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어쩌지못할때서른이왔다
-그림이그녀에게
곽아람지음|아트북스|264쪽|1만2800원
허윤희기자ostinato@chosun.com
입력시간:2008.11.1421:47
많은작가들이서른살의혼돈에대해썼다.시인최승자는"이렇게살수도없고이렇게죽을수도없을때서른은온다"고했고,오스트리아작가잉게보르크바흐만은"삼십세가되었다고해서어느누구도늙었다고하지않겠지만,스스로를젊다고내세우는게어색하게느껴지는나이"라고서른살을정의했다.일간지기자인저자는"서른이되면안온한행복과안정이기다리고있을줄알았는데,변한것은아무것도없었다"고고백한다."뼈아픈가난을견딘적도없고거대한이념과싸운적도없었지만,적은외부가아닌내부에있었다.늘문제는자신과의갈등이었다."이책은서른살의그녀가그림을통해건져올린내면의기록이다.
고흐와고갱,앤디워홀,뭉크등익숙한화가부터타마라드렘피카,그랜트우드같은낯선화가의작품까지,서른점의그림을매개로저자자신의내밀한이야기를들려준다.70년대말에태어나90년대말에대학에들어가고2000년대말에서른을관통한수많은그녀들이공감할만한공통의이야기이기도하다.
저자는대학졸업후사회인이되는과정을사춘기처럼겪어내며에드바르뭉크의그림〈사춘기〉를떠올린다.조르조데키리코의〈거리의신비와우수〉를통해불면증과고독의밤을얘기하고,에곤실레의〈우정〉을통해아픔을공감하는여자들의우정을말한다.기자라는직업과여성으로서의정체성사이의갈등,이루지못한사랑,홀로떠난여행,존재론적쇼핑,이름만들어도가슴한편이시려오는엄마이야기….맛깔스러운문장에서감성이뚝뚝묻어난다.여전히혼란스럽지만,그럼에도불구하고뚜벅뚜벅세상을향해걸어가는서른즈음의그녀들에게권하고싶은책이다.
–교보문고책소개
서른,여자는그림을사랑하게된다!
서른살에만나는서른명의화가,서른점의걸작,그리고서른편의공감
조선일보곽아람기자가쓴<그림이그녀에게>.서른이란나이가주는의미는무엇일까?보통,서른이되면확고한목표와안정적인직장,안온한가정을갖추고있을거라생각한다.그러나막상서른살에이르면여전히서투르고복잡한미완성의존재임을문득깨닫게된다.이책은곽아람기자가20대에들어서면서부터서른이될때까지울고웃으며만난그림들에대한이야기를적은것이다.
전문적인미술서적이나멋들어진명화감상기는아니지만,이책은활기차면서도우울하고명랑하면서도쓸쓸한감정적혼돈에휩싸인같은또래의여성들의공감을자아낸다.저자는그림을매개로마음껏하고싶은이야기를솔직하게털어놓았다.공감,그리움,위로,휴식의4개주제에따른30개의그림이야기가수록되어있다.
앤디워홀,에드워드호퍼,에곤실레,르네마그리트,빈센트반고흐등저자가만난서른명의화가와서른개의걸작을공감어린글로소개한다.서른이되었거나,이제서른이되거나,혼란으로점철된서른을지나온사람들에게저자의경험을토대로한30개의이야기는따뜻한안식처가되어줄것이다.
-목차
공감:그녀안에내가있다.
*‘프릴달린블라우스’권하는세상
벚꽃날리던도쿄의봄밤
책읽는여자는쓸쓸하다
*녹색부가티를탄자화상
새벽세시,불면증과고독의밤
닳고지친서른의우리
여자의외로움은드라마다
그리움:그리운날,그림을보다
너를만나기전부터사랑했어
여자들의우정이란그런것
그드물다는굳고정한갈매나무
단한번도명함을가져보지못한그녀
아버지의사랑,날카롭게벼려마음깊숙이넣어두는것
네마음속주된정조는무엇이냐
잔잔한수묵화속유년의풍경
우리누나는내마음저문들녘의꽃피는노을
위로:위로받고픈마음,여기머물다
*우울,그림한점의위로
사랑은비극이어라
짙은녹색의슬픔
세상의중심,그곳에나는없다
*짐승같은수습의나날
나는왜결혼을원하는가
네발의아픔은내가잘알고있다
휴식:그림에서쉬다
*나는쇼핑한다,고로존재한다
마티스의파랑같은휴가
타인의삶과만나다,그리고변하다
*멈추어라신문이여,너참아름답구나
잡힐듯말듯,연애의고수
*방황하는청춘은포춘텔러를찾는다
행복한사람은낙원을꿈꾸지않는다
나도집이있었으면좋겠다
<책속의글>
종일발이부르트도록돌아다니면서보고듣고느낀것을이야기하며함께나눌사람이없었다.벚꽃은이미끝물이었다.꽃이져버린벚나무가지끝의지저분한분홍빛이죽은자의입술빛깔을연상시켰다.호텔방은좁고,스산했다.지나치게깨끗하게정돈된침대가이곳이사람이‘사는’곳이아니라‘머물다가는’곳이라는사실을상기시켰다.나는또다시호퍼를생각했다.
