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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곳
봄이라고 해서 사실은
새로 난 것 한 가지도 없다
어딘가 깊고 먼 곳을 다녀온
모두가 낯익은 작년 것들이다
우리가 날마다 작고 슬픈 밥솥에다
쌀을 씻어 헹구고 있는 사이
보아라, 죽어서 땅에 떨어진
저 가느다란 풀잎에
푸르고 생생한 기적이 돌아왔다
창백한 고목나무에도
일제히 눈발같은 벚꽃들이 피었다
누구의 손이 쓰다듬었을까
어디를 다녀와야 다시 봄이 될까
나도 그곳에 한 번 다녀오고 싶다
– 문정희,지금장미를따라,문학에디션 뿔,2009
시집을 들어 펼친 페이지에 <아름다운 곳>
어디 아름다운곳에 다녀와 가까이 와 있는 봄을 만났는지요.
지난겨울은 몹시도 추웠어요
100년만의 추위라 했던가요.
100만년 만이라고 해도 믿었을겁니다.
그 추위가 가고 이젠 봄인가 합니다.
삭풍은 잦아들고 고개를 길게 내밀지 않아도 보이는
연초록의 눈인사들은 지난 해의 것들과 닮아있습니다.
이즈음이면 얼굴 내놓고 마음 깊이 잠적하는 봄이 온다고 썼었어요.
해빙기는 늘 더디고 게을리 와서 두터운 외투를 오래 껴입고 다니곤했습니다.
이제 그렇게 게을러서는 안되겠다고 서둘러 봄맞이 앓이를 치루었습니다.
꼭 일년전 3월 16일 시낭송회를 시작했어요
이진명시인과 함께 淸談의 이름으로
해가 바뀌고 같은날
-3월16일 화요일 저녁 7시
청담동 사카에서
문정희시인의 시낭송회가 있습니다
시인은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성장,1969년《월간문학》으로 등단했습니다
현대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수상했고 마케도니아 테토보 세계문학 포럼에서작품「분수」로 올해의시인상>(2004)2008년 한국 예술평론가 협회 선정<올해의 최우수예술가상>문학부문등을 수상했습니다.
『문정희시집』(1973),『새떼』(1974),『혼자무너지는종소리』(1984),『찔레』(1986),
『하늘보다먼곳에매인그네』(1988),『별이뜨면슬픔도향기롭다』(1992),
『남자를위하여 (1996),『오라,거짓사랑아』(2001),『양귀비꽃머리에꽂고』(2004),
『나는문이다』(2007)외에장시「아우내의 새」(2007)등의 시집이 있고
시선집『지금장미를따라』(2009)를 펴냈습니다.
1996년 미국 Iowa대학(IWP)국제 창작 프로램에 참가했으며
영어 번역시『Windflower』,『WomanontheTerrace』외에도
독어,알바니아어,스페인어등의 번역 시집이 있고
많은 시가 프랑스어,히부르어,일본어 등으로 번역되었습니다
동국대학교 석좌교수,고려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를 역임했습니다.
노란 표지의시선집『지금장미를따라』(2009)가
이번 시낭송회에서 낭송될 시집입니다.
10권의 시집에서 뽑은시들이 2부로 나누어 실려있습니다
‘오랫동안 숨죽여 울며
황금시간을 으깨 만든 이건 오직 나의 슬픔
나의보석이다.’ (‘시인의말’에서)
시집을 넘기며 화산 하나를 품고 시를 쓰는구나 했습니다.
활화산과 휴화산을 넘나드는 ‘한계령을위한연가’외에도
시인의 열정이 넘치는 시들을, 관조와 잠언의 시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 시들을 쓴 시인의 말은 어떠할까요…
시인의 사랑의 시로 3월의 시낭송회에 그대들을 초대합니다.
