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포 후박나무 언덕

출처;

사진,글;http://blog.chosun.com/blog.screen?userId=ydh208꿈꾸는정원사

제목;후박나무언덕에붉은물들면,2008/10/0217:14

천리포에는꽃무릇이한창입니다.

사람들이’100m미인’이란말들쓰더군요.

개인적으로꽃무릇이그런류아닌가생각합니다.

햇살좋은날,멀리서보면연녹의쭉쭉뻗은꽃대들위에서

선홍의비단결처럼잘게빛나는것이

물들기시작하는가을에,참강렬하게곱다는느낌을갖지만,

막상가까이서면,곱다는인상도안들고

사진발도별로안받는,몸만날씬한꽃입니다.

저는이렇게군식한꽃무릇의무리들에서,밑부분이좋습니다.

초록잔디밭에서힘있게,단하나의줄기로올라와다섯개의꽃대로갈라지는이지점까지,

그리고연녹의도열과그빛들—

언젠가,우주어디선가들려오는메시지를받는,

교신의느낌을갖는꽃모양을소개했었는데

꽃무릇이야말로으뜸의형태가아닌가생각됩니다.

후박나무언덕에붉은물들었습니다.

수목원탐방객들은천리포의이언덕에들어서면,

이풍경에감탄을하곤하지요.

하지만사람들은이언덕이간직한많은풍경들을헤아릴수는없습니다.

마치한번의방문으로정원을이해할수없듯이.

후박나무언덕은’정원은이래야한다’를보여주는,

설명없이는알수없는,천리포의비밀의언덕입니다.

이제그언덕을천천히거닐어보겠습니다.

천리포수목원에가면,본원의큰연못과조구나무사이로길이나있습니다.

나무터널같은길을약10m정도지나오른쪽으로몸을돌리면,

시야가훤히뚫리며왼편의바다에연한모래동산과오른편동산사이에

살짝웨이브진언덕길이나타납니다.

이곳이후박나무언덕입니다.

제가명명한언덕이지요.

길을따라위로올라가면오동나무,차나무,가래나무,동백,비버늄,당느릅나무,산수유,Schimia,

목련,소사나무등등이있지만언덕의정점에후박나무가중심을잡고있습니다.

이큰나무들밑으로작은관목들이각종구근들과사이좋게자리를잡고있어,

조금비워보이는듯하지만전혀틈이없는화단으로구성되어있습니다.

언덕은남향으로경사져내려가고있고,좌우측의조그만동산으로보호받고있어

해풍의직접적인영향은덜받는반면,해양성기후의특혜를누리고있어,

겨울에도얼지않는수목원내에서가장따뜻한곳입니다.

그래서이곳은봄을가장먼저맞고,가을을가장늦게보내는,

그러면서온도의변화가심하지않는이상적인정원의조건을갖추고있어,

겨울에도상록활엽수의초록으로눈이심심하지않는푸른언덕입니다.

돌아가신민원장님은,푸른언덕에그림같은한옥집을지어

노래가사에나나올법한이상향의게스트하우스를지어셨지요.

그집이지금의소사나무집입니다.

사진에서보듯이양쪽켠의화단은출입금지때문에줄을쳤습니다.

저도처음에는멋모르고들어갔다가수목원식구들한테혼도나고눈치도많이받았습니다.

그이유는이렇습니다.

스노우드롶(설강화)

이언덕은봄을제일먼저맞고가을을가장늦게보내는구근들로가득찬땅이기하고,

첫봄의구근으로부터늦가을까지많은수목과화초를길러내야하는장소이기때문입니다.

그래서사람들이자주밟는다거나,구두로들어간다거나,삼각대를설치하고사진을찍으면

곧바로혼이납니다.

크로커스.

제일먼저봄을알리는것은3월의크로커스와스노우드롶입니다.

해마다조금식틀리겠지만,2월의눈밭에서도피기도히지요.

수선화’떼데아떼떼.

키작은수선화떼데아떼떼도연이어피고요,

4월이면오른쪽동산에능수벚꽃이흐드러지게늘어지고,

무스카리와온갖수선들이절정을이루고,

소사나무집앞Coate목련은그절정을축하하듯이,

조선치마같은자홍의꽃들이만발합니다.

