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집에 돌아온 지하루 남은 한 달이네요
9월 3일 남아공 조벅 공항을 출발하여
홍콩 경유 인천공항에 도착한 날이 4일이니까…
그간 여행가기 전 일상대로 하나씩 숙제하듯 해 오다
지난 수요일 인사동까지 다녀왔으니
말 그대로 완전히 복귀한 셈이네요.
제가 필요해서 올려둔 전시 정보도 있어서
나간 김에 자주 다니던 화동 사간동 소격동 삼청동까지 마스터해야지…
단단히 결심하고 로동화를 신으면서 ‘신발 벗을 일 없겠지…’ 하고
끈을 두 번 이상 묶었는데 사람의 일이란 게 어디 계획대로 되던가요
약속한 분이 하필 신발 벗고 들어가야 하는 데서 점심을 먹자해서
작은 사고가 났더랍니다…;;
이미 입실한 지 오랜데 제 로동화 끈이왜그리 안풀어지는지
워낙 단단히 묶은 탓도 있겠지만제가 손톱이약해서…그만…;;
계획대로 되지않는사람의 일 하니 어제 토요일 일도 풀어놔볼까요
토요일 1시 풍월당 허러럭 거리며 시간 안에 도착했는데
어라? 구름채 문이 닫겨 있는겁니다
다른 때랑은 달리 데스크에 직원도 보이고…?
그 직원은 ‘메일 안받았냐 …
이번주 부터 3시 부터 시작한’ 다는 겁니다
요즘 제 컴 고장이라 한 며칠아예 접속을 못했거든요
커피가 우선 급하여 4층에 내려가 한 잔 하고…
…가만…이렇게시간 죽일 일이 아니지
좀만 걸어 돌아가면 호림박물관도 있고
중간중간 기웃거릴 데는 얼마나 많은데…
맘 먹으면 대까닥 행동으로 옮기는 거
이거 좋은습관인지 나쁜버릇인 지 알 수가 없네요…^^
(인증샷 많은데 지금 아들 노트 북이라 글을 두 번이나 날렸지붭니까…나중이 사진은 보태기로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를 쓰고 올리는 이유가 하나 있어요
시간은 널럴했지만 호림박물관 요즘 열리고 있는
‘분청사기 제기’ 전은 좀 무거운 전시회여서
– 도슨트 설명도 들으면 좋을 것도 같고
막간에 볼 전시는 아닌데…
8천원 입장권 끊고 짧게 보고 오긴 좀 아까운데…
갸웃거리며 뒤돌아서는데친절한 직원이제 맘을 읽었는지
지하에 조선조 목가구 전이 있는데
‘부담없이’ 볼 수 있다고 알려주는 겁니다
조선조 목가구하면 친청고모님 때문에 얻어들은 풍월도 있겠다
아주 고마운 표정을 전하며
‘요담에 제대로 감상하러 오겠’다고 당장 지하로 내려갔습니다.
맘이 급해서 잘못 M층에 내린 것도 다행인 일이었구요
씨네마스코프 화면처럼 특수 카메라도 담은 작품들이 예사롭지않아 들어가봤습니다
얼핏보면 화려하고 밝은 풍광인데… 수상가옥들이었어요.
더 자세히 작품 안으로 들어가 보면 지난한 삶이 보일텐데도
마치 최소영, 청바지 조각으로 표현한 달동네처럼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는겁니다
더 컬럼스 갤러리 ‘하롱베이 시리즈’도
혹 호림박물관 가실 분들은 빼먹지 마시라구요
10월30일까지…
다시 한층 더 지하로 내려가니 소박하고 정겨운 목가구들이
널찍널찍 여백의 미를 느낄 수 있게 전시되어 있었어요
얼마 전에 경험한 KIAF, 벌집같은 오픈 부스들관 완전히 대조적인
참 오랜만에 맘의 여유까지 생기던걸요
서울 한복판 대낮에 말이지요…
이미지 출처; 갤러리 라 메르 ‘고관당 강인순목공예전’ 에서
http://www.amkorea.com/ver4/art/art_04.htm?no=49
주욱 낯익은 목기들 중 전혀 새로운 폐물함에 시선 집중,
씰데 없는 것들 이것저것 찍은 디카에 손이 자주 갔지만
참을 수 밖에 없었지요,
나오면서 간단한 리플랫 정도 있으면 했는데
불행히도 이번 목기전은 특별전이라 따로 리플렛을 만들 지 못하고
다른 문화재들이란 종합으로 된 두꺼운 도록만 있다데요
혹시 하고 제가 찾는 것도 사진이 있나 물어봤더니
있긴한데 값이 만만찮더라구요…6만원
제가 뭐 논문 쓸 사람도 아니고 ‘사진 한 장만…’ 하고싶었지만
얌체머리없이 그럴 수도 없고 발길을 돌렸지요
#
취리히 판
2004년, 취리히 오페라 극장 실황.
