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10월 11시 음악회 인터미션에 잠깐이라도
바깥바람 쐬고싶어 서예관 보이는 의자에앉아 커피 한 잔 하는데
어떤분이 무슨 말을 할 듯 할 듯 미소를 머금고
제 곁에 조심스럽에 앉으려해서
답례하듯 웃으면서 옆자리를 내어드렸지요
그러고도 시간이 지나도암말없어서
다 읽었지만 다시프로그램에 눈길을 두고 있는 데
커피가 1/3 정도 남았을 즈음 약간 망설이면서
-…저어 음악 좋아하세요
-…? 네에…
-비올라도혹시좋아하시나요
-아…그럼요…아주…
(비올라 하면 바이올린을 가장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는 비올라 케이스가 먼첨 떠오르고
2등의 애환 같은 게 전해지는 악기라 만약 리차드 용재오닐이
바이올린을 고집했다면 지금처럼 성공하지 못했을거야…
생 억지같은 생각을 제맘대로 한 적도 있거든요)
제가 편하게 생겨 그러는지 어디 다니다 보면
유난히 저에게 길 묻는 사람이 많답니다
그 날도 몇 마디 주고받다 드디어는 완전 무장해제 된 듯
-소근소근 그렇다고 자랑하는 것 같진 않게 들려주는 얘기 요약하면
요담 11시 음악회 첼로 주자가 당신 딸이고
사위는 러시아 출신 비올리스트라며 리플랫 한장을 주더라구요
-혹시 요담 11월3일 수요일 시간되면 티켓을 매표소에 맡겨 두겠다고…
저는 여러가지 이유로 밤외출은가급적 피하는데
– 아주 아주좋은 공연을 위해 아껴두려는 맘도 있고 해서…
받아 든 리플랫을 보니 마랭 마레도 보이고
아..글쎄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가 있더란 말이지요
오래 오래 전 아들 대학 입학 하던 해 첨으로
제 아이들 시부모님께 맡기고 남편 출장지 따라 갈 때
"짐 줄이라이~~ 줄이고 또 줄이라아~~" 하성화여서
CD도아닌 테이프 한 장만 넣었는 데 그게 아르페지오네 소나타였거든요
여태까지 바이올린, 첼로. 클래식 기타로는 들어봤지만
비올라를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니…!!!
저는 구미가 화악 당겨 별 일 없으면 가겠다고했고
별 일없어 어제 다녀온거지요
어제는 좋은 일이 또 하나 더 겹치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또…진줏굿은 한꺼번에 터진다고
자전거 수업은 빼먹기로했으니 미장원엘 가? 말아
‘꿈꾸는 식물’ 배경음악으로 깔아둔
샤프란연주, 크게 틀어놓고 놀고있는데
아이구 세상에나
근처 지나간다며 점심 먹을 수 있냐 전화가 오는 바람에 갑자기 바빠지게됩니다
안그래도 밤외출 하는 거 미안해서잔화를 할까 말까…
만약 저녁약속 있어서 늦게 들오면 완전범죄 되니까망설이고 있는 중이었거든요
‘아이구 밉상이’ 속으로 그러면서 맛난 거 해놓겠다고
얼른 들오라고 어기야버기야 점심준비를 하긴 하는데
맘은 콩밭에 가 있어서 그런지 급하게 얼린 고기 칼로 치다가
왼쪽 둘째손가락 끝 살 부분을 또 다치게된겁니다
저 요즘 순발력도 완전히 떨어지고…
바보노릇은 얼마나 많이하는지
시리즈까지 있어서 오늘은 참고
우애령 작가의 출판기념회가 2시고 음악회는 저녁 8시…
중간에 부웅 뜨는 시간을아무런 계획 잡을 시간도 없이 무작정 집을 나섰답니다
장소가 이대동창회관이라 모모하우스에서 영화 한 편? 생각도 했지만
딱히 볼 영화를 찾아볼 여유조차없이 –
요즘은 자전거에 오온 신경이 다 가 있어서…
여차저차 출판기념회에서 겪은 에피소드도
독무대로 엮어야하는 데- 이것도 요담으로 미루고…
신촌에서 서초동 우면산자락까지 제법 긴 이동을 하고
비타민 스테이션좀 어둑한 곳에 들어서니
짐바브웨 쇼나 조각전이 젤 먼저 보였습니다
아프리카 쇼나조각 하면 제가 또 그냥 지나칠 수 있나요
다 돌아보고 지상에 올라오니
이런전시 소식들이 걸려있었지요
한가람 미술관 진열장도 겨울맞이 하느라
따뜻한 붉은 실내로 바뀌어 있고..
