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송회 후기 1. 바구니 속의 계란 – 최영숙

바구니속의계란-최영숙


나는아름다운장기수
탈출을꿈꾸지
결혼해일년반,임신육개월의배를끌어안고서
주위를둘러싼소리없는장막
저찬란한가을햇살을찢고달아나는탈출을꿈꾸지

꿈꾸는성
꿈꾸는태아
문지방에기대앉아대문밖을보노라면
나가자고,자꾸만머얼리저어가자고
뱃속의태아가툭툭발을차네
소싯적내젊은어머니,가을마당햇빛속에물끄러미서계시네

나는치밀한탈옥수
냉정을가장하네
뒷덜미를끄는햇살,파도를밀고나가면어디가될까
갈대방석위에양팔벌리고누워두웅-둥
나누더기되어난바다로떠내려가네
파란하늘파아란구름힘껏들이마시며
뱃속의아이에게들릴만큼놀랄만큼
소리질러야지
“계란사시오,계란사시오오-”

깨지는건순간이야
앞뒤구멍내서날계란후루룩마실때의
비릿한뒷맛
손에서미끄러지면끝장인껍질
삶의껍질을끝까지벗겨본적있던가
바구니속의계란삼십개
고이들고온이것이인생의황금기였나
미끈,바닥으로떨어뜨리면
한꺼번에계란프라이해먹어도좋을
잘달구어진가을햇살,햇살

-최영숙유고시집’모든여자의이름은’중에서

13 Comments

  1. 카타

    17/03/2009 at 05:06

    계란삼십개…ㅎㅎㅎ

    저는곱배기는해먹었지싶습니다…   

  2. 광혀니꺼

    17/03/2009 at 05:10

    좋은시
    좋은인연…
    그리고
    향이가득한달래무침에
    찰밥한그릇….
    나중에
    혼자다묵고오고싶었는데^^*]

    멋진참나무쩜님!

       

  3. 초록정원

    17/03/2009 at 06:38

    역시나참나무님이세요..
    계란삼십개..검색해봐야지생각만하고까먹었을참인데..^^

    시인이질투까지난다던구절..그마음을다이해하진못하지만
    아름다운장기수라는표현이와닿는시네요.

       

  4. 참나무.

    17/03/2009 at 06:47

    ‘우주적코메디’란말이생각납니다카타님^^

    예술은사기다
    백남준선생은평소에사마천의史記를좋아해서한말이었다는데…   

  5. 참나무.

    17/03/2009 at 06:49

    안타까웠어요사진기들고다녀서권할기회가없었어요
    사진이좋더군요..수고많았어요
    급히올려주셔서잘보고왔답니다.
    사진몇개는지워주십사아~~
    말씀못드리겠던데요…넘미안해서…
    장구엄마짱!이었다우^^*
       

  6. douky

    17/03/2009 at 06:59

    역시,역시…

    시인의질투를불러일으켰고…
    시읽던밤의여운으로또다른시를탄생케한…
    바로그시…

    감사합니다~   

  7. Marie

    17/03/2009 at 07:28

    몇시쯤행복하게귀가하셨는지요…^^*

    매사에빈틈없이챙겨주시는참나무님..
    정말맛있게잘먹었어요.감사합니다~~
    언제이보답을해야할텐데..

       

  8. Lisa♡

    17/03/2009 at 07:39

    머째이~~

    내인생의황금기는늘존재하는것같아요.
    늘말이죠.
    지금이황금기가아닐까..하는생각을한답니다.
       

  9. 참나무.

    17/03/2009 at 07:39

    자랑스런자줏빛복사본덕분에어깨가어쓱했어요초정님

    가슴속에오래오래묵혔다…풀어낸질문맞지요

    시인의어머니에관한-지금전기찌릿찌릿…ㅠ.ㅜ   

  10. 참나무.

    17/03/2009 at 07:41

    ‘단한권의유고시집’이란말씀때문에
    이시찾기전부터통증이왔어요..아지못하는…
    덕희님시집만자주들추게되네요…   

  11. 참나무.

    17/03/2009 at 07:44

    스카프가아주잘어울리는마리님
    자금사진을올려두고공갤하나마나망설이는중…

    나중에얘기하세요…작게올릴테니..그래도불편하시면말해주시고…^^

    맛나게먹어주는걸로인사끝!^^
       

  12. 참나무.

    17/03/2009 at 07:47

    ‘까르페디엠’

    사카에서의그순간…당연히생각났지요
    자주하이파이브하게되는리사님~~

    ‘블로그리사핫만큼만’
    이런걸로포스팅한번해볼까싶네요..^^
       

  13. 소리울

    17/03/2009 at 22:21

    부럽다는말을할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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