따뜻한중국이고향인당느릅나무는제고향인양

편안히연녹색겹장미같은꽃과잎새의자태를한껏뽑냅니다.

계절의여왕5월만큼이나이언덕의5월은년중

가장눈부신풍경을연출합니다.

가래나무도5월이잎과꽃으로시선을끄는시간이지요.

앞장서진하게먼저핀목련은이미지고

잎과함께올라온막내목련의여린떨림에는5월의아득함이실려있습니다.

정말운이좋은날이면이언덕에서

꽃보다아름다운이목련의잎을볼수있을것입니다.

이국적이고화려한비버늄의꽃과잎의투과도함께볼수있고요,

이사랑스러운연홍의겹벚꽃도놓칠수없는언덕길초입의5월의명품입니다.

이름이Ojhosin이던가요?

서로마주보고있는만병초도잊지마시고요.

언덕길이라는것이50m가채되지않지요.

고향집뒷동산오르듯이느슨하게오르다가

후박나무밑에단풍나무한그루있습니다.

5월이면연노랑다섯잎새와새붉은꽃을피우지요.

후박나무옆에서슬쩍올라탄으름덩굴은몇년을자랐는지

훌쩍커서흡사독특한조명등을구경하듯이올려다보아야합니다.

언덕입구의등대꽃도5월중순이면불을밝히고,

홍가시나무는꽃이아닌잎으로불을피우지요.

5월이면오동나무의어린잎조차도예사롭지않은색을보여주고,

능수벚나무밑의로도덴드론은붉은색의다양한스펙트럼을보여줍니다.

이느릅나무의잎새는5월의화사한햇살때문에이렇게빛바랜연녹을띄는게아니고

원래색이아주밝은연녹으로날이흐려도숲의콘트라스트를더해주는

항상표정이밝은친구입니다.

5월의마지막쯤이면오동나무새잎은위로올라가

역시꽃보다더화려한잎의축제를벌이지요.

어쩌자고이붉은병꽃나무는빛을머금고있는지—

단풍은어느새꽃잎을떨어트리고

연분홍빛날개를달고먼비상을꿈꾸고있습니다.

후박나무꽃피었습니다.

흔히들꽃이후박한일본목련을두고후박나무하는데

진짜후박나무는늦여름철고마리같은작은꽃입니다.

이후박나무도6월이면차라리꽃보다화려한잎을선보입니다.

6월이면홍가시나무의화려했던잎은초록으로여려지고

숲속의초록에가장어울리는백색으로꽃을피웁니다.

만첩빈도리의여린백색과핑크의한방울번짐을볼수있는6월입니다.

7월이면소사나무집능소화가피기시작하여9월까지피고지고를반복하겠지요.

멀리울릉도에서시집온섬바디입니다.

여름의백색유등이라할까요.

7월이면대개장마통이라아가판수스의활짝핀기지개를보기가쉽진않지만

이역시장마틈새의맑은날언덕초입만병초밑에서구경할수있습니다.

7월의절정은당느릅나무맞은편의Schimia일것입니다.

상록활엽의이거대한나무전체가온통향기가득한꽃으로덮여있습니다.

8월이면후박나무는진녹의열매를맺고,

보랏빛무릇과,

보랏빛맥문동이언덕에어울려보랏빛8월을밝히고있습니다.

그리고9월과10월사이에꽃무릇으로

언덕을붉게물들이고나면,

꽃피는계절을다보내는것이지요.

남은것은물드는단풍입니다.

이처럼

후박나무언덕은,

그곳에있는수목과화초의생태와사계절의얼굴을알지못하면,

한달음에올라언덕의바다풍경한번보고,지나쳐버릴

비밀의정원이자,

일조량과지형,기후와사계절의식생,

빛과수목,공간이함께어우러진공간성과서정적감성을여실히보여주는

정원의전형이라고할수있을것입니다.

천리포에들리시면꼭

깊은눈으로

느린걸음으로눈맞추시기바랍니다.

꽃무릇은

깊어지는가을을축복하는

꽃인가봅니다.

<꿈꾸는정원사>

Paganini,CantabileandWaltzforViolinandGuitarinEmajor,MS45
(ScottSt.John,Violin&SimonWynberg,Gui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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