레하르 <<즐거운 미망인>> –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유쾌하고 가슴뭉클한 이야기 /125분. 한글자막
¡ 다그마르 쉘렌버거(한나),
로드니 길프리(다닐로), 표트로 베찰라(카미유),
¡ 헬무트 로너, 연출.영상 / 롤프 랑겐파스, 미술.의상
요한 슈트라우스와 함께 빈 오페레타의 세계의 양대 거장이라고 할 수 있는 레하르의 대표적 명작이 <즐거운 미망인>이다. 이 작품은 즐거운 스토리, 흥미진진한 전개, 아름다운 음악, 배꼽 잡는 개그, 그리고 훌륭한 교훈과 가슴 뭉클한 감동 등 오페레타가 줄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을 잘 갖추고 있는 수작이다.
하지만 이렇게 독어 대사가 많은 빈 오페레타의 묘미를 우리가 제대로 즐긴다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레치타티보도 아닌 대사로 진행되는 언어 장벽 때문이다. 이것을 타개할 가장 좋은 방법은 한글로 번역된 공연이 아니라, 완벽한 한글 자막의 지원이다.
독어의 느낌과 뉘앙스를 그대로 전달받으면서도 그 내용을 잘 숙지 할 수 있는 수준 있는 자막은 아마 우리나라 오페레타 시장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것 이다
어제는 ‘즐거운 미망인’
한달간 봐왔던 슬픈 사랑의 이야기들 장면 장면들이
집중해서 열심히 본 덕분으로유장한 대하드라마처럼 연결이 됩디다
마지막 편이 해피엔딩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나왔습니다만
그간 여러 형태의 사랑이야기도 새롭게 떠오르데요.
아참 오늘 기를 쓰고 올리는 이유를 빼먹을 뻔 했네…
# 구하면 얻으리라
제가 못찍어 안달하던 그 페물함 사진을 검색으로 찾아낸겁니다
폐물이나 보석에 관심은 없지만 오목조목 정겨운 골목길 같은 폐물함 하나 갖고싶어서요
목가구들 많이 접해왔지만 이런 폐물함은 첨이라 이런답니다
신사동 근처 가실 일 있으면 강추하고픈 전시회라 두서없이…
호림박물관 특별전 ‘조선의 디자인, 목가구’
(9.25~10.24. 호림아트센타 B.2 JNB gallery)
목제패물함(木製貝物函), 조선 19세기.
출처;연합뉴스 17일자 기사 전문<–한가하신 분
바쁘신 분 ; 전시문의 ☎02-541-3523~5
http://www.horimartcenter.org<–호림박물관 사이트 참조
산성
04/10/2010 at 23:15
아…꽉 묶여 풀려지지 않는 로동화
여린 손톱 끝으로 틈새를 비집어도
꼭~묶여있는
끈,끈들말입니다.
우찌 제 마음속 같기도 해서
본글은 읽지도 않고 냉큼 댓글 달고 맙니다.
마음이 마음을 두고 ‘내 마음 나도 몰라’ 그럴수도 없고…
도요님 말씀처럼.
참나무.
05/10/2010 at 00:55
그렇치요…정말…
끈이란 게 정말 억지로 풀어지지않더군요
그 때 생각하니 지금도 진땀이…;;
저도 찍어두지 못한 게 인터넷에 떠돌아다녀 우선 반가워 보관하려고 모아본답니다
언제 한가하면 고모님 팜플렛 집에 있는것 들만 담아
보관해 두는 것도 좋을 것 같은 데…자손들 위하여…
글쎄 영원한 게 없겠지만서도 제 사는 동안만이라도 말이지요
summer moon
05/10/2010 at 03:14
우리나라에 가서 외출을 할 때 마다
신발을 벗어야 하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요
특히 쉽게 벗을 수 없는 롱부츠를 신는 날에는 더…ㅎㅎ
못된 일들은 몰려서 찾아온다더니….
