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화가 원석연 추모 5주기전
연필화가원석연추모5주기전

기사입력2008-10-2717:32

(서울=연합뉴스)경수현기자
개미나마늘등의연필화로유명한원석연(1922-2003)화백의추모5주기전이 11월5-16일인사동갤러리아트사이드에서열린다.

개미,마늘,굴비,인물화시리즈의원작이됐던초기작을비롯해, 박정희대통령생가초가집(1969년)등모두100여점을선보인다. 원화백은물감은사용하지않고오로지연필화로만작가생활을고집한것으로유명하다.

석굴암문수보살을소재로한1959년작품은연필로수없이많은점을찍어만든작품으로, 문수보살의세워든팔과손에든잔,자연스럽게늘어진옷자락등이우아하게표현돼있다.

특히그는’개미화가’라는별명처럼일생동안수많은개미떼를극사실적으로그렸다.

1950년대작품’개미’는타이어자국과고무신자국등이새겨진땅위에싸우고다친 수천마리의개미를등장시켜인간군상의모습을비유한듯하다.

그는개미그림을그리기위해유리관에개미를넣고기르며직접관찰했다고한다. 새마을운동이한창이던시기에는근면함을상징하는작품으로조명받기도했다.

원석연의화실책상에는아직도몽당연필자루가많이남아있다.

그는절대지우개를사용하지않았는데연필하나로일곱가지색상을 표현해낼수있다며연필화에대한자부심을보였다고한다.

최근국립현대미술관이그의유족으로부터연필화작품약20점을구입하기로했다.

☎725-1020.(사진설명=원석연화백의1967년작’우이동’)evan@yna.co.kr *** 참고

故원석연화백의작업실방문기

권혁주(前아트싸이드큐레이터)

<원석연선생님작업실모습>원본클릭<–

원석연선생님이돌아가신지어느새5년이넘었지만유일한유족이신윤성희사모님께서는오늘도하루종일마음이편치못하다.이유인즉돌아가신남편의작품을미술관에기증하겠다던화랑에서도무지기별이없기때문이다.미술관에작품을기증하는절차가쉽지않으리라짐작은했지만이렇게어려울줄은몰랐다.이제는당신도얼마나더오래살수있을지모르는데이러다가기증도못하고생을마치는것은아닐지하루도마음편하게잠을이루지못하고초조할뿐이다.그렇게믿었던화랑도시간이지날수록답답하게만느껴진다.그러던어느날,화랑관계자가죄송스러운마음으로위로방문차원에서사모님이아끼신다는<교회첨탑>그림을들고서작업실을찾았다.

나는개인적으로원석연선생님을직접만나본적은없었다.내가아트싸이드에입사했을때내사무실안쪽벽에는원석연선생님의<고독한녀석>이걸려있었다.강아지한마리가커다란화면속에덩그러니앉아있는것이마치사색에빠진것같았다.덕분에나는원석연선생님의그림을일상속에서자주접할수있었다.그런데그고독한녀석의주인공이진짜강아지가아니라장난감인형이었다는것을선생님작업실에와서야알게되었다.그림속의강아지가인형이었다는사실이놀랍고웃음이나왔다.나는상상해보았다.’시대의이단아’라고불리며외고집작가로유명한원석연선생님께서이작고귀여운강아지인형을이거실에쪼그리고앉아서매서운눈빛으로쏘아보는모습을.덕분에어렵게만생각했던원석연선생님이조금은친근하게느껴지는순간이었다.

<고독한녀석>

원석연선생님은강아지인형을그리면서무슨생각을하셨을까?왜제목을고독한녀석이라하셨을까.고독을즐기셨던것은아닐까.마오쉬휘가그랬다.고독은예술가가자유를얻는소극적인방식이라고.하긴.모르긴몰라도평생을“외고집작가”로불리며아웃사이더로살았던원석연선생님도인간적으로는많이외로우셨을게다.

<고독한녀석의모델이되었던인형>

사모님께서차를내오시며이런저런이야기를해주신다.굴비를사오면그걸그리기전에는절대먹을수없었다는이야기,항상이거실에앉아서작업을하셨다는이야기,연필은꼭일본제를쓰셨다는이야기도사모님께처음들었다.그렇게작업실을둘러보니모서리끝에는선생님이쓰시던작은책상이하나놓여있었다.사모님께서는고인이쓰시던물품이라그대로두고가금씩먼지만털어낸것같았다.

