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어느 날 T.V T체널(아마 여행체널인 듯)에서
자전거여행의 작가 김훈씨를 만납니다.
‘김훈, 자전거로 유럽을 달린다’ -정확한 제목인진 몰라도
여튼, 카메라들 든 젊은 여성과 김훈씨가 깃발을 꽂고
독일 거리를 느릿느릿 달리는 장면이 나오고
잠시 후 어눌한 나레이션 몇 마디가 제 뇌리에 꽂히는 순간이됩니다.
‘…자전거 두 바퀴는 가장 인간적인 바퀴입니다…
저는 평소엔 7~8 킬로를 달리고
빠르게달릴 때는20킬로…
내리막 길에선 30이 됩니다…"
남의 눈치 전혀 생각지 않아보이는
헐렁한 반바지 차림이랑 높낮이 없는 어눌한 말솜씨는
섬세한 그의 글과는 참 대조적이다 란 생각을 했고
그 다음 날 저는 물어물어
자전거 교실에 등록을 하는 ‘사건’이 생긴 겁니다
자전거 산 지는 오래되었는데 그 동안
우리집 남자에게 좀 배워볼까했지만
우리집 자전거는 뒤에 잡을 데가 없다며 거절당했고
제 아이들도 엄마 나이에 위험하다며 말렸기 때문에
내내 베란다에 세워져 있다아주 가끔,
두 남자들이 한강변으로 끌고가는 거 말고는
거의 무용지물이었지요.
모월 모일 그렇게 ‘돈주고’ 자전거를 배우게 된겁니다.
(교실에 들어오던어떤 아주머니가
‘자전거를 돈 주고 배우나…’ 하며 웃길래…)
첫 날은 오리엔테이션 시간이라며
자전거협회 간부라 소개받은 듬직한 남자분이
앞으로 나와 ‘국기에 대한 경례’ 부터 시작하더군요
우리는 국기가 어디 있나 두리번 거리다 왼쪽벽을 보고
참 오랜만에 가슴에 손을 얹고 고갤 돌리니
‘그냥 앞을 보라’ 며 컴에 연결된 스크린에 태극기 하나를 비추는겁니다
저를 포함한 아주머니들이 먼저 좀 웃다가시키는대로 했고
뒤이어 자전거 장점과 필요성을 조목조목설명과 함께
초등학교 교재용으로 제작한영상물까지공부 했습니다
같이 배우는 옆사람과 짝을 지어 ‘상대방’을 소개도 하며
나이도 서로 알려주고 허그하는 방법까지 실연을 보이데요
– 마주보고 다리를 X 로 하라며…
끝으로 바이커 송까지 따라 부르게 하더군요.
대부분 3,40대, 50대 초반이고 60대는 저 혼자였습니다
제 짝은 33세 올드미스였구요
초급 2주
중급 2주
고급 4주까지 있는 데
저는 지금 중급 1주 마치고 2주 수업 중입니다.
자전거를 배우면서 제일 큰 공부는
바퀴달린 건 젊어서 배워야한다는것과
제가 얼마나 겁쟁이 인 줄 인정하게 된 사실입니다
솔직히 중급 올라갈 자격도 없으니 재수를 해야겠다 했지만
그럴 필요없다고 같이 가자해서 엉거주춤 올라가게 된겁니다
중간에 11시 음악회랑 또 미리 잡힌 약속들 때문에
결석도 몇 번 했지만 저는 우리반에서 정해진 꼴찌랍니다
젊은이들은 저보다 더 결석을 하고도 씽씽 잘만 달리는 데
저는4일 되는 날 겨우 올라타기 성공했을 정도로
지지부진이었음을 고백합니다
"자전거 그거 한 10분만 타면 다 배우는데 …?"
이러는 사람들도 많던데저는 어인 일인지
안장에 오르기만 하면 무섬증이 도지고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체중심을 못잡고 흔들거려
몇 번이나 넘어졌는지무릎 아랫부분은 지금도 시퍼런 멍 투성이랍니다
시쳇말로 조폭들이 쪼인트 깐다는 말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실감도 했구요…^^
어느 날은 비틀거리다 얼굴까지 바닥에닿아
투명테이프를 붙이고 다녀야 했습니다
아들은 어떻게 얼굴을 그렇게 다칠 수 있느냐…
도저히 이핼 할 수 없다고 난리고
남편은 그렇게 겁이 많으면 포기해야지
그냥 수영이나 하고 산보나 하지…
이런 말도 들어 그냥 때려치울까?
그래도 그렇치다친 거 억울해서 우짜든지 넘어지지않고
서울숲이나 한강변 같은 평지 천천히 달리는 거 까지는
해야되지않겠냐 …많이망설이기도 했습니다
바퀴는 비틀비틀몸은 흔들흔들이지만
제법탈 정도는 된 어느 날
제 친구 소리울 남편이 전기톱이 날아가 발등을 다쳐
입원했다는전화를 받은 다음 날,
또 오른쪽 브레이크를 잘 못잡아 자전거가
앞으로 비잉 돌아 큰 사고 난 이야길 들은 후
다시 자전거에 올라탈 수 없었던 날도 몇 번 있었구요
좀 타게되면 망측한 쫄바지 말고 김훈씨처럼
헐렁한 바지 하나 맹글어 입고 7~8킬로 정도
설설 다니고 싶었는데 그도 쉬운 일이 아니네요
자전거 잘 타시나요
요즘 저는 자전거 잘 타는 사람들이 제일 부럽답니다
거리거리 골목골목,
자전거 타는 사람들은 왜그리 많은지요
동적으로 몸을 많이 놀린 수업 끝나면
도처에 조각작품들이 늘린 올림픽 공원을
제 의지대로 누비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위사진들은 바깥 풍경들이고
여기부터는 내부…
요즘 열리고 있는 소마 미술관 /드로잉 展 입니다
인적 드문 전시장,
정적인 곳에혼자 들어서면 비로소 맘이 편안해지거든요
대한민국 작가들의 드로잉을 체계적으로 잘 전시해 둔 기획전
짬내어 가보셔도 좋을 듯해서요
서영
01/11/2010 at 19:21
참나무님 조급히생각마세요…천천히.조심조심 배우시면 잘타실수있으세요
저역시 심한운동치였는데요 지금은 판교에서 삼성동서울의료원 까지매일 왕복 40키로 타고 서 아버지 병간호 다닙니다 3개월만 지나시면 어느정도 타실수있을거예요ㅎㅎㅎ
술래
01/11/2010 at 22:31
참나무님 드뎌 자전거를 타시게 되었군요.
