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가을 정기법회 전문


=법정스님법문정리=

ㆍ맑고향기롭게’법정스님가을정기법회
ㆍ일시:2008년10월19일(일)
ㆍ장소:길상사극락전

나에게주어진맑은복(福)
-살아있다는사실에감사할줄알아야-

(청법가후대중들합장반배)

그동안잘계셨습니까?
요즘처럼청명한날에는사는일이고맙고복됨을느낍니다.
산중에서는날씨의영향을많이받습니다.
비바람이불면짜증나고,화창한날에는기분좋아지는데가을날씨덕에요즘에는흥겹게지냅니다.

빨래널면서서정주시인의「푸르른날」을외우기도합니다.

“눈이부시게푸르른날은

그리운사람을그리워하자

저기저기저가을꽃자리

초록이지쳐단풍드는데

눈이내리면어이하리야

봄이또오면어이하리야

내가죽고서네가산다면!

네가죽고서내가산다면!

눈이부시게푸르른날은

그리운사람을그리워하자.”

송창식씨가이시를노래로도불렀다지요.

시를읽으면마음이흐뭇해집니다.
언어의결정체인시에는우리말의넋이깃들어있습니다.
마음을풍요롭게하는시를일상생활에서읽어보세요.
중고등학교시절에는시를읽다가나이를먹으면망각하고맙니다.
시를읽으면피가맑아지고무뎌진감성의녹이벗겨집니다.

왕유(王維)와백낙천(白樂天)의시를읽으면사는일이고마워집니다.

요즘세상을보면지겹고짜증나는뉴스가많이들립니다.
미국발금융가소식,주가폭락,쌀직불금부정수령등이우리를슬프게합니다.
하나부터열까지모두경제와돈타령입니다.
경제살리겠다고하시는분들이잘못하고있는것같습니다.

우리는가진것만큼행복한가?
갖지못하면불행한가?
외부적인요건만으로행ㆍ불행을평가할수는없습니다.
많이가졌어도불행할수있고,적게가졌어도행복할수있습니다.
행복과불행은외부적요건보다는내부적인요건에달려있습니다.
받아들이는삶의자세에달려있습니다.

요즘뉴스를보면자신이왜소해지고무기력해집니다.
사는일이지겹고힘들어집니다.
그러나다시눈을돌리면향기로운부분도많습니다.
그런외압에짓눌리지말아야합니다.

옛사람들은어떻게살았을까?
장혼(張混)은「평생의소망」이라는글에서‘맑은복’여덟가지를말했습니다.
그는인왕산아래에집을짓고나무,꽃,채소를가꾸고살았는데,
예전집을500냥에내놓았다는기록도있습니다.

장혼의맑은복여덟가지는
‘첫째,태평시대에태어나는것,
둘째,서울에사는것,
셋째,선비축에끼는것,
넷째,문자를대충이해하는것,
다섯째,산수의아름다운곳을차지하는것,
여섯째,꽃과나무를심는것,
일곱째,마음에맞는벗이있는것,
여덟째,좋은책을소장하는것’입니다.

우리는나에게주어진맑은복을어떻게받아쓰고있는가?
나는이글을읽고나자신을비추어보았습니다.
누군가가나를받쳐주고있어나날이새로워지는것을알았습니다.

나에게는맑은복네가지가있습니다.

첫째,책이있습니다.마음의양식이나를받쳐주고있습니다.
둘째,차(茶)가있습니다.출출할때마시는차는제삶의맑은여백입니다.
셋째,음악이있습니다.
제가사는곳에전기가들어오지않아건전지로듣습니다만음악이삶에탄력을주고있습니다.
넷째,채소밭이있습니다.채소밭은제일손을제공해주고있습니다.
이것들은내삶을녹슬지않게늘받쳐주고있습니다.

누구나한적한삶을누리고픈꿈이있습니다.
밭을일구면서살고자하는꿈,이러한꿈은우리의본능입니다.
언제현실적으로이어질지모르지만일상에찌들지않는꿈을가집시다.

소동파(蘇東坡)의「적벽부(赤壁賦)」에는다음과같은구절이나옵니다.

“저강물의맑은바람과산중의밝은달이여
귀로들으니소리가되고,눈으로보니빛이되는구나
가지고자해도말리는사람없고,쓰고자해도다함이없네
이것은천지자연의무진장이구나”

맑은바람,밝은달을즐기는사람이별로없는것같습니다.
남은생(生)에평생둥근달을몇번이나볼수있을것인가?
비오면못볼수도있으니다음달도기약할수없습니다.

강과산은본래주인이따로없습니다.
보고즐길수있는사람이강산의주인입니다.
내면을돌아보면우리삶을풍요롭게하는것이무수히많습니다.
외부로돌리니발견못할뿐입니다.

우리나라는하루30명,일년에1만2천명이자살한다고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내세계최고자살률입니다.

목숨처럼귀하고소중한것은없습니다.
그런데그런목숨을내팽개치고있습니다.
이순간에도시한부인생을살며산소호흡기로연명하는사람이있습니다.
이존엄한목숨을내팽개치는것은수치스러운일입니다.
자기혼자만을위하는일입니다.
사람은혼자만사는존재가아닙니다.
시간과공간이떠나있더라도많은사람들과삶의흐름을이루고있습니다.
여기에서이탈하는것은명예롭지못합니다.
결코고통이해결되지않습니다.
죽음은끝이아니고,또다른삶의시작입니다.
이것은많은선각자들이느낀부분입니다.
자살은스스로를해치는자해행위로업(業)이되며,
이업은나중에윤회의사슬이되고고통으로이어집니다.
결국자살은자해(自害)의업만추가될뿐입니다.

보고듣고말하는것이업입니다.
말이씨가된다고“죽고싶다,죽고싶다”하면결국죽게됩니다.
그리고업의파장이됩니다.
업은파장에따라한번으로끝나지않고‘관성(慣性)의법칙’에따라습관이되고,
나중에는업력(業力),업장(業障)으로이어집니다.
자해행위도자꾸하다보면습관이됩니다.

누구나한번쯤은자살의충동을느끼지만,막막한고통이늘지속되는것은아닙니다.
흐린날이있으면맑은날이있습니다.
외부적여건뿐만아니라생각도변합니다.
끝없이이어질것같은절망감도한때입니다.
맑은정신으로인간세를널리살폈더라면좋았을것을…
괴로울때혼자있으면고정관념에서벗어나지못합니다.
궂은일,좋은일도다한때입니다.
모든것은고정되지않고늘변합니다.

어려운일닥쳤을때혼자서해결하려하지마세요.
절이나교회를찾아짐을부려놓으세요.
절이나교회는항상문이열려있습니다.
자살전에좋은스승이있으면쉽게자살하지못합니다.

누구든지제명(命)이있습니다.
몸바꾸는것은자연스런생명의현상으로헌차에서새차로바꾸는것과같습니다.
자살하면그새차는헌차만못합니다.
왜냐하면업의파장때문입니다.
그업의찌꺼기가다음생에까지따라옵니다.
어렸을때의소질이나개인차는다전생의업력입니다.

우리는살아있다는사실에늘감사할줄알아야합니다.
우리는세상에나누기위해이렇게존재합니다.
이만마치겠습니다.

(대중들목탁소리와함께스님께합장반배)

정리:學輪

출처;http://www.kilsangsa.or.kr/길상사게시판

Pachelbel,ChaconneinFminor(Organ:HelmutWal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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