3층엔 내셔널 지오그래픽 전
또 자전거…;;
인물부분 대상이라지요
제목이두 여인?
최초의 사진으로소개된 마추피추
최초의 북극인지 남극인지…?
나중에 공부해서 수정하겠습니다.
원래 흑백인데 이번에 칼라를 입혔다지요
후렛쉬에 놀라 달아나는 순간포칙된 야생노루들
모두 ‘최초’가 붙는 귀한작품들을
음악회에 맘을 빼앗겨급히 찍느라
다 비뚤어지고…죄송하기 짝이 없습니다
2층엔 동아시아 전
오늘(11.4)부터 시작인데 저는 어제 봤습니다.
공예대전 수상작들
다 둘러보고 바깥으로 나오니 캄캄했습니다
감나무 카페엔 감이 그대로 등불…
드디어 오늘 가장 중요한 주인공
에르완 리사 올해 나이 34세
확실한 정보통인 장모님이 저에게 소개한 연주자
무대모습은 쇼팡 닮았고 머리는 리플랫 같잖고 찰랑거리는 스타일이
꼭 젊은 리스트가 여인들에게 병약해 보이도록 화장까지한 모습처럼
어찌나 귀태가 나는지
연주자세는 왜그리 멋진지…
보통 연주자들의 빳빳 부동 자세에 익숙해 있다
왈스 스탭을 밟는 듯 앞 뒤로 왔다 갔다…
좌우로 음률에 몸을 싣고
난생처음으로 아주 편안한 연주자세를 보게됩니다
피아노 반주자 곁의 페이지터너까지
경호원 망보듯 뻣뻣한 자세가 아니고
같이 부드럽게 몸을 흔들흔들, 아주 자연스럽고 좋았답니다
두 번째 현대음악 연주에선 작곡가가 악보에다
‘약음기’를 내어 던져라’지시한 대로 따라한 뒤 부터는
얼마나 열정적으로 활을 움직이는 지
두 번이나 끊어지는 현장을 바로 앞에서 목격했습니다
가느다란 현이 짧은 X를 계속 빠르게 왔다 갔다
지휘하는 봉처럼 움직이는 데
그 자체가 퍼포먼스 공연같았다니까요
좀 무거워보이는 두 연주 뒤 인터미션 지나고
드디어…
비올라 연주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를 온 몸으로 느끼게됩니다
…. …….
그녕 유구무언…
요즘 F.M 에선 또 왜그리 자주 선곡이 되는지
오늘만 해도3 번이나 흐르던데요
여튼 요즘 슈베르트에 젖어지냅니다
오늘은 전시회 소식까지
결국 또…
깊이없이 늘어놓기만하네요
리싸이틀 홀 비올라 독주회장 나오자마자
로비엔 시향 연주회가 아직 끝나지 않아
의자에 앉아 잠깐이라도감상하다 왔습니다만
작으마한 리싸이틀 홀에서 온 몸으로
라이브 선율에 젖어있다 와서인지
객석에서의 현장감이 없으니
별다른 감흥도없었음을 고백합니다
인파 더 밀리기 전에낯익은 복도 지나면서
계획없이도 꽉 체운 하루 자알 보냈네…
감동하며 살 일 많이 만들며 살자 했습니다.
그대 가을은…?
11.4. 참나무.
douky
05/11/2010 at 00:31
아하… 이런 사연이…
추억에 남으실 음악회였네요.
여러 좋은 전시 소식까지, 감사합니다~~
참나무.
05/11/2010 at 00:44
어젠 또 전화가 왔더라구요
요다음 같은 장소에서 따님 독주회도 있으니 꼭 와달라고…^^
그 날 나간 김에 11월 11시 음악회 티켓 예매도 했으니
첼로 주자 따님 연주회도 뜻깊겠다 했거든요
사위되는 분 연주자세 좋더라고 느낀 그대로 얘기했더니 꼭 전하겠다며…
사위, 딸 둘 모두 준비성 없어 생긴 일화도 들려주면서
– 공인이라 이 칸에 밝히긴 어려워도
참 묘한 인연도 다 있지요…^^
둘째랑 둘 만의 일본 여행 준비하느라 많이 바쁘지요
다녀오신 후의 뒷이야기가 지금부터 궁금해집니다…^^