부럽습니다.
저도 자전거에 잔뜩 눈독만 들이고 있는 중이거든요.^^
김진아
02/11/2010 at 00:55
자전거 쉬엄쉬엄 배우시는 것이 좋아요. 한번에 탈 수도 있겠지만요. ^^
전, 시골에서 소 엉덩이를 정면으로 박고는 제대로 타게 되었다는 ㅋㅋ
대단하신 참나무님,
화이팅이요!!!!
도토리
02/11/2010 at 03:34
진아님..ㅋㅋㅋ.
그래서.. 소한테 야단맞지는 않으셨나요???ㅎㅎ^^*
김선경 보나
02/11/2010 at 03:38
김훈씨 자전거 타는 거 저도 봤어요…
저도 부럽다 생각했는데,
행동으로 옮기시는 참나무님을 응원합니다.
실천이 멋지십니다!!!
조금씩 천천히 가시다 보면 달리는 날도 오겠죠!
Hansa
02/11/2010 at 05:46
소마미술관, 올림픽 공원에 있는,,
아이들 집이 성내역 근처랍니다. 아이들과 공원에 두어번 들린 적이 있지요.
호수에 왜가리 한마리, 백로 한마리가 있더군요.
하하
자전거를 잘 타면 행복합니다.
아들아이가 집에 오면 가끔 같이 자전거를 타고 읍내를 돌아다닙니다.
주말에 날씨가 좋으면 12km거리의 대흥사에 갔다오기도 하고요..
말로다할 수 없는 행복감을 느끼지요.
아이와 커플로 타려고 노란색MTB 한쌍을 샀지요.
꼭 자전거 배우시기를. 하하
산성
02/11/2010 at 08:45
자전거 타기 도와주시던 할아버지 도우미들이 계셨는데요.
아기는 세 발 자전거에 올려두고
저는 계속 넘어지고 하던…
아주 오래된 추억입니다만.
참나무님 실천에 힘내서
다시 한번 시작해 볼까나…요^^
김훈씨의 그 독특한 어법 또한
다시 생각합니다
높낮이 없던…^^
슈카
02/11/2010 at 13:25
하도 기척이 없으시길래 내일은 전화를 해 봐야지… 몇 번 생각하고 그 다음날 까먹고..그랬네요^^;;;
그래서 지금은 ‘어느 정도’ 타신다는거죠?
저는 운동장에서 처음에 잡아주면 조금 타기는 하는데 넘어지지 않고 좀 타면 그런 제가 너무 불안해서요….;;;
자전거를 아주 잘 타시게 되어도 도로에서는 타시지 마셔요^^
참나무.
02/11/2010 at 13:55
서영 님 넘 부러워요 진짜로…
전 앞으로 계속하게 될 지
점점 더 넘어지는 거 겁이나서말이지요
/술래 님 배우려면 더 늦기 전에 빨리 배우시구요
/진아 님 얘기만 들어도 겁납니다…덜덜
도토리 님 말대로 진짜 뿔을 들이밀지않던가요
소 입장에선 날벼락을 맞았으니…ㅎㅎㅎ
/도토리 님은 자전거 커플이라 더 부럽습니다…^^
/보나 님 저 괜히 소문 낸 건 아닌지…걱정이 태산입니다 사실은…^^
응원까지 해 주니시..더 부담됩니다…ㅎㅎ
/한사님은 역시 멋쟁이시군요 아드님과 MTB라니요…!
지전 님 전시회에서 고운 따님 보면서도 조블 가족들 모두 한 마디씩 했답니다
따님과 같이 블로그로 소통하는 부분에서 말이지요
/ 산성 님처럼 왜 일찍 배우지않았을까요
넘어져 다칠 때마다 후회막급입니다
/ 슈카 님 사람들 많아도… 오르막, 내리막에도 다 멈춰야 하니 진도가 안나갑니다
넘 빨리나가도 무서워 멈춰야한다니까요…ㅎㅎ
‘서울숲, 사람없는 평지’ 가 제 수준
기아변속 다 배우는 데 저는 아무래도 힘이드네요
기아 대신 브레이크를 만저 앞바퀴 굴러 넘어지는 걸 본 이후로는 더더욱…;;
리나아
03/11/2010 at 13:59
아…자전거……
사람들 타고 달리는거 보면 가볍고 멋지더군요…..
근데 엎드려서 핸들잡고 타면 무척 무서울 것 같아요
그냥 일자로,.. 약간 구부정히 앉아 타면 좀 나을까 .. `시작이 반`..이랬으니
벌써 2/3 는 …이제 1/3 만 연습하시면 사이클대열에 섞여서 멋지게 달리시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