럼깨지거나금이갈염려가희박하니까형을발굴한것은자명합니다. 형이춘천에계셔서한말씀더드리겠는데춘천교대에는친구가하나있읍니다.李昇勳이란사람입니다.이승훈이나를좋아하는지내가이승훈일아끼는지그런건뭐피장파장이지만,몇년전에내가자유극장식구들과같이성심여대로단막극공연을하러갔을적에[流配]란졸작을한편쓴건사실이고아울러연덕이많고미션계통여자대학기숙사창문들이바다를향해열려진,춘천시가에내가반했던것도숨김없는고백입니다.나는낯선해안가에서이승훈일기다렸읍니다.춘천이고향이라고는하지만,서울에서강의를안하고여기교대에와서그가강의를하는게유배당한기분이었다는말입니다.이것은그날,바람이많이부는해안통에서내가추측해낸지레짐작입니다.아뭏든나는여관비를지불할극단현금이들어있는봉투뒤에작은글씨로메모를했던것입니다. 자식은오지않을모양이다 불빛이하나둘 늪에빠지고있었다 어떤것은몹시흔들렸다 아직알려지고싶지않다는 기미를보였다자식은 줄이없는것같았다 李昇勳의글씨는장마철에흩뿌리는비,혹은안개를전면으로방어하고있는어린포를라나무처럼사선으로사선으로넘어집니다.어떻게보면<님>자의받침ㅁ이하도옆으로튕겨져나가간신히매달려있기때문에그걸읽으려면발음할때내입이우측이든촤측이든삐뚤어지는듯한착각을해야합니다.그의쓰러지는글자획은점(點)같기도하고암호문같기도합니다.헛간에서뱀이밤외출을하는그의시의달빛풍경은살바돌달리가즐겨다루는해안의큰바위위에엿가락처럼늘어진시계의몸체,정체(停滯)해있는시간에움직이지않는사물시체와동위점이채취됩니다.외수형의연락처는춘천시명동[전원]다실로되어있습니다.형이계신[전원]다실에서는고전음악을트는지모르지만,서울명동의[전원]다실은내가가끔들르는곳입니다.누구와약속을이행하러가는곳이아니라혼자가는곳입니다.그링카나아렌스키를들으러,포레의엘레이지를들으로가끔[전원]에가서나도속세와절연된시간을가져보곤합니다.나는이한때를[일인시간]이라고붙입니다. [훈장]을읽고는판단이안섭니다만,형은아직미혼인것같고나는9년전에내후배와결합했읍니다.[훈장]의주인공도사람을잡아들이는검사를포기하고파레트에물감을개고있는데나역시소설의인물임원일(林原一)처럼대학에서4년을그림과씨름했고내아내도학년이다른급우였읍니다.그러나9년전이나지금이나혼자있는일인시간은대동소이합니다.서로다른방을쓰지만아이가태어나도다른방쓰기와절차와규격은동일합니다.숨을쉬기가조금편리한이점이외에는,용서하십시오.편지를쓰다보니핵심은하나도못건지고삼천포로만빠집니다.요즘대학생들은잘나가다가그리로빠진다고하더군요.pardon…… 나는가끔이국인과대화가막힐때,혹은무슨실수를했는지안했는지불분명할때[빠르동!]이라고내뱉습니다.역시습관이란무서운거죠.나는내고질적인관습을타기하기는커녕벌써잘라내야할혹을지니고그것이내살의일부분인양방치한지오랩니다. 李外秀형의두번째작품을기대합니다.19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