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After 정선인 피아노 독주회
BY 참나무. ON 8. 23, 2008
정선인피아노독주회(예당8.22.8:00P.M)
유독슈베르트를좋아하게된이유를곰곰따져보니
중학교때강수범선생님이영화’미완성교향곡’이라는
슈베르트일대기를그림처럼이야기해주실때부터아니었을까싶다
음악선생님이면서도음악가는물론
화가에관한이야기도참많이해주셨다.
어제연주회본래파토리3곡중두연주곡이슈베르트작곡이어서
연주모습보면서영화이야기해주시던선생님생각이많이났다.
전당포에서빌린연주복을입고입장하다
전당표탭에걸려석고상을깨트려창피를당했다던가
아뭏든슈베르트의지난한삶을영화보다더재밌게그려주시던…
슈베르트는정식으로피아노를배운적도없고죽기전1년까지도
자기소유의피아노를갖지못했지만100여곡의피아노작품을남겨
피아노음악사에적지않은영향을끼쳤다.
그런그를슈만은피아노를피아노답게다룰줄아는사람이란
평을했다고어제음악회프로그램노트에도적혀있다.
전문적인음악식견도없지만이상하게그의즉흥곡을무척좋아했는데
확실한이유을어제음악회이후에알게되었다.
피아노작법을배운적이없는그는소나타같은구성의대작에서보다는
오히려즉흥곡이나어제래파토리’악흥의순간’같은소품에서
더개성적으로표현되었다는의견이지배적이라나…
#
음악회가기3시간전에는아무것도안먹는다
혹졸릴까봐-한상우생생님한테들은이후로생긴버릇이다
근데어제는밥먹는것자체를잊어버렸다.-나요즘타락한거맞다
앞자리젊은커플이나란히앉았는데
남자가심하게졸아살짝걱정이되었다
음악회직전에뭘먹었나?
아니면엊저녁에과음해서쉬고싶은데
여자친구의강권에마지못해끌려나와앉았나.
민망할정도로전후좌우종횡무진으로끄덕거렸다.
그래도박수칠때는우리만큼열심히치더라^^
로비에도착하여티켓창구로향할때
낸시님은가족분들과미리와계셔서티켓두장을건내시며
-비도오는데힘드셨죠
-오히려선선해서더좋은데요
인터미션시간에도한번더
-힘드셨죠…라는말씀을먼저하실때
문득우리나라음악회공연의문젯점이뭔가생각해봤다.
초대를받고즐거운시간가진우리가더고마워해야할일인데
왜’힘드시죠’란말씀을먼저하신단말인가
앞좌석에서꾸벅꾸벅졸아옆자리여자친구랑뒤에앉은우리까지
맘졸이게하던청년과관계가있는것도같다
아닌게아니라우리나라공연시간너무늦다.
거의8시즈음시작이다
물론주요관객층인직장인들을배려한시간이겠지만
일산돌체,월츠&닥터만,양평등지에있는많은음악회도대부분8시즈음이다
진행자들도아는이들이많아자주오라는부름은받지만거의못가고있다.
공연중에도우리집남자라면이나끓여먹으며혀차고있지않을까
간이옴졸거려자꾸귀찮아질때가더많아서…
어제는정말오랜만에몸도마음도편안한음악회였다.
더구나주인공은악보도없이피아노에앉았다.
당연히페이지터너도없다.
‘페이지터너’란영화본이후
연주자곁에앉은넘순이넘돌이를보는일이예전같지않다.
솔직히그냥듣기도긴연주시간그많은악보를
다외워연주만하기도어려운일인데
관객들의감동까지얻어내는일이어디보통일인가말이다.
하얀건반을맘대로가지고노는(?)연주자들을보면정말부럽다
어제도그랬다.
짧은즉흥곡악보보고서라도제대로한악장쯤
연주할수있으면얼마나좋을까싶어서..
해마다수만명쏟아지는음악대학졸업생중에서
이런연주회를몇회씩할정도면남모르게얼마나피나는노력들을했을까
주위에피아노전공해서실패한사람도성공한사람도더러있어
피아노연주자로성공하기가다른학문들보다얼마나어려운지익히안다
#
인터미션시간로비에서
3분짜리메이컵하는아무것도모르는내가프로그램을보며
‘화장도안한것같아순순한얼굴이더좋아보이네’했더니
뭘좀아는동행은"투명화장이네요"그런다.
바랜듯한고운보라색과약간짙은핑크색이
가슴아래두자락으로내려오면서포인트를준
한복을변형한은회색드래스도편안해보여더좋았다.
허리잘룩하게들어가복장때문에연주에신경쓰일염려없으니…
독일가서연주할때입은드래스라고낸시님이알려주셨다.
#
앵콜곡으로역시슈베르트리드를연주하기전
"어렵게편곡해준남편께고마움을전한다"며처음으로말문을열었다.
로비에서미리아드님이앵콜곡편곡했다고알려주셔서
짜고치는고스톱인줄알지만앵콜박수는열심히쳤다.
퇴근후에반주를제대로하고싶어피아노렛슨을시작했다는동행과
할수있는게박수뿐인양있는힘을다하여…
성악곡으로만듣던슈베르트리드가어떻게저토록
변화무쌍한연주곡으로탈바꿈할수있는지정말놀라웠다.
다른레파토리도물론더좋았지만…
작곡전공인남편과나란히꿈잘키우라는염원을담고
슈만이슈베르트에게한평이자꾸생각났다.
피아노를피아노답게다룰줄아는사람
SchubertPianoSonataNo.21inBflatmajor,D.960
II.Andantesostenuto
SviatoslavRichter(1972,Regis)
Share the post "2. After 정선인 피아노 독주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