이번에는도회적이고세련된우울을그린작품들이아니라호텔방침대에속옷차림으로혼자멍하니앉아있는여자를그린1931년작‘호텔방(HotelRoom)’이떠올랐다.그림속여자가느꼈을법한고립감이온전히내것이되어돌아왔다.문득일본전통여관인‘료칸’에서는결코혼자인손님을받지않는다는친구의말이생각났다.
혼자와서자살하는사람이그렇게많기때문이란다.모든방의구조가똑같은대도시의이호텔방에서나하나쯤죽어나가도아무도모를거라는생각까지들자갑자기두려움이와락치밀어올랐다.엉망진창인서울의내방이너무나도그리워졌다.-벚꽃날리던도쿄의봄밤중에서
그림을본사람들이크리스티나의뒷모습이실제내뒷모습과닮았다고말하기도했다.아마도하나로묶은헤어스타일과,허리에끈을묶은원피스차림이그랬을것이다.나는그림속주인공의외양이아니라내면이나와닮았다고느꼈다.나는그녀가보고있는세계의풍경이쓸쓸하고서글플것이라고생각했다.
내가책속에서읽어내는세계의모습이그녀의세계와닮아있을것이라고믿었던것이다.그그림을보았던다른사람들과마찬가지로나역시나크리스티나가불구라는사실을눈치채지못했지만직관적으로는알수있었다.그림속여자에게무언가결핍돼있다는것을.지평선을바라보며정면으로바람을맞고있는저작은여인의두다리처럼자신들의마음도외로움,고독함,혹은쓸쓸함으로불구가돼있다는사실을.고통에대한공감(共感)만큼타자와자신간의동일화를가져오는감정도없다.-책읽는여자는쓸쓸하다중에서
청운의꿈을안고상경했건만친구하나없는서글픈현재와,그냥고향의대학에진학해교사가되라는아버지의권유를뿌리치고상경을고집했던어리석고부끄러운과거와,앞으로닥쳐올대학생활을어떻게헤쳐나가야할지감이잡히지않는불안한미래등이떠오르면‘내가슴이꽉메어올적이며,내눈에뜨거운것이핑괴일적이며,또내스스로화끈낯이붉도록부끄러울적이며,내슬픔과어리석음에눌리어죽을수밖에없는’상태에이르곤했던것이다.혼란스럽고,복잡하고,너무나도외로웠던그시절의나는자주갈팡질팡하는마음을달래기위해무릎을감싸안은채침대위에앉아‘그드물다는굳고정한갈매나무라는나무’를떠올리려애썼다.
내게‘갈매나무’는때로아버지가가르쳐주신시구(詩句)였고,때로그리운가족들의모습이었고,때로는떠나온고향의풍경이었다.보다확실한‘갈매나무’의심상(心象)을떠올리기위해나는애썼다.보다외로움을견디기쉬울것같아서였다.-그드물다는굳고정하다는갈매나무중에서
<추천의글>
한때나는곽아람기자블로그의단골손님이었다.때론추리소설같은긴박감,어떨땐순정만화같은여린감정,또어떨땐킬킬웃게만드는유머감각에중독됐다.그의글을읽으면많이읽고많이느끼고많이생각한사람만이발산할수있는힘과끼를느끼곤했다.그림이그녀에게전해준것을,그녀가우리에게다시들려준다.이번에도그는내가보고도느끼지못한것을드러내주고,섬세하고예리한글로마음을쿡쿡찔러준다.
-강인선(조선일보차장대우.『힐러리처럼일하고콘디처럼승리하다』지은이)
그림을이야기하는여자들은대개비밀을속삭이는뉘앙스로,벨벳처럼우아하게들려줄줄알았다.그런데,너무긁혀서잘보이지않는안경을낀듯한서른살엔그림조차고통의신호가되는구나.저자는자기경험을끝도없이참조하면서그림속에서그싱싱하고생생한환부를비춘다.도대체왜그렇게좌충우돌소요하였는지,그건또어떻게그녀자신이아닌그세대의특성이되었는지,결국그림위에어떻게스스로를내려놓았는지.그렇다면,그림에관한이단편집의주제는지식이아닌안식이다.진부하지만,그것이야말로그림의다정한목적아닌가.
-이충걸(GQKOREA편집장,『갖고싶은게너무나많은인생을위하여』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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