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페에서 음악을 듣다.. 봄은 어떻게 오는가

-아,24일문태준

이지구에서가장높이자란저먼나라삼나무는뿌리

에서잎까지물이올라가는데꼬박24일이걸린다한다

나는24일이라는말에그삼나무가그립고하루가아프다

나의하루에는쏙독새가울고나비가너울너울날고

꽃이피는데

달이반달을지나보름을지나그믐의흙덩이로서서히

되돌아가는그24일

우리가수없이눕고일어서고울고웃다지치는그24일이

늙은삼나무에게는오롯이하나의소천(小天)이라니!

한동이의물이라니!

나는또하루를천둥치듯벼락내리듯살아왔고

산그림자를제몸안에거두어묻으며서서히먼산이

저무는데

저먼산에는물항아리를이고산고개를넘어아직도

집으로돌아가는샘물같은산골아이가있을것만같다.

-봄편지2양현근

심사가뒤숭숭한봄날의오후와
춘분을갓지난음색을지나
우리는또무슨노래로흔들리는것이냐
누이야
봄꽃처럼너는홀로깊지말아라
홀로별이되지는말아라
늑골을적시는봄바람이닿는곳이면
무심한돌멩이마저몸살이난다는데
목련의꽃그림자가깊어갈수록
열정의무렵에서둘러보낸편지는
속절없이반송되어오고
낯선목숨은아직까지주소불명이란다
이승의기다림들은둥근나무들의이마를짚어가며
젖은고백이난분분난분분하도록
저리꽃사랑을피워대느니
그러므로누이야
사랑인것으로
그리고때로사랑아닌것으로
절망하지마라
물기어린음표들을치장하지도말아라
봄날은
가슴속의단정한기다림하나로충분하지않겠는가
몸살나도록햇빛고운날에
그래도믿는다
목숨거는사랑을믿는다
누이야.

-봄나물임찬일

말이봄이지아직땅밑은덜녹은때
어머니는어제낮부터캐모은
봄나물보따리를이고새벽버스로떠나신다
숨죽기전에저울에다달아야근수가더나간다며
단돈몇백원더받기위해첫차를타시는것이다
물빠진수건으로얼굴옆을가리고
허둥지둥집을나서시는어머니
누가저나물을삶고데쳐서
풍성한식탁을꾸미는것일까
도회지의시장이나길거리가판대위에
한무더기씩봄을얹어놓는사람이
젊고예쁜나물캐는봄처녀가아니라
늙고가난한내어머니였었구나
나는새벽바람탓인줄알았는데
그사실때문에두눈을찔끔거린다
아침밥상에는어머니가팔다남은
봄나물이올라와나를나를
기어이눈물나게만든다.

선운사전연옥



시간이좀늦었지만우리모두선운사에나가지요
삶이란무엇인가따위로심사가사나와있는
중년의애인을데리고
마음은한결같으나의견은한다발로묶여지지않는저녁날
우리모두선운사에가
마음고생에헐벗은영혼을달래며
좀늦은저녁공양이나마청해들지요

막차를타고선운사에가보면모두다알게되지요
남의상처도내것처럼아프고
별스러운게다슬프고
서러워밤새도록불면의베개에이마를파묻을때
그것이바로삶의방식이아니겠냐고
아득히물어오는동백꽃이있다는것을
선운사붙박이식구들은
아주오래전부터
그애절한사연을알고있었지요

동백피다허영숙



아무도살지않는그집에는내가즐겨듣는노래가있지노래가나오던문을열고들어서면해마다바람이그려놓은악보들이마당에두껍게쌓여있지바랭이,개망초의전주곡이끝난자리에이름모를풀꽃들이스스로지닌음계를타고때로는빠르게때로는느리게피었다지고도돌이표를따라한무리의별들이쏟아져내리며합창을들려주기도하지