그래도 이렇게 아름다운 가구 구경까지 시켜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요 !^^
이런 작품 하나만 있어도
집의 가장 좋은 공간에 두고 감상 할텐데…ㅎ
언젠가 쓰셨던 ‘이상한 여자’ 이야기가 기억나네요
고모님 가게에 찾아왔다던…
우리나라를 떠날 때 사서 어디를 가던지 버리지 않고 지니고 사는,
진품은 아닌 작은 가구가 있어요
그 안에 찻잔도 넣었다가
우리나라 인형들도 넣었다가
이젠 아끼는 책들을 넣어둔….^^
섬
05/10/2010 at 12:10
전시회 소식…여전히 ‘그림의 떡’처럼 멀게만 느껴져서…
저는 참나무님의 맛깔스런 표현법에 귀 기울여 집니다.
허러럭, 대까닥, 얌체머리…^^
(맛있어요. 고소하게 씹히는 참깨맛처럼…^^)
참나무.
06/10/2010 at 01:27
아…그 이야길 기억하고 있었군요
비가 올듯 말듯한 날에 ..우울증 환자였지요
가을은 건강한 사람들도 계절성 우울증 환자들이 많이 발생한다네요
달달한 게 먹고싶고 입맛이 살아나고 잠이 많이 오면 일단 첵크하라는데
계절성 우울증은 봄이 오면 사라진다지요…^^
고모님은 조선조 목가구 디자이너였지요
최고의 소목장과 장석, 칠공예 일인자들만 모아서…
올 봄에 소풍끝마쳤답니다…90세 이상..그러면 장수하신 거 맞나요…;;
참나무.
06/10/2010 at 01:31
얼마 전에 읽은 박완서 선생의 ‘ 가지않은 길이 아름답다’ 읽어셨나요
간혹 적확한 단어들 때문에 진저리까지 치며 읽었답니다
예를 들면 ‘발랑 까지 동네’…
‘솎아질 때까지’ – 소풍 끝마치는 표현을- 등등
반가워요 섬 님…^^
summer moon
08/10/2010 at 01:33
기억하고말구요 !
정말 흥미롭게 읽은 포슽이었어요,
Short film이나 드라마로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었는걸요.^^
참나무님이 갤러리를 운영하시면 얼마나 멋질까
그런 생각도 한참 할 때였구요.^^
그런데 고모님의 대를 이어서 하시는 분이 계신가요?
오래도록 계속되어야 할 중요한 일을 하신거 같아서요.
길
08/10/2010 at 02:33
박완서님 작품은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가 맞습니다.^^
저는 박완서님 왕팬이라서 그분 책은 밑줄까지 그어가며 읽는답니다. 하하.
건강하시지요?
저만치 앞서서 씩씩하게 걸어가시던 뒷모습이 생각이 납니다.
제가 그렇게 다녔다면 디스크쯤은 생기지 않았을텐데 말이지요.
그럼 곧 뵙습니다. ^^
참나무.
08/10/2010 at 02:47
저도 오래오래 기억되는 장면이랍니다
남의 글도 성의껏 읽어주는 서머문 …
얼마나 고마운지!
아쉽게도 뒤 이을 자손들이 없어 유감이랍니다.
그래서 더더욱 조선조 목가구 하면 눈이 번쩍 뜨이는 거 속일 수 없네요
바다보고싶어요…정말로
참나무.
08/10/2010 at 03:13
ㅎㅎㅎ…제가 하는 일이 원래…;; 책 제목까지 틀리다니…심했습니다.
섬님 답글도 지금 확인했네요
당신이 사는 소리울을 ‘발랑까진 동네’ 라 표현하셨지요
본문 글 중에 밑줄치는 거 안좋아하신다는 박완서 선생님 생각은 저랑 다르네 했는데
정말 밑줄 긋고싶은 귀절들이 많았지요
제가 남아공 체류 중인 8월 중에 나온 책이더라구요
저도 포스트 잇 잘 붙이거든요
물론 그당시는 책이 귀해서 도서관에서 대여한 책이라 좋은 버릇은 아니었겠지만서도
그보단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고프지않는 깔끔한 성격이라 그러셨겠다 싶었어요…
전 길 님 하면 김영하씨도 착 떠올라요…^^
디스크..걷는 게 좋다지요
이번 가을 많이 걷고 부디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