내사랑은
세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가장 조용하게 오는것이
사랑이라면
나는 너를 사랑한 것이 아니다
나는 너와 전쟁을 했었다
내 사랑은 언제나 조용하고
순수한 호흡으로 오지않고
태풍이거나
악마를 데리고 왔으므로
나는 그날부터
입술이 까맣게 타들어 가는
뜨거운 열병에 쓰러졌었다
온갖 무기를 다 꺼내어
너를 정복시키려고
피투성이가 되고 말았다
세상 사람들은 사랑을 하게 되면
가진 것 다 꺼내주고
가벼이 온몸을 기대기도 한다는데
내 사랑은
팽팽히 잡아당긴 활시위처럼
언제나 너를 쓰러뜨리기 위해
숨 막히는 조준으로 온 밤을 지세웠었다
무성한 장애를 뛰어 넘으며
생애를 건 치열한 전쟁을 했었다
상처는 컸고
나는 불구가 되었으며
단 한번의 참전으로
영원히 네 눈 속에 갇혀버린
한 마리 포로 새가 되고 말았다
우기(雨期)
어머니
지금어디를걷고계시나요?
백내장을앓아
앞이안보이는당신을버려두고
나는점보비행기타고떠나왔어요
지팡이도없이
허공휘저으며
흰고무신타박거리는당신을두고
왜여길왔는지나는몰라요
세계에서제일높은쌍둥이빌딩
서양여자처럼멋지게굴려보는
꼬부랑말도
밤낮으로구경하는브로드웨이도
이상해요
언제나물기에젖어있는것은
당신의눈에맺힌물기
세계의비가되어흘러내립니다
부러진허리에지팡이도없는
허공휘젓는당신은
흰고무신타박거리며바람을재우지만
어머니
웬일일까요?
이곳은제게온통우기雨期입니다
– 문정희,찔레,북인,2008
나무학교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해마다 어김없이 늘어가는 나이
너무 쉬운더하기는 그만두고
나무처럼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늘 푸른 나무사이를 걷다가
문득 가지 하나가 어깨를 건드릴 때
가을이 슬쩍 노란손을 얹어놓을 때
사랑한다!는 그의 목소리가 심장에 꽂힐 때
오래된 사원 뒤뜰에서
웃어요!하며 숲을 배경으로
순간을 새기로 있을 때
나무는 나이를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도 어른이며
아직 어려도 그대로 푸르른 희망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그냥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무엇보다 내년에 더욱 울창해지기로 했다
-문정희,지금장미를따라,문학에디션 뿔,2009
Zino Francescatti-Vitali Chaconne in G minor지노 프란체스카티,비탈리 샤콘느
도토리
15/03/2010 at 03:52
비오시는이날에詩도비명같은바이올린소리도
딱이군요..
약간우울한제게…^^
참나무.
15/03/2010 at 06:28
loop풀었어요..,
저도오늘기분바닥이라…
산성
15/03/2010 at 07:18
우찌이리제마음을…
새벽부터눈물바람해서머리가다아픕니다…
스물여덟꽃같이잘생긴청년의
장례미사가있었답니다…
새벽빗속에나섰는데
돌아오니이제사다시햇빛입니다…
봉쥬르
15/03/2010 at 07:32
우기..
여기도이제비그만오네요.
어제과음한바람에억수로상태불량인데일은많고..
모레시아버님제사이고내일은재고조사팀오고..그런데지금블로그나쳐다봅니다^^
佳人
15/03/2010 at 08:01
이제우중충한날씨가싫어요.
잠깐반짝나오던햇살이참반가웠는데…
이칸에계신분들의현재기분이회색빛..^^
한방에날릴빤짝빛나는햇살같은그런소식,
시낭송회에서만날수있겠지요!
한국인의 얼
15/03/2010 at 17:16
음악과시가잘어우러진아름다운글입니다.
잘읽고갑니다.
늘행복하세요.
참나무.
16/03/2010 at 00:17
이심전심이었나요산성님…^^
저두그럴때많아요봉쥬르님
일거릴태산처럼쌓아두고도말이지요…
걱정마셔요잘될겁니다오늘낭송회
누가뭐래도가인님이제일수고가많겠지요
감사합니다한국인의얼님
지금컴닫아야해서맘이급하네요…^^
덕담대로행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