나만아는그집에는오래전당신이부르던노래가있었지노래가흘러나오던입술을열고들어서면잡풀만무성한마당,저음또는고음이가진당신과나의불안한옥타브를베어버린킬링필드,그들판에우리의노래는이미죽고남은몇음절의노래가미완으로남아있지달빛만조명처럼출렁이었다사라지는빈무대를바라보며오래도록당신의노래를기다리고있던겨울날

집과집의경계를깔고앉아당신의지문이묻은악보를뒤적이는데성성날리는눈발이피날레를예고하더니담벼락밑에서있던늙은가수하나가목울대를세우고붉은노래를낭창낭창부르기시작했지그틈을타고오래가두어둔한음절을기침이쏟아지도록따라불렀지눈발속에당신이붉게붉게피고있었지

그리고…

우리아파트앞정자곁엔

목련이벙글었더란말이지요…

7 Comments

  1. 참나무.

    23/03/2009 at 23:45

    다녀가신분들께죄송합니다…(지금실시간…^^)

    ……

    밥과반찬…랩뜯지않는스티로폼에담긴단무지와짜장,초장.간장.양념장
    오이냉국건더기…화까지뒤덤벅인싱크대…

    ‘황혼이혼’단어생각하며참담한기분으로씻고…음식물쓰레기까지내다버린후
    내방에들어오니’당밤음’에선시가흐르고있었지요…

    비현실에서현실로…다시비현실에빠져…문태준….
    봄나물이고장에간시인의엄마를생각하며…
    잠결에도제목만적다…잠이들었나봅니다

    아침에kbs홈’다시듣기dvd돌리듯되돌려가며
    시인과정확한시제찾아검색합니다
    저녁시를아침에들으니솔직히유치하고껄끄럽고…그렇긴했어요…;;

    겨울비는아침일찍도오셨네…답글이두개연속으로올라옵니다
    staytune~~pluie랍니다.
    겨울비님~~경춘선마담의세례명이에요…
    근데시제라하면’어머어머’더좋아할듯…^^

    다녀가신분들…답글일일이못드리고대신시올렸으니용서바랍니다…
       

  2. 데레사

    24/03/2009 at 00:06

    봄을노래하는시들을올렸군요.
    봄을만끽합니다.~~   

  3. 산성

    24/03/2009 at 00:36

    아24일을이아침에만나다니…하면서
    여행길에도계속참나무님댁엔무슨일이일어나고있을까…했었는데…

    지금막비발디의첼로가끝나고…야구멘트도나오고…
    참나무님1번글…간이밖으로나오신바깥어른(!!)스토리에도괜히다정^^해지다가…
    목련이벙글었더란말이지요…란詩(!)에맘따뜻해지다가…

    저먼산…물항아리이고…
    산고개넘어가는산골아이도되어보다…가

    오랜만에…들옵니다.
       

  4. summer moon

    24/03/2009 at 01:32

    살림이고뭐고다잊어버리고
    커피진하게만들어마시면서
    음악을듣고싶어져요.^^   

  5. 참나무.

    24/03/2009 at 01:48

    봄은봄인가봐요데레사님

    그노시엔느듣고계신가요지금…산성님두?
    여행하셨군요..지우까했는데그냥둬야겠네요.

    아침시간에서머문을…오늘좋은일많겠습니다…잘지내길…언.제.나…
       

  6. 슈카

    24/03/2009 at 07:14

    아침에서둘러외출하느라드르륵훑어만보고지금에서야찬찬히봐요.

    시인들이노래하는봄은…어쩐히한곳으로흐른다는생각이들어요.실같은감정의여러갈래가한곳으로모아지는느낌이예요.콕찝어설명하기힘든…
       

  7. 참나무.

    24/03/2009 at 09:07

    제목그대로매주일요일11시쯤음악과시를들려주지요
    언제시간돠면들어봐요…
    활자로만나는거랑또달라요
    이미선씨목청도고와서…

    문태준시맨먼저들을때찌르르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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