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나간후20분쯤지났나?
조간을대략훑어갈즈음전화가온다.
이른시간의전화는언제나사람놀라게한다.
손전화두고왔으니얼른,빨리택시타고오란다.
다행히사고는아니니…후유~
얼마전퇴근길영동대교에서7중충돌사고첫번째피해자가되어
자다가도경찰서전화받고그랬거든…
월요일분리수거도하는날
베란다엔생선담았던스티로폼박스가네개나굴러다니고
시누이온이후다른때보다훨씬쓰레기양도많고
주말은추석이니싸악비워야하는데참참…;;
얼른빨리란말만멤돌아지갑따로꺼낼시간도없이
돈만확인하고전화기단단히챙긴후네거리로나갔다
인적뜸한새벽이라빈택시가금방보인다.
위치말하고급하다하니잘알겠다며금방달린다.
(내생각엔반대로가는방향같았지만,길치에다사람잘믿는것도문제다.)
이른시간강변로가논스톱이라빠를거라며씽씽잘도다닌다.
시간도좀되고어디쯤오니
-사모님하도급하다해서미터기꺾는걸잊었는데…
어쩌지요…12,000원만주세요.
(이거바가지?20분거리라던데…
나쁜사람같지않고빨리와주는거고마워내가좀손해보지뭐…사고아닌게얼만데…)
-아저씨도남편만큼정신없으시네요.(안심하는눈치네...쯧)
-지금어디냐…(남편전화다)
-강변로…(말끝나기도전에)
-왜그리고왔지?(톤을높이려다말고)
길치마누라께빠른길오는방법말안한실수를자인하는지
기사에게한강중학교아냐물어보고
목적지를바꾸면서남편이오는게빠르겠단다.
한강중학교에도착,남편차는안보였지만
-열심히하셔야지요.
하며내리니까기사는좀미안했는지만원만달라하며휑하니가버린다.
오가는차만보이는이른아침,
한강중학교정문앞에우두커니서있자니참기도안찬다.
택시로손전화운반한사건이이번이세번째다.
요즘계속저녁마다술먹은탓인지
내건망증이옮겨갔는지
어느눈오시는날도바쁜걸음시켜간떨어지게하더니…
그때놀란거에비하면이까짓꺼뭐…하는데
남편차가내앞에우뚝서는가싶더니손전화만챙기고휑하니달아나버린다
(수고했단말한마디않네,바쁘다이거지…들오기만해봐라)
(겨우정신을수습하고…)
-여기가어디지?
처음와본곳이지만버스노선을살펴보니
남산3호터널이란정류장이보인다?
음…남대문근처군…
분리수거마감시간8시까진넉넉해서
가는방향화살표를보니지하도를건너야할것같다.
오늘계획중남대문시장이있었다.
다른건다생략하고치즈케익재료만사야지맘먹는다.
치즈케익,시누이가다이렉터로배울좋은기회라며
크림치즈랑파우더젤라틴을사온게냉장고에있은지오래됐다
젤라틴이내가쓰는게아니어서미루고있었다.
출국일정이연기되었으니…(참고로내일떠납니다)
남대문의아침이라도아직문을안연곳이더많았지만
식재료파는곳주변은사람들열기로부산했다.
예전단골집은아직문을안열어다른곳물어물어생크림사고…
금방문열고정리하기바빠우리같은소매손님들은잔뜩귀찮아하는모습이역력하다
내가쓰는젤라틴사기가쉽지않았지만
‘남정’깊은지하,’E상가’다뒤져기어이샀다.
4호선,2호선,버스갈아타며도착한우리집엔아무일도없었다
시장의활선어같은역동감을두눈으로보고와서인지
난리통을뚫고나온기분이어서많은시간이훌쩍지난것같은데
열어논베란다에서생선냄새좀나는거빼면…
시누이는목욕탕에있었고아들은세상모르고자고있었다
8시마감인분리수거까지다하고시누이랑마주앉아
그간의사건을아침식탁에풀면서
오늘은내방식대로토스터기에빵을구웠다.
‘바싹하게구운것도담백하고맛나네…’
‘미터기안꺾은기사오늘재수조오타~’하며시누이도나간후
비린내나는베란다한바탕물청소하고
남편이손질해준전어배가른부분이아무래도미심쩍어
지난번이쑤시개지지대대신나무젓가락으로업그레이드시키고
탈수할때잘못하면털털털걸음마하는세탁기한통돌리니이시간이된다.
돌아와내설운가슴앞에누워도
너는푸르다
한세상지켜낼수있다면
바다깊이단한번도잠기지못한
내청춘너무서럽다
힘차게깊은어둠속에잠기지못한
내청춘내청춘
오래도록너무서럽다
기나긴내슬픈가슴안에
수평선멀고붉은해
저먼곳에,저먼곳에
내아픈추억마저밝으니
사랑깊이단한번도죽어가지못한
내청춘너무서럽다
힘차게깊은어둠속에잠기지못한
내청춘내청춘
오래도록너무서럽다
오래도록너무서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