<원석연선생님이쓰시던작업용책상과도구들>

책상위에는소문대로몽당연필이수북하게쌓여있었다.연필을만져보며신기해하는나를보시던사모님께서흥미로운에피소드를하나들려주셨다.언젠가이해인수녀가원석연선생님의몽당연필을보면서시를하나지은것이있다는것이다.제목이’몽당연필’인가그랬다는것이다.혹시관심있으면나중에찾아보라고하셨다.나중에집으로돌아와검색해보았더니진짜로이혜인수녀의시집중에‘몽당연필’이란시가있었다.

몽당연필

너무작아
손에쥘수도없는연필한개가
누군가쓰다남은이초라한토막이
왜이리정다울까

욕심이없으면바보되는이세상에
몽땅주기만하고아프게잘려왔구나
대가를바라지않는깨끗한소멸을
그순박한순명을본받고싶다

헤픈말을버리고진실만표현하는
너처럼묵묵히살고싶다
묵묵히아프고싶다

-이해인

<수북하게쌓인몽당연필들>

그리고작업실찬장에는옛날미국공보관시절에찍은것같아보이는사진이몇개있었다.원석연선생님의젊었을때모습은처음보는것같았다.그러자문득두분이어떻게만나셨는지궁금하여이런저런이야기를여쭤보았다.그리고사모님께서는조금창피한기색으로선생님과주고받았던서신을하나를슬며시보여주셨다.나에게는혼자만보라고하셨지만원석연선생님의또다른면모를느낄수있어이번전시를기념하며처음으로소개하고자한다.

사랑하는당신에게

가을바람이강하게부니낙엽이우수수떨어지는소리너무나도내가슴을슬프게하며고독한마음이루표현할수없어.꿈도요사이는공포에연속적인것을생각만해도불안과고독과의욕을상실하는마음뿐이요.당신은고히잠들고깰까해서조용히옆방에서담배를피우며생각했어.담이걸려아프라고했고요사이는좀낳은듯하나.걱정이요.단두식구서한사람이아프면걱정이되어사랑하는당신,성희.쓸쓸할때는그림을그리려하나,구상과용기가안난다오.그러나그림을그리면좀쓸쓸한마음은잠시라도잊어지기도하오.

오늘은수요일저녁에교회갈날이오.요사이는당신이잠을잘자는편인것같아.나이들수록건강해야하는데그리고내년에는전시도해야하는데여러가지로복잡하고사회가시끄럽고뜻을이루려는지?그러나용기를내서라도해야겠지만말이요.어제꿈은공포의연속적으로나를공포로몰아넣었어.깨어보니꿈이였고.당신은옆자리에서푹잠들어있었소.아침에미아리다방에갈까말까생각중이요.춥지않은지힘을가지고살아야하는데용기말이요.

사랑하는당신,성희.그젊은시절에용기는어디로가고지금은고독을물리치고그림그리는시간을가져야하는데차디찬가을바람이불며내마음을춥게하며서글프게하며허전하게만들고있는차디찬가을바람.인생은잠시벌써나이만먹었으니말이요.내희망은항상빛인줄밝고행복함을꿈꾸고있지만항상어두운방같기만하오.나이탓일까.당신한테항상따뜻이못해서무척미안하기만하오.사랑하는당신성희한테말이오.

(답장)

나도사랑해요.쓸쓸한당신의마음을위로해드리지못한나의부족함을통감합니다.나는참당신을아끼고소중해요.두말할것도없는우리의사이지만정작사랑한다는말한마디안하고사는군요.여보사랑해요.가을은쓸쓸한계절인데다가.지금의우리의위치가(나이가)쓸쓸하고비관적인때인것같아요.그래도당신은그림그리는사람.예술가로성공한사람이니까.누구보다행복한사람이예요.우리기쁜마음을가지고살려고노력하며삽시다.우리는행복하다.

-아내가.당신편지보고

http://blog.naver.com/aamyyn/20056028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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